흐르는 물처럼
아무 내색도 없이
물방울이 모여모여 무리를 이룬다
부딪쳐 구르다
먼 행로 제쳐두고
이끼와 술래 놀이도 하며
자갈과도 입 맞추며
빛 바랜 구슬처럼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어느새 거산되어
냇물의 끝을 향하여
모래, 자갈, 수초, 이끼와
밀다가 밀리다가
부딧치다 부딧침을 받으면서
고운체로 정화되어
고진(苦溱)한 행로를 다한다
흐르는 물은
어느새 시련도 잊은 채
대해(大海)에 우뚝 서 있다
오를것 없는 대천(大川) 하늘과 어우러져
그대와 난 흐르는 물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다
누름돌
김치독이나 된장 고추 장독에 누름돌을 넣었다
수북한 김치 위에 반들반들한 돌을 올려놓아서
김치의 수북한 숨을 죽이면 김치맛이 나는 돌
자신를 누르고 희생과 사랑으로 아픔을 참고
어머니나 어른들은 돌하나 품고 사신듯 하다
작은말에도 상처받고 욕심도 감정도 다스리고
부부 간에도 친구 간에도, 직장동료들 간에도
누름돌 하나 가져서 훨씬 밝은 내가 되고 싶다
누르며 사신 어머니가 유난히 그리운 오늘이다
둔덕(함남,황해)
소가 말하길
둔덕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한다
여름날 꼬리로 연결이 안되는 목덜미에
쇠파리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이다
아엉 공이 어디갔다구
입춘날 선배가 운동하면서 물으신다
언덕쪽으로 갔어요
어허 둔덕쪽이라 괜찮겠네
살면서 둔덕하나 만들어 놓고
살았으면 좋으련만
둔덕같아 보이는데
비빌라치면 그 둔덕은 흔적이 안 보인다
스스로 둔덕 하나씩
만들어 살면서 슬프거나 괴롭거나
가려울때면 둔덕에 비벼가며
위안도 평안도 찾아가며 살아 가는거
둔덕 언덕 이렇게 좋은거
누구나 살면서
부모 아내 가족 선후배 친구들
둔덕들 안고 사니 큰 보배 아니겠는가?
* 둔덕 : 언덕을 말하며 함남과 황해는 방언이라고 하며 지명중에 둔덕이라는곳이 많다 살펴보니 대부분 언덕이 모이는곳으로 한문으로 쓴글자는 대부분 屯진친둔과 德큰덕을 많이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