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문학/자연과 환경

능소화(양반꽃)

泉玟 김동석 2010. 8. 30. 13:05

  능소화의 전설 

 



옛날 옛날 복숭아 빛 같은 뺨에 자태가 고운 소화라는
어여쁜 궁녀가 있었답니다.

임금의 눈에 띄어 하룻밤 사이 빈의 자리에 앉아
궁궐의 어느 곳에 처소가 마련되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임금은 그 이후로 소화의 처소에 한번도 찾아오지를 않았어요.

소화가 여우같은 심성을 가졌더라면 온갖 방법을 다하여
임금을 불러들였건만 아마 그녀는 그렇지 못했나 봅니다
빈의 자리에 오른 여인네가 어디 한 둘이었겠습니까?

그들의 시샘과 음모로 그녀는 밀리고 밀려
궁궐의 가장 깊은 곳까지 기거하게 된 소화는
그런 음모를 모르는 채 마냥 임금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렸지요.

혹시나 임금이 자기 처소에 가까이 왔다가 돌아가지는 않았을까!
담장을 서성이며 기다리고, 발자국 소리라도 나지 않을까!
그림자라도 비치지 않을까! 담장을 너머너머 쳐다보며
안타까이 기다림의 세월이 흘러가고 있었답니다.

어느 여름날
기다림에 지친 이 불행한 여인은 상사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세를 누렸던 빈이었다면 초상도 거창했겠지만
잊혀진 구중궁궐의 한 여인은 초상조차도 치루어 지지 않고
"담장가에 묻혀 내일이라도 오실 임금님을 기다리겠노라"
애닮픈 유언을 남긴채 그렇게 사라져 갔습니다.

이듬해 여름,
'소화'가 살았던 처소의 담장을 덮으며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났는데

조금이라도 더 멀리 밖을 보려고 높게,
발자국 소리를 들으려고 꽃잎을 넓게 벌린 꽃이 피었으니
그것이 능소화 입니다....


 



 


 


 


♤. 벙어리 딸의 귀로 피어난 꽃





 



나는 귀를 닮은 꽃입니다.
담장이나 나무에 기대어 한여름의 햇살에 피어나는 꽃,

그 꽃을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는 꽃이지만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끝내 다시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랍니다.

작은 시골마을에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소화'는 아주 어여쁜 아가씨였습니다.
얼마나 어여쁜지 근방의 총각들의 마음을 다 빼앗아
가버릴 정도였습니다.
그 소문은 소문을 타고 궁궐에까지 들어갔고,
임금은 소화를 궁녀로 삼았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어여쁜 소화에게는 말 못 할
아픔이 있었으니 듣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듣지 못했으니 자연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던 소화, 그래서 그는
누가 자기를 바라보면 그저 웃어주었던 것이죠.
그렇게 웃는 모습만 보아도 너무 아름다웠기에
사람들은 소화가 벙어리라는 사실 조차도 몰랐습니다.
단지 수줍음을 많이 타서 그런가 했던 것이죠.
소화의 어머니는 그저 소화가 평범하게 살아가길 원했습니다.
듣지도 못하고, 말 못하는 벙어리인데 아무리 예뻐도
평탄한 삶을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때로 산신에게
'저보다 딸이 먼저 죽게 해 주십시오' 하고
기도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사람들은 소화가 궁녀로 뽑혀가자 경사가 났다고 했지만,
두 모녀에게 그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두 모녀는 밤 새워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던 것이죠.
"소화야, 그 곳에 가서도 잘 지내야 한다."
"…."
소화는 궁궐에 들어가자 곧 임금의 눈에 들어 빈이 되었지만
소화가 벙어리라는 것을 안 임금은
그 이후로 소화를 찾는 일이 없었습니다.
다른 궁녀들도 그를 시기하였고 소화는 가장 깊은 곳,
구석진 곳에 살게 되었단다.
그렇게 임금에게 잊혀져 살아가던 소화는
어머니가 너무도 보고 싶었습니다.
'어머니, 보고 싶어요.'
한편 소화를 궁궐로 보낸 뒤 어머니의 하루하루는
바늘방석에서 지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소화를 팔아
자기가 편한 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죄의식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궁궐로부터 좋은 소식이 있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의 소식은 빈이 되었지만
벙어리란 것이 알려진 후에 궁궐의 가장 깊고,
구석진 곳에 살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이후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고,
어머니가 앓아 누우실 즈음에 소화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다시 찾아주지 않는 임금에 대한 원망과
궁녀들과 다른 빈들의 시기와 질투 등으로 앓아 누웠습니다.
"하나님, 단 한 번만이라도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요."
"하나님, 단 한 번만이라도 소화를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두 모녀의 간절한 기도는 이뤄지지 않았고
마침내 어머니는
소화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쳐 울다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궁궐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소화는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집을 찾았습니다.
동네 사람들마다 혀를 차며
두 모녀의 기구한 운명을 슬퍼하였습니다.
소화는 어머니의 무덤에 엎드려 한없이 울고 또 울었습니다.
"소화야, 울지 마라. 에미가 네 귀가 되어줄께."
소화는 깜짝 놀랐습니다.

난생 처음 생생하게 귀로 듣는 소리였습니다.
어머니와 수많은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마음과 마음으로 나누는 대화였습니다.
"어머니, 아니에요. 편히 쉬세요."
무덤가에서 소화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벙어리라더니 저렇게 또박또박 말을 하잖아!"
"그럼, 그게 헛소문이었단 말인가?"
소화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람들이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분명히 남의 목소리가 아닌 자기의 목소리를 들었으니까요.
"어머니!"
"그랴, 여름날이면 내가 있는 궁궐 담을 끼고 피어나마.
그래서
우리 소화가 임금님에게 사랑받는 것도 봐야지.
내 무덤가에 있는 흙 한 줌을 가져다
네가 거하는 궁궐 담에 뿌리려무나."
장례식을 마치고 궁궐에 들어간 소화를 임금님이 불렀습니다.
"빈은 그동안 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는가?"
"사실은 그동안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벙어리였습니다."
"그래? 짐은 빈이 나를 못마땅하게
여겨 그런다고 생각했었소.""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목숨을 거둘수도 있었으나
너무 아름다워 차마 그럴 수가 없었소."
소화는 어머니의 말씀대로
무덤에서 가져온 흙을 궁궐의 담에 뿌렸습니다.
임금의 사랑을 듬뿍 받을수록 소화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이른 봄부터 어머니 무덤가의 흙이 뿌려진 궁궐담에는
푸릇푸릇 싹이 나오며 담장을 기며 이파리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여름 날,
귀 모양을 닮은 꽃이 피었습니다.
'아, 어머니! 어머니!'
그 이후로 능소화는 아주 오랫동안 궁궐을 출입하는
양반들 집에 심기워져 사랑을 받아
양반꽃이라는 이름을 얻기도 했답니다.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끝내 다시 피어나는 강인한 꽃이 된 이유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피어났기 때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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