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추억
늦가을날에
동석아 달환아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
동갑내기 손자와 아들을 불러서는
흙에 여물 좀 버므리자
허무러진 외양간 벽
사각대와 수수깡역어 매고는
여물 흙으로 메우며 바르는 일
맨발로 흙과 여물을 밟는 재미가 솔솔하다
시간이 흘러 힘이 들때면
재미보다는 꾀도 부리던 시절
아버지는 겨울에 소도 추우면 안되니
바람 막아주어 따듯하게 해줘야지
하시면서 마무리는
모래와 황토를 넣어 버린 토회를 바르면
양회보다 훨씬 좋은 벽이 된다
겨울을 대비하시던
아버지의 추억을
시골집 허물어진 외양간에
빈집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