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의 특성 추운 지방에 자라는 낙엽활엽수 교목으로 나무높이 20m에 이르고 강원도 이북에 자생한다. 나무 껍질은 흰빛으로 얇은 종이처럼 벗겨진다. 잎은 삼각상 달걀모양이고 이빨모양의 크다란 단거치나 혹은 복거치가 있고 측맥은 6∼8쌍 정도이다. 꽃은 암수 한 나무로서 4∼5월에 피며 암꽃은 위로 서고 수꽃은 이삭모양 으로 아래로 처진다. 열매는 9월에 익으며 아래로 처져 달리고 열매의 날개가 종자의 폭보다 넓다. 자작나무는 화(樺) 또는 백화(白樺)라고 한다. 높이 20m, 지름 1m까지 자랄 수 있는 큰 나무이며 기온이 영하 2∼30℃씩 떨어지는 추운 지방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현재 남한에는 자작 나무가 자연 분포하는 지역은 없으며 가로수로 심고 있는 자작나무는 수입된 자작나무가 대부분이다. 자작나무는 우선 흰 껍질의 특성을 살린 쓰임새와 나무로서 쓰임새가 있다. 흰 껍질은 얇은 종이를 여러겹 붙여놓은 것처럼 차곡 차고 붙어있다. 한 장 한 장이 매끄럽고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하여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영어 이름 birch는 그 어원을 더듬어 올라가면 글을 쓰는 나무껍질이란 뜻이 있다한다.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종류의 껍질을 펴서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기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가므로 화혼(華婚)이나 화촉(華燭) 등 남녀의 만남과 연관된 이름은 껍질의 불타는 성질과 관련이 있다. 나무이름은 껍질이 탈 때 <자작 자작>소리가 난다는 데서 따온 의성어이다. 조선왕조실록 세종10년(1428) 6월9일조를 보면 함길도 경차관 정분이 수재 상황을 아뢰는 내용 중에"경성 관아의 문 앞에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하루는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고 공기는 찌는 듯이 뜨겁더니, 베필[布匹] 같은 한 물건이 공중에서 길게 쭉 뻗치어 내려왔습니다. 바로 불타는 자작나무 껍질이었습니다. 버드나무가 그 열기에 부딪혀 죽었다고 합니다. 함흥에서부터 갑산의 경계에 이르기까지 산 위의 초목이 다 타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하늘 불[天火]이라고 하였습니다."라는 기록이 있다. 나무는 껍질만큼이나 나무속도 거의 황백색으로 깨끗하고 균일하며 옹이 하나 없어 북부 지방의 서민들은 이 나무를 쪼개어 너와집의 지붕을 이었으며 죽으면 껍질로 싸서 매장하였다 한다. ▲잎-잎은 장지에서는 호생하며 단지에서는 2개씩 난다. 삼각상 난형으로 길이 5∼7㎝, 너비 4∼6㎝이며 예첨두이다. 넓은 설저 또는 아심장저이며 가장자리에 복거치가 있다. 거의 털이 없으나 잎뒷면 맥액에 갈모가 있는 경우도 있다. 엽병은 1∼3㎝이며 측맥은 6∼8쌍이다. ▲꽃-꽃은 자웅동주로서 4∼5월에 피며 암꽃은 위로 서고, 수꽃은 이삭모양으로 아래로 처진다. ▲열매-열매는 길이 3∼5㎝, 직경 0.8∼1.0㎝로서 9월에 익으며 아래로 처져 달리고 열매의 날개가 종자의 폭보다 넓다. ▲수피 및 가지-순백색의 수피를 갖고 있으며, 수평으로 종이장처럼 벗겨진다. 소지는 암자갈색으로 지점이 있다. 비고 생장이 빠르고 수피와 수형이 특이한 나무. 나무의 질이 좋아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이 나무로 만들어졌다. 생활 속의 자작나무 추위가 오면 돋보이는 것이 자작나무다. 가을이면 백두산은 황금색으로 물든 자작나무 잎으로 황색 바다를 이루고 보얀 껍질로 감싸인 줄기는 미인의 각선미를 보듯 하늘을 향해 죽죽 뻗어 있다. 자작나무류 중에서도 사스래나무는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만 자라는 낙엽 활엽수이다. 자작이란 소리만 들어도 ‘숲 속의 주인’, 북구의 평원이 연상된다. 매서운 추위를 좋아하는 탓인지 수천 수만 그루가 서로 얼싸안고 산다. 20~30m의 키 큰 자작도 북극이 가까울수록 30m 가량의 난쟁이로 변해 얼어붙은 땅을 이불처럼 덮고 있다. 자작의 특징은 나무껍질에 있다. 매끄럽고 질긴 흰색 껍질은 잘 썩지 않는다. 벗기면 종이 조각처럼 쉽게 벗겨진다. 경주 천마총(天馬塚)의 구름을 밟고 달리는 천마도(天馬圖)는 자작나무 껍질에 그려진 그림이다. 서조도(瑞鳥圖)도 마찬가지다. 백두산 사람들은 자작을 보티나무라 한다. 보티나무 밑에서 태어나 보티나무와 함께 살다가 보티나무에서 죽는다 했다. 죽으면 시신을 자작나무 껍질에 싸 묻기 때문이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면 자작나무 껍질에 싸서 보관한다. 자작 껍질에 점심밥을 싸 놓으면 3~4일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불에는 약하나 물에는 강하다. 지팡이, 낚시 대, 연장의 손잡이, 특히 단궁(檀弓)의 궁배(弓背)를 감는데 자작 이상 없었다. 목재는 단단하고 치밀해 수레바퀴나 기계, 조각재, 빗 등 특수용재로 쓴다.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高麗八萬大藏經) 경판에도 자작나무가 섞여 있다. 곡우 때 줄기에 상처를 내 흘러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무병장수 한다고 했다. 자작 둥지에 불을 피우고 줄기에 상처를 내면 물이 흐른다. 수액을 발효시킨 자작주는 만취했다가도 1시간만 지나면 깨끗이 깨는 미주(美酒)이다. 우리나라의 자생수종으로 박달이나 단목(檀木)은 단단한 나무의 대명사이다. 함경도에서는 소원성취를 비는 기도목이다. 종이가 귀할 때 자작 껍질로 명함을 만들어 썼다. 지금도 러시아에서는 자작 껍질에 새긴 명함을 쓰는 멋쟁이가 있다. 죽어 넘어진 목재를 보면 속은 다 썩어 없어졌어도 껍질은 원형대로 남아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썩을 줄을 모른다. 자작나무와 관련된 문학(시) 작품 자작나무 숲길 / 강윤후 새치 같아 아니 흑판에 백묵으로 마구 그은 선들 같아 어느 땐 뼈다귀들처럼 보이기도 해 자작나무 숲 그것 때문에 겨울 산이 더 검은지 몰라 오래 흩어졌던 길들이 빽빽이 모여 숲을 이룬 걸까 다 닳아빠지면 뼈다귀만 남는 걸까 중얼중얼 염불 소리 들려 기도 소리 같기도 하고 그렇게 뼈다귀마저 다 갈아 마시면 어디로 가게 되지 반쯤 무너진 봉분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해 한 입 베어먹은 사과처럼 보이는 그 앞에서 가로막는 것의 외로움을 생각하는 중이야 햇살이 발등에서 차곡차곡 눈을 감고 있어 자작나무 / 권경업 애동대동 하던 날 눈덮힌 잦은골 백단목 여린 껍질에 서린 사연들 우체국 소인도 없고 더러는 주소도 잊어버린 채 수취인은 먼 도시의 世波 눈가의 잔주름으로 밀려들어 쉬 알아볼 수 없을 아낙 오늘은 그 숲 그 눈밭에서 다 전하지 못했던 사연들 회한으로 일어나 하얀 알몸으로 떨고 있을 잦은골 자작나무 겨울,자작나무 / 이길원 바람이 산등성이를 달린다 휘파람을 불며 눈을 몰고 달린다 빈 까치집에 숨으려는 눈마저 사정없이 끌어 내며 달린다 바람에 못이긴 자작나무도 어느 양로원의 할머니처럼 서로의 가지를 부벼 보지만 마른 기침 쿨럭이는 할머니의 어깨같은 가지는 그만 찬바람에 꺾인다 잎이 무성하던 날 까치가 둥지를 틀면 우리의 가슴에 새끼를 품듯 그렇게 숨을 멈추던 자작나무 때로는 나뭇잎이 만든 그늘에 매미라도 숨어 들면 바람에 서걱이는 나뭇잎 달래며 소리에 취하던 자작나무 바람에 채이면서 먼 하늘 바라 보는 할머니 내세를 믿듯 봄을 그린다 자작나무 내 인생 / 정끝별 속 싶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저 서릿몸 신경줄까지 드러낸 저 헝큰 마음 언 땅에 비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 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자작나무 / 도종환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 김왕노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고 떠난 후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누군가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가를 알지만 자작나무니 풀꽃으로 부르기 위해 제 영혼의 입술을 가다듬고 셀 수 없이 익혔을 아름다운 발성법 누구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 무엇이라 부르고 싶거나 부르지만 한 사람은 부르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세상 건너편에 서 있다 우리가 서로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무엇이 되어 어둑한 골목에 환한 외등이나 꽃으로 밤새 타오르며 기다리자 새벽이 오는 발소리를 그렇게 기다리자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불러주었듯 너를 별이라 불러주었을 때 캄캄한 자작나무숲 위로 네가 별로 떠올라 휘날리면 나만의 별이라 고집하지 않겠다 너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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