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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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1941년, 만71세) 본명은 김영일. 필명이 지하였으나 필명이 굳어져 이름처럼 사용
데뷔:1969년 시"황톳길"
학력:서울대학교 미학과
시인이자 작가이며 사상가이다.
(토지) 로 알려진 소설가 박경리의 사위이다.
1964년(23세): 한일정상회담 반대 시위에 가담하여 구속되었다.
1966년(25세):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재학중에 4.19혁명과 5.16군사 정변을 겪었고 6.3사태 등을 접하면서
학생운동에 가담하여 깊이 관여하게 된다.
1969년(28세): 시 "황톳길"로 문단에 데뷔.
1970년(29세):정치인과 재벌, 관계의 부패와 비리를 질타한 오적(五賊)을 발표하여 반공법 위반
으로 체포, 투옥되었다가 풀려났다. 이를 오적 필화 사건이라 한다.
1973년(32세): 소설가 박경리의 딸 김영주와 결혼했고, 아들 김원보,김세희 형제를 두었다.
1974년(33세):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의 연루자로 지목 체포되고 긴급조치 4호
위반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후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다.
1975년(34세):2월 형집해정지로 석방되었다.
3월 13일 서울에서 원주 집으로 가려고 나오다가 중앙정보부에 연행 다시 구속.
75년이후 재판을 맏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다시 무기징역에 징역 7년형을 추가
로 선고받았다.
유신 정권이 붕괴되고 전두환 정권 출범 이후인 1980년(39세) 1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되었다.
1980년(39세): 80년 이후 각 종교의 생명존중 사상을 수용하고 생명운동을 벌이는 데 힘썼다.
1991년(50세):조선일보에 쓴 "젊은 벗들 !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죽음의 굿판을 당장 걷어
치워라" 라른 글로 분신자살을 강하게 비판했다.
2007년(66세): 대선 전에 손학규를 한나라당에서 탈당하도록 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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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1970년 5월《사상계》에 발표한 김지하의 담시(譚詩)이다. 담시란 “어원적으로 무가(舞歌)에서 출발한 장르로서 서정적, 서사적, 드라마적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특수한 형식”(네이버 지식백과에서 인용)인 서구의 발라드(ballade)를 번역․차용한 번역어인데, 김지하는 전통적인 민중적 예술 형식인 판소리의 미학을 계승하여 극적 요소, 서정적 요소, 서사적 요소를 모두 결합한 ‘소리’를 ‘담시’라고 규정했다.
김지하는 1970년대에 여러 편의 담시를 창작했는데, 「오적(五賊)」은 그 첫 번째 발표작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개발독재 과정에서 부정부패로 엄청난 부(富)를 축적한 대표적 인물형을 을사오적에 빗대어 비판한 정치시이자 풍자시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오적’의 구체적 정체는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다. 김지하는 이들 다섯 인물 유형의 한자 표기를 ‘개견(犬)’자(字)가 들어가는 새로운 조어로 표기함으로써 그들을 동물화했다. 이 시의 구체적인 배경은 60년대 후반의 한국 사회인데, 시인은 국민들 대다수가 가난하게 살고 있음에도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이들 ‘오적’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 비판하기 위해 이 시를 썼다.
특히 이 시에는 ‘오적’ 이외에도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할 임무를 맡은 포도대장이 등장한다. 경찰이나 사법당국을 상징하는 포도대장은, 그러나 시에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적에게 매수되어 죄 없는 국민들을 투옥하는 권력의 앞잡이로 등장한다. 결국 포도대장은 날벼락을 맞고 갑작스럽게 죽는데, 이는 고전소설의 권선징악을 차용하여 경찰과 사법당국을 비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김지하의 이 작품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사상계》는 폐간되었고, 작가와 편집인 등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오적」은 외화(外話)와 내화(內話)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판소리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다. 이 시에서 외화(外話)에는 창작의 배경을 서술한 부분(“~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것다.”)과 자신의 시가 구전되는 이야기를 집약한 것임을 밝히는 뒷말(“~이런 행적이 백대에 민멸치 아니하고 인구(人口)에 회자하여 날같은 거지시인의 싯귀에까지 올라 길이 길이 전해오겄다.”)의 두 부분이 포함된다.
내용의 핵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내화(內話)는 9개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적을 소개함-오적의 행적을 소개함-포도대장에게 오적을 체포하라는 어명이 떨어짐-꾀수가 오적으로 오해받아 고문을 당함-꾀수가 오적들의 거처를 밝힘-오적을 체포하기 위해 포도대장이 출동함-포도대장이 오적에게 매수당해 꾀수가 체포됨-포도대장은 오적들의 앞잡이가 되어 살아감-오적과 포도대장이 날벼락을 맞아 급사함>이 대략적인 이야기의 전개 과정이다.
판소리와 마찬가지로 담시는 민중적 장르이기 때문에 오적에 대한 비판과 풍자는 매우 적나라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시의 화자는 오적 이야기가 마치 전래되는 이야기를 구술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으나 “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처럼 공간적 배경을 ‘서울’로 설정함으로써 60~70년대 한국의 정치․경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형식을 취했다.
이 시가 발표될 무렵 우리 사회는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국가권력의 강압적인 통치에 신음하고 있었다. 발표 직전인 1969년 9월에는 국회에서 대통령의 3선 개헌안이 단 6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통과됨으로써 군부 정권의 장기 집권 시도가 노골화되었고, 발표 즈음인 1970년 3월에는 정인숙이라는 여인이 한강변에서 피살되는 사건이, 4월에는 부실 시공한 와우아파트가 붕괴되어 33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해 11월에는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며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으니,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배경으로 발표된 「오적」의 영향력이란 대단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이 발표된 《사상계》5월호는 5,000부가 모두 팔려 매진되었다고 한다.
작품해설
「오적」은 외화(外話)와 내화(內話)로 구성되었다. 외화는 창작의 배경을 밝힌 부분과 자신의 이야기가 창작이 아니라 구전되는 내용임을 밝히는 뒷말로 이루어졌고, 내화는 ‘오적’에 해당하는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의 부정 비리를 고발하고 조롱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작품 속의 명문장
“또 한 놈 나온다. / 국회의원 나온다. / 곱사같이 굽은 허리, 조조같이 가는 실눈, / 가래끓는 목소리로 웅숭거리며 나온다 / 털투성이 몽둥이에 혁명공약 휘휘감고 혁명공약 모자쓰고 혁명공약 배지차고”
예나 지금이나 국민의 행복한 삶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안위와 출세만을 살피는 정치인들은 문학의 유력한 비판 대상이었다. 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김지하의 비판은 지금 보아도 섬뜩할 정도의 살기와 풍자이다. 특히 박정희를 비롯하여 권력을 장악한 군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은 지금 읽어도 흥미롭다.
김지하시인의 특징은 눈썹에 있다.
눈썹이 짙고 마치 산이 놓여 있는 것 같다.
김지하시인은 온건한 성품이기보다는 강경한 성품이다.
이렇게 말하는 근거는 바로 눈썹에 있다.
눈썹이 검미(劍眉:칼과 같은 눈썹)이기 때문이다.
보통의 눈썹은 그 형태는 달라도
버드나무와 같은 곡선을 이루는 것이 보통의 눈썹모양이다.
이런 모양은 부드럽다.
하지만 검미는 각이져 있다.
이런 눈썹은 온건주의 보다는 강경주의 성향이 강한 것이다.
검미에 눈썹이 짙다.
짙어도 너무 짙다.
눈썹이 짙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가?
보통 눈썹은 집으로 비유하자면 지붕에 해당 된다.
얼굴에는 오악인 산이 있고 사독(四瀆)인 강이 있고 눈인 해와 달이 있고
머리털인 초목이 있다.
이것은 자연의 원리로 파악하는 얼굴 관상이다.
머리털이 초목이라고 했다.
우리 몸에 털이 머리털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눈썹또한 머리털과 같이 초목에 비유한다.
산에 초목이 너무 뺏뺏하면 어떻게 될까
좋은 것 같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좋을 것이 못된다.
초목이 적당해야 좋은 것이다.
■ 상법에 이르길
눈썹이 새까맣다고 느껴질 정도로 진하고 털이 두터우면 수명에 손상이 있는 것이다.
눈썹이 삼각형 같이 생겼으면, 그 사람의 됨됨이는 효도하지 못하고 또한 옳은 일도 하지 못한다.
김지하 시인의 눈썹모양이다.
이 눈썹모양으로는 검미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눈썹 몇가닥이 길다.
이런 눈썹을 채(彩)라고 한다.
이런 눈썹이 있는 사람은 보통 장수한다.
장수한다고 하면 위의 상법내용은 수명을 손상한다고 하였다.
수명이 손상된다는 것은 단명한다는 말이 아니다.
수명이 감소한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다음으로 김지하 시인의 눈을 살펴보자
눈빛이 살아 있다.
보통의 사람들은 나이 70정도가 되면 안광이 흐리다.
살아 있는 눈빛이라기 보다는 흐릿한 눈빛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김지하시인의 눈썹,눈에 해당하는 삼양삼음은 팔팔하며 강하다.
또한 김지하시인의 몸은 야위었지만 목소리는 울림이 있다.
이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데 김지하시인은 앞으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초야에 묻혀 살지 않고 세상속에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나타낼것이다.
김지하시인의 관상은 그렇고
물형이 궁금해진다.
김지하 문학의 밤
출처 : e뮤지엄
국적 > 시대 한국 > 광복이후(光復以後)
재질 지(紙)
크기 가로 18.9 세로 26
용도 · 기능 문화예술 > 문헌 > 문학 > 시(詩)
소장처 목포자연사박물관
유물번호 문예역사(문예역사) 140049-000
<정의>
1978년 12월에 김지하구출위원회에서 펴낸 책.
<일반적 형태 및 특징>
1978년 12월에 김지하구출위원회에서 펴낸 책으로 김지하에 대한 신학적인 입장으로부터 시작해 김지하구출위원회 1·2 성명서 등 김지하에 대해 여러 인사들이 그에 대해 서술하였다. 이 때만 해도 김지하는 옥중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김지하의 문학의 밤이라는 집회에서 출간한 책으로 보인다.
*김지하
1995년 9월 17일자 일간지에 김지하 시인은 고통과 수난, 압박의 상징이었던 과거의 `지하`란 이름을 버리고 `김형`이라는 필명(筆名)을 사용한다고 하며, 새롭게 태어난 모습으로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1941년 전남 목포 출생으로 1966년 서울대 미학과 졸업했다. 그는 6.3 사태(1964) 당시 대일 굴욕 외교 반대 투쟁에 참가한 이후 1970년대를 온통 도피와 체포와 투옥을 거듭하며 살아왔다. 오로지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 만세`를 부를 날을 애타게 염원하며 절규하듯 살아왔다. 1963년 첫 시 <저녁 이야기>를 발표한 이후, <황톳길> 계열의 초기 민중 서정시와 권력층의 부정부패를 판소리 가락에 실어 통렬하게 비판한 특유의 장시(長詩) <오적(五賊)> 계열의 시들, <빈 산>, <밤나라> 등의 빼어난 70년대의 서정시들, 그리고 80년대의 `생명`에의 외경(畏敬)과 그 실천적 일치를 꿈꾸는 아름다운 `생명`의 시편들을 만들어 냈다.
1975년에는 `로터스(LOTUS) 특별상`을 수상. 시집으로 <황토(黃土)>(1970), <타는 목마름으로>(1982), <애린>(1986), <이 가문 날에 비구름>(1988), <별밭을 우러르며>(1989), <남(南> 등이 있다.
작품
타는 목마름으로
이 시는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타는 목마름’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1연에서는 ‘신새벽’이라는 시간과 ‘뒷골목’이라는 공간이 갖는 복합적 의미 구조를 통해 화자가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데, 시인은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쓰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강렬한 소망과 이를 성취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2연은 ‘발자국 소리’에서부터 ‘탄식 소리’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소리의 중첩을 통해 이 시대의 공포와 고통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3연에서 화자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의 분노와 비통함으로 흐느끼면서 뒷골목의 나무판자에 ‘민주주의여 만세.’ 라고 쓴다. 이 구절은 그 어떤 산문적 서술보다 뚜렷하게 당시의 정치적 현실을 증언하고 있으며, 아울러 시대의 아픔을 넘어 ‘저 푸르른 자유’로 달려가겠다는 비장한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수록교과서 : (문학) 천재(김윤식), 상문
오적
이 시는 전통적인 운문 양식인 가사, 타령, 판소리 사설 등을 변용하여 쓴 ‘담시(譚詩)’라는 새로운 장시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담시(譚詩)란, 단형 서정시보다 길고 단편 소설보다는 짧은 길이 속에 당대의 정치적 문제를 기습적으로 전달하는 이야기시의 독특한 장르이다. 이러한 새로운 장르의 출현은 역사적 현실의 가장 첨예한 내용의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려는 시도에서 그 정당성을 지닌다.
여기서 ‘오적(五賊)’이라고 못박은 사람들 - 재벌, 국회 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 은 한 마디로 말해서 일제 통치의 수혜 특권층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시인은 진정으로 자율적이고 근대화된 질서를이 땅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일제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새로운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을 통해 새로운 통치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무화과
이 시는 비록 화려하거나 남들의 눈에 띄게 요란하진 않아도 '열매' 속에서 '속 꽃'을 피우며 결실을 향해 나아가는 삶을 아름답게 여기는 시인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1연에서 화자는 과음을 했는지 구토를 한 후, '잿빛 하늘'을 올려다 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무화과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화자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해 있고, 그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2연에서 화자는 친구에게 자기에게는 화려하고 좋은 젊은 시절인 '꽃 시절'이 없었다고 한탄한다. 그래서 자신의 인생은 마치 꽃 없이 열매 맺는 '무화과'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화자의 친구는 '무화과'는 꽃이 없는 게 아니라 열매 속에서 '속 꽃'을 피우기 때문에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것일 뿐, 오히려 화자는 성숙함 속에 화려하고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위로한다.
3연에서 화자와 친구는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며 걷지만, 그곳이 '검은 개굴창가'이고 그 옆으로 '검은 도둑괭이'가 지나가는 것으로 그려 내어, 여전히 현실 상황은 암울하고 힘들다는 것을 다시 환기시키며 시를 끝맺는다.
이 가문 날에 비구름
독재 정권 박정희와 가장 치열하게 맞섰던 시인 김지하의 시 세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인의 풍자 정신과 비판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장시(長詩)이자 보기 드문 담시(譚詩)이다.
1988년에 발표된 이 시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다. 이야기와 노래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담시(譚詩)라고 불린다. 독특한 판소리 어조로 구한말 동학 교주수운 최제우의 득도(得道)와 포덕(布德) 활동, 처형 장면 등을 들려 주고 있다.
이 작품에서 최제우가 중심이 되는 동학 농민 운동은 기울어져 가는 나라와 근대 제국주의적인 외세의 틈바구니에서 세상을 개혁하고 구제하려는 혁신적인 운동으로 소개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사형되는 장면에서는 최제우의 목구멍에서 온갖 중생, 바닥 쌍것들, 팔도 농투산이들이 기어 나오는데, 그들이 형장을 뒤집어엎는 장면은 “춘향전”의 어사 출두 장면을 연상케 한다.
민중적인 존재들이 목이 잘려 나간 그 구멍에서 홍수처럼 쏟아져 나와 세상을 휩쓸어 버린다는 것은 유쾌한 전복으로서 축제적인 분위기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러한 구한말의 시대 상황과 자신이 살고 있는 198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연결지어 사회 현실을 풍자, 비판하고 있다. 이 작품은 온 국민의 민주화 열망을 짓밟고 군사 쿠테타를 통해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이자, 냉전 체제의 희생물이 되어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남북한의 대치 상황에 대한 비판까지 암시하고 있다. 즉, 이 시는 구한말의 국내의 정세가 다시 반복되고 있는 듯한 역사적 현실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길
이 시는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로 먹고살 길을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야만 했던 농촌 젊은이들의 처지를 노래한 작품이다. 이 시의 화자도 그 시절의 여느 젊은이처럼 농촌을 등지고 '몸 팔러' 서울로 가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그 길이 목마르고 팍팍하기만한 길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분꽃과 밀 냄새로 비유된 고향의 기억은 꿈꾸다가도, 별빛을 따라서라도 매일 밤 오고 싶은 그리움으로 남게 될 것 또한 그는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는 '간다/울지 마라 간다'는 그를 배웅하는 어느 누구보다도 화자 자신을 향해 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구성상으로는 '간다/울지 마라 간다' 구절의 단호함과 맞물려 '몸 팔러 간다'는 표현이 반복되어 쓸쓸하고 슬픈 감정을 넘어, 농촌을 떠나지 않고서는 먹고 살 수 없는 농촌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비통함마저 느껴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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