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시집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물처럼 첫시집

泉玟 김동석 2016. 9. 12. 22:15

김동석 제1시집

 

 

 

 

 

 

 

 





 


 

김동석

 

경기 이천시 율면 총곡리 출생

서울 디지탈 대학교 중국학과 졸업 

1980~2016 삼성전자 문학동호회 청맥초대회장

(삼성전자 청맥동인지 20회 발간
2001 문예사조 시 부문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수원문인협회 회원 

, 중국, 천진 천민 지제품 유한공사 대표이사 

* 이메일 :dssskim@hanmail.net

 

이 책은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의 문화예술 발전기금을 지원받아 발간되었습니다.

 

 

 

표사글

 

김동석 시인의 시를 함유하고 있는 메타포는 긴 호흡의 회상이다 그는 삶과 죽음에 대한 존재로부터, 타국에서 오랜 생활 등으로 체감한 고향에 대한 향수와 외로움이 쌓인 회한이다. 그는 또한 내적 고뇌를 넘어 사회와 국가, 미래의 조국에 까지 스펙트럼을 광활하게 넓힌다. 그의 상상력의 원동력은 경외스런 자연과 가족, 그리고 조국(祖國)이 근원이다 또한 김동석 시인은바보시인」「」「아가미등에서와 같이, 평생 밥벌이로 느슨해진 시적 자아와의 싸움에서 밀려나가는 모습이 시적성취에 대한 의미로 표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곧, 유쾌하게 미래를 긍정하고 행복한 삶의 근원에 다가가고자 자신을 살갑게 다독이며, 다양한 주제를 건너뛰고 고향으로의 회귀에 집착하는 시인의 순수한 시어들은 독자들까지 아늑하고 따듯한 고향의 풍경을 선물해준다 또 다른 그의 관심은 타국(他國)에서 바라보는 한반도의 위상과 미래에 대한 우려이다 가령,백두산 천지」「중국 천진」「 상처 에서와 같이 몸은 타국에 있어도/ 마음은 매양 좁은 조국에 세세히 담고 사는/ 이방인의 조바심 나는 걱정은/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흔들리는/ 한반도의 운명을/ 예감처럼 타자(他者)의 시각으로 바라본 조국에 대한 우려와 걱정은 시기 장소를 가리지 않는 건강한 사유를 가진 시인이다 그가 이번 시집을 통해서 보여준 선 굵고 따듯한 시적 상상력은 우리 시단에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그의 숙명적인 장도(壯途)를 응원한다.

 

함동수 시인(,용인문협지부장)

 

표사 이지엽 교수님도 간단하게 부탁드립니다.

 

 

 

 

 

 

 

 

 

 

 

책머리에

 

어린 시절 호젓한 저녁에 아버지가 사랑방에서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성장했다. 아버지는 목수일로 농기구나 운반구, 가구 등을 직접 만들어 쓰셨으며, 아버지가 만든 미닫이식 책상에서 공부를 한 것이, 지금도 나에겐 자랑스럽다.

 

1980년 삼성에서 여가활동을 권장하고 각종동호회 활동을 시작할 때, 나는 문학 동호회를 선택하였고, 회장이 되어 여러 회원들과 시화전도 하고, 문학 행사도 하면서 문학동인지청맥을 퇴사 후 사십 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발행하여, 문집이 지금 20회에 이른다.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이었다. 그 중 다수의 회원들이 시인과 수필가, 또는 소설가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큰 보람이며 가정을 꾸리고도 꾸준히 활동을 하며 만나고 있다.

 

나는 평소에 항상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으며, 미래의 희망도 중요하고 과거의 추억도 중요하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지금 현재가 행복하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각하고 소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그것이 최고의 인생살이라는 마음으로 순간을 지내왔다.

 

그런 나태한 생각이 나의 시를 느슨하게 풀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짧다는 생각이 든 후엔, 가급적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며 살려고 애썼으며, 그런 의미에서 첫 시집에 찰나와 영원의 영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혹, 들켰다면 나의 서툰 점이다. 그러나 어쩌랴 나의 시적 능력의 한계인 것을, 앞으로는 사물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워 두 번째 시집은 물론, 산문집도 줄기차게 써 볼 생각이다. 할 일도 많고 갈 길도 멀지만 차곡차곡 엮어 가리라 다짐을 해본다.

 

끝으로, 일찍 떠나신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더욱 그리워지는 오늘,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며, 그간 나를 아끼고 지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201610

泉玟 김 동 석

 

 

 

 

차 례

1

객토(客土)

내 마음의 봄

허전한 날

석양을 보며

흐르는 물처럼

()

()

백호꽃(白虎花)

산은 그대로 있는데

거울 앞에서

햇살

돌아가야 한다면

단잠

바보 시인

논쟁(論爭)과 불화(不和)

그때 그집 (那時那家)

허연 모자

수명검색

풍차가 있는 풍경 시와 시조 각1

 

 

2

마라도

중국 천진

임진강

하롱베이(下龍北)

주왕산 예찬

명성산의 애환

독성산성

고석정

, 건릉의 효향

곡망(鵠望)하는 백령도

연화장

보은 단골

가을 하늘

추억의 싸인지(Sign)

사계절의 진상

4월이 오면

9월의 노래

겨울 연가

백두산천지

칠보산 보물

 

 

3

오줌싸개

빈 둥지

마실

에메랄드골드

산딸나무

아가미

갈대

꽃시계

군자란

동백꽃

개망초

목화와 신기루

능소화

박주가리 홀씨

양파

아마릴리스

낙엽

자귀나무 꽃

상처

청미천

 

 

4

환희

들꽃

생명(生命)

초가을

가을날의 추억

12월의 송사

별 이야기1

별 이야기2

흙냄새

아무리 추워도

순회(巡廻)

하나가 되세

진짜 같은 가짜 세상

어머니1

어머니2

어머니3

아내

아버지의 추억

나는

 

 

 

5

막둥이의 숙제

상이군경 김선대님

첫사랑

때로는

나팔꽃

나무를 보며

겨울 산수유

소모는 아이

살아있어서

살면서 느끼는

소중한 사람

친구야(카톡하면서)

가을의 합주곡

쓸쓸한 귀로

임종태님을 생각하며

나이가 들면

삼남길 세마대

팔월의 노래

바람

 

 

 

 

 

 

 

 

 

 

 

 

 

 

 

 

 

 

 

 

 

 

 

 

 

 

 

 

 

 

 

1

 

 

 

 

 

 

 

 

 

 

 

 

 

 

 

 

 

 

 

객토(客土)

                   

비와 천둥이 그친 자리

갓 일어나 바삐 움직이는

개미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터전을

뽀송뽀송한 새 흙으로 만들어가는

개미들의 객토 행진

 

미물의 진지한 모습을 보니

찌푸렸던 마음에 환한 빛이 들어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어느새 내 마음도 새 흙으로 객토를 하며

님에게 줄

향기 나는 꽃 한 송이 피운다

 

 

 

 

 

 

 

 

 

 

 

 

 

 

 

 

 

 

 

 

내 마음의  

 

                    

 

양지 바른 쪽에는

벌써 이곳저곳 새싹 뾰족하고

빈 가지에도 파릇한 여린 잎이

날개를 펴는데

 

내 가슴 속의 봄은

다가가려하면 어느새 자라

머리 감추듯

움츠려 보이질 않네.

 

내 마음의 봄처럼 대문 활짝 열어 젓혀

입춘대길 크게 써 놓으면

그대 향한 부푼 마음으로 살며시

다가오는 봄

 

오래 전 그녀를 향해

물오름 하고

새잎 틔워

살며시 내밀어 보면

 

아지랑이 아롱아롱

봄 햇살에 실타래처럼

가슴속에 있는 응어리들이

풀리고 있에

 

 

 

 

 

 

 

허전한 날

 

 

까닭 없이

으스스 춥고

온몸이 노곤노곤

망치로 얻어맞은 양

온몸이 천근만근

마음도 하여

 

가까운 산 올라

괜스레 소리소리 질러대고

찜질방 대자로 누어

땀내 모질게 맞으며

삭신을 녹아내리게 한다

귀가길 김치두부에 소주 한잔하며

어린 날 정분났던 그녀와 수채화 그리던 추억으로 나마

마음속 달래보는 이 심사

세월 탓 많은 아닌 듯하다

 

 

 

 

 

 

 

 

 

 

 

 

 

 

 

석양을 보며                              

 

 

만찬을 즐기듯

쫄깃하고

끈끈하고

불그레하게 지는 하루

 

태양은 건물과

나무사이로

하루를 먹는다

 

그늘은

수줍음처럼

하루의 심장에 박히며

 

별을 기다리면서

불그레한 나의 연인도

별처럼 상기되어

저 선을 넘나든다

 

 

 

 

 

 

 

 

 

 

 

 

 

 

 

흐르는 물처럼

 

                     

 

아무 내색도 없이

물방울이 모여모여 무리를 이루고

부딪쳐 구르다

먼 행로 제쳐두고

이끼와 술래놀이도 하며

자갈과도 입 맞추며 빛바랜 구슬처럼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위에서 아래로 소리 없이 흐른다

 

냇물의 끝을 향하여

어느새 巨山이 되어서는

모래, 자갈, 수초, 이끼와 한 몸이 되어

부딪치다 부딪쳐 구르다가

고운체로 정화되어

고진(苦溱)한 행로를 다하더니

어느새 시련도 잊은 채`

대해(大海)에 우뚝 서 있다

 

오를 것 없는 대천(大川)

하늘과 어우러져

그대와 내가 흐르는 물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다

 

 

 

 

 

 

 

 

 

 

 

()

 

 

 

산다는 것에

특별히 의미를 갖지 말자

먼 훗날의 기약도 하지 말자

 

한 올 두올 담으며

가슴을 채우듯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지내자

 

일생은 덧없고 짧은 것

순간순간마다

분수가 솟구치듯 살자

 

 

 

 

 

 

 

 

 

 

 

 

 

 

 

 

 

 

()       

 

 

 

어젯밤 자칭 별들끼리

방방(bang bang) 거리며

패거리로 싸우더니

그래도 밤이 지났다

 

평온한 하루가 시작하는 아침

온통 천지에 서리발이 서려

한줄기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녹아 흘러내리는데

 

세상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맑아 보기는 좋다만

여의도 산다는 자칭 엘리트를 보면

왠지 내 얼굴이 더 뜨겁다

 

 

 

 

 

 

 

 

 

 

 

 

 

 

 

 

 

백호꽃 (白虎花)

 

 

경인년 백()호랑이 해

포효하는 기사가 하늘을 찌르고

세상을 뒤흔든다

 

용맹하고 강인한 모습도

때론 꽃처럼

아름다운 것인지

 

수놓은 자수의

()마리 호랑이를 보니

용맹하다기보다는

순박하고도 온순한 군락의 꽃 같다

 

백송이의 백호(白虎) 꽃처럼

경인년 새해는

군락의 꽃처럼 화사하면서도

희망이 활짝 열린다

 

 

 

 

 

 

 

 

 

 

 

 

 

 

 

 

 

 

산은 그대로 있는데

 

 

 

내 고향 율면 총곡리 옷샘골

고향집 대청에서 바라보이는 원통산(圓通山)

이치나 본질이 원만하여 널리 통하고

산의 지혜와 깨달음이 있는 산 아래

영산리(靈山里)거쳐 월정리(月亭里) 가는 날이다

 

어릴 적 영산이라
먼산나물 먼산나무 간다고
어머니들과 형수들
아버지들과 엉아들 같이 간다고
떼쓰다 못간 아쉬움이 남은 산에서

개미실, 산우들과 이순 넘어 산행도 하고

산나물도 뜯으며 함께 한 시간


영촌, 잿말, 안다리골, 무시울 누비며
고사리, 다래 순, 싸리 순을 따며
원통(圓通)의 정기를 고스란히 받아왔는데

 

산은 그대로 있건만

이제 부모형제는 없고

나만이 홀로 서있네

 

 

 

 

 

 

 

 

 

 

거울 앞에서

 

 

거울도 나이가 드는지

볼수록 얼굴 사이사이 주름 늘고

희끗희끗 머릿결

눈언저리에 가을비 내린다

 

이전처럼 토실한 모습 없고

생기도 없는 모습은

세파로 덧칠에 덧칠을 했는지

쭈글쭈글 서럽다

 

허무한 마음도

머릿결처럼 허옇게 영글어 가는데

거울 속의 얼굴을 보면

참 낯설다

그건 아마 거울이 늙은 것 일게다

 

 

 

 

 

 

 

 

 

 

 

 

 

 

 

 

 

햇살

 

 

 

얘들아

점심 먹어라 하면

아니요 조금 있다 한다

 

양지에 햇살 좋아

소꿉놀이에

허기도 잊은 채

 

엄마 놀이 사방놀이에

누리 가득 

해님 가득한데

 

새싹 돋고 꽃 피우려

틈새마다

고루고루 비추는 햇살

 

온 누리 아이들 얼굴이

발그레 생기가 돋는 것처럼

만물이 소곤소곤

일어나고 솟아나네

 

 

 

 

 

 

 

 

 

 

 

 

 

 

돌아가야 한다면

 

 

천진 봄 야유회 길에

막아놓은 장애물

철봉처럼 세워 놓은 높이를 올려 가려다

중간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결국 철봉 뽑아내고야 가니

훌쩍 지난 시간

우회를 한 것보다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한 야유회는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살면서 장애물은

나의 주변 사람들이 막아 놓은 것이 대부분인데

인생길도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고

그렇다고 인생길이 더 어렵다고만은 않겠다

 

최선이 아닌 것이 최선인 것처럼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리

 

 

 

 

 

 

 

 

 

 

 

 

 

 

단잠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나도 모르게 사르르 잠이 온다

 

어쩌다 운전할라치면 쏟아지는 졸음에

꿈속 삼매경 빠져 들어

피차(彼此)를 넘나들며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빠앙!- 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든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의자에 머리를 젖혀 잠을 청한다

누군가 뭐해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단잠은 설쳤어도

 

그 땐 확실히 개운한 단잠

꿈속에서 만난

아름다운 그 세계는 낯설지 않다

 

 

 

 

 

 

 

 

 

 

 

 

 

 

 

 

 

바보 시인 

  

 

세상에 

시인은 바보 천치 멍텅구리

끼닛거리 없다 해도

아이들이 과자 사달라고 해도

시 쪼가리 말 쪼가리로 나불대고 싶기도

태연한 척

잘난 척현실은 아닌 데

선비가 양반입네 하던 시절도 아닌데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주막거리나 기웃 거리며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난

밥그릇에 매달려

가장노릇이 먼저라 생각하여

시인의 길 제대로 걷지를 못하였으니

그간의 방기(放棄)가 부끄럽다

이순에 시 한수 쓰려니

안 되는 건 당연지사

 

하기야 내 인생 

웃으며 살 수 있었으면 되었지 뭘 더 바라랴

 

그래도 시는 쓰고 싶다

바보 같은 시인

 

 

 

 

 

 

 

 

논쟁(論爭)과 불화(不和)

 

눈 덩이
바위덩이
솔잎처럼 찌르기도 하고
목련처럼 부드럽기도 하지
솔방울처럼 단단한 것이
터져서 씨앗을 내기도 하지만
송화 가루 꽃이 피기도 하지


자색 목련
하얀 목련이 진하기는 하지만
매혹적이고
부드럽기도 하고
열매는 동실동실하다


論爭은 늘 그렇지
不和를 만드는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연한 것과 딱딱한 것이
조화처럼 늘 不和와 함께 하듯
치고 박고
터지고 하다가도

일어서면 언제 그랬냐싶게

논쟁과 불화의 묘미는 이렇게 언제 그랬냐며
훌훌 털고 일어나는

기본의 바탕이 그리운 요즘

 


 

 

 

 

 

 

 

 

那時那家(나스나자)

 

 

중국 천진

이국땅 서청구나 대항구에 가면

간판이 걸려있다

 

서청구에 가면 왔어 하면서 반기는 민병창 띠동갑 형님

대항구에 가면 어서와 하면서 반기는 손달순 열살위 형님

들어서면 주저리주저리 고향이야기며

부산 갈매기이야기며 충북선이야기가 나오고

전라도 강원도 이야기가 나오고

팔도강산 금수강산 이야기가

끊일 줄 모르고 줄줄이 나오는

그때 그 집

那時那家

 

갈 때마다

那時那家(나스나자) 이름도 좋은

그때 그 집에 가면 추억의 여인이 있을 것도 같고

오랜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고향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춤도 추고 이야기꽃도 피우고

어릴 적 이야기가 솔솔 나올듯 하는

그때 그 집

那時那家

 

그때 그 집은

늘 북적인다

중국 사람도 한국 사람도

동북의 우리 동포들도 북한 사람의 이야기도

늘 시끌벅적이는

어쩌면 여기가 통일 한국인 것 같다

 

 

 

 

 

허연모자

 

 

흰머리 많다고 하나 둘

뽑아내던 새치

 

이제는 버젓이 주인 되어

백발이다

 

유수처럼 흘러흘러

이순(耳順)에 다다라

 

돌아온 길 눈여겨 새기고

주섬주섬

 

새록새록 나는 기억이

돌아올 줄 모르는데

 

곱게 늙어가네

그 소리에 위안이 될는지

 

허연 모자는

세월을 이길 수 없다 하네

 

 

 

 

 

 

 

 

 

 

 

수명 검색

 

 

SNS 에서 당신의 수명은 언제까지인지

궁금하시지요?

 

시키는 대로 클릭하니

‘20250215

이렇다고 하네

 

내 나이 이순은 넘고

올해가 2016년이니 허 허

10년 남았다 하니

 

10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나

이거야 정말

 

아예 모르고 사는 게 약인 것을

죽는 날 받았다 생각하니

그냥 서럽고 불안하니

 

내일 죽더라도

 

그게 훨씬 속 편한 것을

괜한 짓 했다

씁쓸하고 또 씁쓸하다

 

 

 

 

 

 

 

 

풍차가 있는 풍경

 

 

소래 습지에 가면

풍차가 바람을 돌리고

 

갈대들의 춤 어울렁

인파들도 흥 더울렁

 

수면 속엔 소금 한줌

내 마음엔 바람개비

 

 

 

 

2

 

생명이

살아서는

움직여 꿈틀대고

 

풍차가 바람일어

갈대가 춤을 추며

 

수면아래 물방개들과

세월을 꿰어 맨다

 

 

 

 

 

 

 

 

 

 

 

 

 

 

2

 

 

 

 

 

 

 

 

 

 

 

 

 

 

 

마라도

 

 

제주섬 그 아래 마라도는

낮밤 쉬지 않고

한 장 연잎 이슬 위에서

너랑 나랑 편히 지내라 불 밝히며

갈매기 불러다 잠재우며

청신호 보낸다

 

해녀는 오늘도

햇살 맞으며 첨벙 뛰어 들어

고진한 하루를 맞으며

등대지기 뱃고동 소리에

삼천리금수강산 편한 밤

안식처 하라고

불빛 삼시 사방 밝히는데

 

십자성소식

마닐라

발리, 괌 소식

제일 먼저 알리며

대한이 우뚝 서면

태극기는 쉼 없이

여기부터가 대한이라고

어서 오세요 손짓하고 있네

 

 

 

 

 

 

 

 

 

 

 

 

중국 천진

 

천진은 끝없이 펼쳐진 들판이 바다인 듯

사방이 광활한데

우리 한국의 땅이 들어앉은 것보다

더 큰 평지의 화북성 안에 있다

 

비가 오기 전에는 딱딱하고

비가 오면 갯벌처럼 질퍽이는데

공기도 물도 나쁜 그 곳을

이젠 우리들의 땅인 양

공장도 짓고 어우러져 산다

  

그러나 산이 없으니 농업이 번창하고

항구이니 해산물이 흔하고

북경을 잇는 곳이기도 하고

상해나 대련이나 서쪽으로 가는 길목이라

교통이 좋은 천진

 

동북삼성에서도 남방으로 거쳐야만 가는 곳이라

천진에 천만 명이 살고 북경에 기천만명이 사는

화북성이 팔 천만 명이면 1억의 생활 터전이라

모든 곳이 집중하는 너른 땅 천진인데

 

이젠 한국인이 오만 명에 교포가 십만 명은 넘어

길가는 곳곳마다 어제 만났던 사람같이 정이 넘치는

넓은 목화밭의 천진에

조선의 미래가 꿈을 꾼다

 

 

 

 

 

 

 

임진강

 

임진강을 끼고 자유로를 따라 간 임진각

가지 못하고 있는 녹슨 기차가

음향기기로 계속 기적소릴 울리는데

땅거미가 깔리면서 가로등 불빛이 줄을 서면

사람들은 언젠간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쓸쓸하게 돌아선다

오열과 한탄으로 붙어있는 실향민의 글씨

철조망사이로 불빛이 한 줄로 선 남방한계선과

휴전선 그리고 북방한계선

 

이념을 벗어나

자유의 다리를 넘어 개성으로 평양 신의주의 압록강과

백두산 천지 그리고, 나진 두만강까지 갈 순 없을지

통일을 염원하는 제단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망향의 노래비의 사연과

저곳에 쓰인 한 많은 사연이 흐르고 있는 임진강

 

북쪽 불빛이 너무 없어 인가가 안 보이고

남쪽 밤거리는 대낮이니 더욱 애절한데

캄캄한 북녘 땅

그 곳에 자유평화의 백열전등이라도 켜주고 싶다

가자! 밝은 빛의 통일로

가보자 8천만이 하나 되는 미래의 조국으로

한 많은 사연들이 줄줄이 메아리치는 임진강에서

오늘도 통일의 물줄기

갈망처럼 흐르고 있다

 

 

 

 

 

 

 

하롱베이(下龍北)

 

 

 

중국 하이난(海南)섬 서쪽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이퐁항구를 지나

하롱베이 가는 길은 오토바이의 퍼레이드로

길손마저 더디다

직사각형 슬라브 집들이 눈가를 스치는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3모작 베트남은

지구상의 천국인 듯

멀리 보일 듯 말듯 석회암산에도 생명이 숨쉬고

 

암벽 틈틈이 어우러진 풀잎 하나하나에도

신비를 더해 바위 하나하나가 예술

조물주의 조각품에 신선들의 연출 같다

입맞춤도 강아지 고양이 낙타 코끼리도 연출하는

 

삼천의 신들이 사는 하롱베이

운무에 아스라이 보이는 섬들과

동굴 속 석회수의 퇴적이 만든 궁전을 보노라면

태초의 신들이 놀았을 궁전에 탄성이 절로 난다

 

 

 

 

 

 

 

 

 

 

 

 

 

주왕산 예찬

​​​

 

 

청송 주왕산을 산행하다 보면

가을 단풍 호수 암벽에 입이 딱 벌어져

여보야 멋있나

멋지데이소리가 들렸다


주왕이 마장군 오형제에게 쫓겨

길도 없이 오르지도 못하는 험한 주왕 굴에 피신하였으나
화살 공격에 육탄 공격을 하여서
비로소 당나라 요구사항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던

주왕의 피가 대천을 진동하며
수달래꽃이 온산에 피었다는 주왕산


신라 천년사직을 고하고 고려에 들어서니
그제야 애도와 그의 죽음에 이름도 주왕산이라 명명되고
온갖 바위들의 기세가 대전사에 모여
목탁소리 불경소리 끊일 줄 몰랐다

산을 오르다 보면

연화암에서 불공이 지극 정성이었던

딸 백련공주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네

 

 

 

 

 

 

 

 

 

 

 

 

 

 

명성산의 애환

 

 

 

포천과 철원을 어우러진 명성산은

억새축제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

산행에 울음산이 고한다

마의태자의 한과 궁예가 왕건에게 피살되어

명성산의 울음소리가 천지를 울리고

부하들과 애마도 울어 산을 울렸단다

 

그뿐이랴 한국 전쟁 시

포격으로 울창한 숲이 초토화된 황무지에

억새가 무성하여 병사들의 피가 거름되어서는

가을이면 흰 눈 내리듯 홀씨 바람에 날린다

삼백 명 유해의 한을 달래기도 하고

등룡폭포 비룡폭포도 울어

산정호수에 눈물바다 이루었다는 명성산

 

명성산 바위에 부딪친 바람소리 떨어져

자인사 염불소리로

명성산 울음 그칠까 모르겠다만

등산객 만천인 들이여 마음하나 모아 보소

삼백 명 호국영령 앞에

오늘도 내일도 빌고 또 빌어주세

 

 

 

 

 

 

 

 

 

 

 

 

독성산성

 

 

 

 

병점을 지나 한신대를 끼고 가파르게 오르는 길

양산박으로 착각하며 오른 양산봉에는 벚나무가 반기고

바라보이는 수원의 팔달산 아래 펼쳐진 화성이 타오르며

 

정조대왕의 효심이 분산되어 광교산으로 뻗치어 돌아

콩크리트 도로를 따라 가파른 비탈길 숨차게 올라서면

백제의 역사를 간직한 보적사의 양쪽에 석불이 반긴다

 

느티나무와 오동나무도 반기어 한여름의 그늘이 된어준다

삼남길 마패인장을 찍어서 독성산성을 지나노라 고하면서

고장성 따라 돌다보면 사방이 훤하여 가슴이 확 트이고

 

권율장군의 재치도 보이고 숙종과 변응성도 보이며

정조대왕의 화산에 모신 아버지의 융능도 보이는 곳에

수백 년 동안 화성, 처인성과 함께 최종 방어지 독산성

 

지금은 잣나무와 오동나무 밤나무 그리고 벚나무가

피톤치드 최고치의 산림욕장으로 오늘도 인산인해(人山人海)

독성산성 세마대는 米水柏松으로 全身浴을 하고 있다

 

 

 

*.세마대 : 임진왜란 때인 1593(선조 26) 권율(權慄)이 쌀로 왜적을 물리쳤던 산성.

 

 

 

 

 

 

 

 

 

 

고석정

 

 

 

 

아내와 화천 지나 수피령을 넘어

*수현 공원에 들러 헌화와 기도를 하고

한탄강 고석정에 들어서니 전설이 안긴다

 

*은시 대협곡의 200미터 푹 꺼진 협곡은 아니더라도

*고석정 경관에 취하고 뱃놀이에 세월을 낚는다

웅장함은 못하지만 수려함과 강물소리 경쾌하여

 

한탄강 고석정과 함께 일억 년 전으로 돌아가

오늘의 분단의 아픔 되돌려 가지고 오고 싶고

한탄강 이름도 하나강으로 만들어 하나가 되어

 

흐르는 물처럼 하나로 섞이듯 자유왕래 하며면서

한반도 중심을 세로 지르는 3번 국도를 따라

통일되어 원산 회령 두만강 *녹둔도로 가보자

 

 

*.고석정은 철원에 있는 한탄강에 있는 정자

*.녹둔도는 두만강에 있는 섬으로 원래 우리 땅 이었는데 소련이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

*.은시대협곡은 중국 호북성에 있는 어림잡아 폭 50m 높이 200m에 길이가 수십키로 되는 협곡

*.수현공원은 김수현병장이 간첩과 싸우다 전사한 추모공원

 

 

 

 

 

 

 

 

 

, 건릉의 효향(孝香)

 

 

 

 

융릉연꽃비석에

피지 못한 봉우리 슬픔 서려

(), ()

겸비하고 총명한 사도세자를

영조는 당파싸움에 아들을 하늘 보내고

 

왕위를 계승한

정조는 아버지 닮아서

 

()와 무()를 겸비하고 

효성이 지극하여

죽어서도 부모 옆자리 지키는 곳, ‘건릉이라네

 

 

 

 

 

 

 

 

 

 

 

 

 

 

곡망(鵠望)하는 백령도

 

 

 

 

야무진 차돌이 억 겹의 세월 속에

콩 돌이 되어 새알로 만들어지어

갈매기의 알도 분간 못 하는 이곳에서

모래알이 된 규조토 사곳 천연비행장을 이용하여

작전 수행도 하고 수송기가 이착륙도 하는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북위 3752

최북단에 있는 억 겹의 백령도

 

2  

 

곡망(鵠望)은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에게 쫓겨난 딸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심청은 인당수에 빠지면서 아버지 눈뜨게 하시었고

6,25동란시 북쪽에서 피난 와서 돌아가기를 바라는 주민들

어찌 허구적 곡망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얀 날개깃을 가진 곳에 가면 연인이 있다는 백령도(白翎島)

백령도는 통일이 되기를 학수고대 한다

 

3  

 

따오기들의 서식과 점박이 물 곰의 지상낙원과

장군들의 회의 모습을 한다하여 두무진(頭武津)

어찌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랴마는

북한 어뢰로 침몰된 천안함 위령탑에는

전사한 장병들의 넋이 오늘도 꺼지지 않는 불이 타고 있는데

주민과 해병전우들 그리고 국민들은

오늘도 백령도는 평화롭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곡망 : 학수고대하면 이루어진다는 뜻임

 

연화장(蓮花葬)

 

 

 

가을하늘이 높아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날씨인데

오늘 가신 고인은 아무 말이 없으시다

 

극락은 뭐고 천당은 무엇인지

국화 한 송이를 올려놓기도 하고

향을 피워 꽂기도 한다

 

아무 말도 없는 고인이건만

이승에서 만난 이들의 작별이 아쉬운 듯

적막감이 공허하게 내려앉으며

 

황순원의 시 밀어가 생각나서

나 또한 저 쪽 사정이나 듣고 싶고

내세는 있는지 재미는 있는지 묻고 싶은데

아무 말 없이 공허한 고요만 감돈다

 

 

 

 

 

 

*황순원의 밀어의 시는 묘지기가 되어 저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이쪽의 안부만 묻는다는 시다

 

 

 

 

 

 

 

 

 

 

보은단(報恩緞)

 



일개 역관의 동네를 보은단골이라고 한 사연인즉 
조선 태조 이성계의 부친이 이자춘 임에도 
역적 이인임으로 명나라 대명회전(大明會典)에 기록되어 
이백 여년을 오면서도 바꾸지 못해오다

홍순언이 도와주어 부모의 시신을 모신 여인이

 

효녀소리 듣고 예부시랑(禮部侍郞石星의 부인이 되어 
극진한 대우와 보은단의 비단을 수놓아 보내고 
종계변무(宗系辨誣)를 해결하여주고 병부상서가 되어서는 
임진왜란 시 병력도 파견해준 사연이 있는 곳인데

보은단골를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들만 북적인다

 
베푼 인연에 감동받아 보은으로 돌아오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잘 깨우쳐주는 설화인데도

어려운 일에 외면하는 각박한 세상 

이 길에 큰 표지 석 만들어

보은단골을 알리자는 생각이 간절하다

 

 

 


洪純諺(1518~1608)宣祖譯官이라고 함

태평로 1180번지 현 롯데호텔 동남쪽

 

 

 

 

 

 

 

가을 하늘

 

 

 

땡볕 아래 노고지리*

달아올라

하늘 높다 

 

들녘 곡식 송골송골

알알이

속삭일 때

 

매미소리 하늘 찌르고

귀뚜라미 소리

밤 깊어

 

하늘도 더위 뱉고

천고마비

책을 읽고

 

서산의 해는

사념에 젖다

 

 

 

 

*.노고지리: 종달새

 

 

 

 

 

 

 

 

 

 

추억의 싸인지(sign )

 

 

 

갓 열다섯 열여섯 된 코흘리개가

노란 파란 빨간 연두

이름 주소 네 성격은

만약 애인이 있다면

그리고 나에 대한 네 생각은

너의 장래 희망은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싸인지 돌리던 그 시절

어른이 된 듯이 내 살 판이었다

이순 되어 읽어보니

가관도 아니지만

꿈도 많고 좋아하던 짝꿍도 있던 소중한 추억

참 어설프기도 하고

()도 안차다

 

그래도 다시 돌아가 볼 수 없는 그 追憶

간직하고 싶은 보물처럼 소중하여라

 

 

 

 

 

 

 

 

 

 

 

 

 

 

사계절의 진상

 

 

봄엔

연푸른 신록이 우주를 열고

 

여름엔

짙푸른 녹음이 태양을 연다

 

가을엔

형형색색 낙엽이 별을 달고

 

겨울엔

헐벗은 나무가 달을 걸친다

 

사계절처럼

시기도 슬픔도 사랑도 이별도

오해도 실망도 경험하고 철이 들고

 

우주 태양, 별도 달도 따며

삶의 바구니가 주렁주렁 달리는

사계절의 진상

 


 

 

 

 

 

 

 

 

 

4월이 오면

 

 

 

영춘화,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매화, 라일락

벚꽃이 산과 들을 덮을 때면

나는 편지를 쓰고 싶다

 

한 아름 꽃잎과 향기를 담아서

오랜 전의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받는 곳도 수신인도 없이

꽃들의 마음까지 담아 보내는

편지를 보내고 싶다

 

말없이도

글 없이도

그녀는 내 사랑을 절로 알리라

사랑하는 이여!

 

 

 

 

 

 

 

 

 

 

 

 

 

 

 

 

9월의 노래

 

 



삼복더위 엊그제 찜통이더니
그런 날 없었다고 시치미 뚝 떼고는
오곡백과들 잔치하잔다


코스모스 잠자리

국화꽃 만발하며 벌들이 윙윙거리며
들에는 가을걷이로 분주하다

고향도 한창 풍성한 가을이겠지

중국 천진의 가을을 보니

내 마음은 고향으로 가있다

하늘에 풍덩 빠져 허우적대는 일이 있어도

가을의 덫에 걸려

9월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

 




 

 

 

 

 

 

 

 

 

겨울 연가 (보리이야기)

 

 

 

난 겨울을 사랑했지

나의 주인은 가을에

날 잉태하게 하였답니다

 

겨울은 날 사랑했지

하늘에선 눈 내려 덮어주고

땅속에선 훈훈한 열기도 품어 주었지

 

봄빛 따스한 날

땟거리 떨어질 때 쯤

나는 은혜에 보답을 하려고

 

겨울 내내

노래 부르며

춤을 추었다오

나 보리는 겨울 내내

그렇게 흥얼흥얼

봄을 기다렸다오

 

 

 

 

 

 

 

 

 

 

 

백두산 천지

 

 

 

광복 70주년 맞아

백두산 천지를 가기위해

첫날 서파입구에서 개미실 친구들과 만나 천지를 보던 그날

모두들 우리 땅 북한으로 백두산엘 오면 좋을 것을 하며

애국가를 부르며 천지를 관람하고 보던 첫날

금강대협곡으로 내려오며 만감이 교차한다

 

다음날 북파로 올라 천문봉 2650미터에선

구름이 너무 많아 실망하던 순간에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드러낸 천지 모습

감탄과 함성이 쏟아져 천지가 들썩였다

이쪽저쪽 형세가 다르고 웅장한 천지는 우리의 영지(靈地)

장백폭포로 소천지 녹연담으로 내려오며 감회가 새롭다

 

광복 70주년에 고한다

만주벌판에서 말다리던 우리후예들의 기백과

독립투사들의 백은평, 본오동전투, 청산리대첩의 독립 운동가들의

우리민족의 곳곳에 혼이 깃든

돈화 연길 화룡 용정 왕청 훈춘 도문 길림성과 흑룡강성은

만주와 간도로 우리의 땅이 아니던가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기상과

해동성국 발해의 대조영 223년 세상이 다시오는듯한 기분이다

백두산정계비의

서위 압록 동위 토문 내용도 밝혀보세

천지의 물이 장백폭포 이도백하를 거쳐 토문, 송하흑룡, 오소리강으로 흘러

두만강강과 함께 동해로 가고 압록강은 서해로 흐르는 우리의 터전

 

지금은 한반도가 남북한 분단국에 광복 70주년이니

어찌해보기 어렵다마는 통일이 되기 전 우리역사 바로 알아

만주 벌판의 웅지 키우고 요동반도 고구려의 기상 키워가세

백두산 천지, 대한민국의 영지(靈地)에서 비노라

민족이여 하나가 되어 재도약 하세

 

* 동북삼성 여행기

칠보산 보물

 

 

 

 

용화사 금불상은 무엇을 하시고

개심사 무학사는 무엇을 하시어

여덟 개 보물 중 금 닭을 잃어버리시고

산삼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단다

 

안산 부자가 황계를 가져가서는

큰 부자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

죄받아 꼽추가 되었다는 설도 있는데

원평리 우씨가 집짓다 발견하여 박물관에

팔백만원 받고 팔아먹었다는 설도 있다는 칠보산 보물

 

북방계획 꿈꾸신 우암 송시열 매곡서원은

주춧돌만 남아 다시 축성되기를 기다리는데

백 육십 여종 식물들과 삼십 사개의 조류들

울고 웃으며 세월 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여덟 개 보물중 하나가 없어지고

 

일곱 개 보물이 있다는 칠보산 등산객들

칠보엔 관심 없고 생의 희망 중에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이 영영복래(靈榮福來)라며

거친 호흡 몰아쉬며

귀한 보물 안고들 간다

 

 

 

 

 

 

 

 

 

 

 

 

 

 

 

 

3

 

 

 

 

 

 

 

 

 

 

 

 

 

 

 

 

 

 

 

 

 

오줌싸개 (a bed watter)

 

 

 

수원1번국도 지나노라니

키를 쓰고 있는 눈물 흘리는

인형이 있어

어린 시절이 현현(顯顯)한다

 

개구쟁이 시절

아버지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다 잠이 들어

꿈꾸면서 오줌 싸던 때가 있었다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어 오라며

이른 아침에 옻샘골 마을을 돌았다

창피하여 눈물 흘리던 시절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지고

동네에 사시던 내칭이 댁내와 수실말댁

용머리댁 토깨댁 원댕이댁 골문이댁

성골댁 주천댁 개미실댁네와

마루태기댁 어른들이 눈에 선하고

오줌싸개가 키 쓰고 소금 얻는 인형을 보니

향수에 젖어

 

어머니와 동네어른들이 몹시

그리워지는 날이다

 

 

 

 

 

 

 

 

빈 둥지

 

 

 

이국땅 천진

외로운 빈 까치집을 보니

고향 생각이 간절하다

예전에 우리들이 살던

집하나 둘 없어지고

주인 없는 집으로 남아 있는 빈 집

형수만 계시는 외로운 집

 

지금 내가 돌아가도 이순의 나이에

가서 본들 다시 올 수는 없는 지난 날

나 살아 생전이라도

저 빈 둥지에 돌아가고 싶다

 

봄이 와서

까치가 저 둥지를 찾는 것처럼

고향의 빈 둥지에

여생을 틀어 즐기며

글이나 쓰며 친구들이나 불러 모으고 싶다

 

 

 

 

*이국땅에서 빈 까치집을 바라보며

 

 

 

 

 

 

 

 

마실

 

 

 

친구가 온가족이

<마실 한정식>에서
함께한 나들이 오찬
웃음꽃이 만발하는 사진을 보니

 

마실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지 않고 추억으로 잠긴다

 
어릴 적 긴긴 겨울밤 이웃에 마실가서
소꿉친구 춘자 무성이 성배 백은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밤새는 지도 모르던 시절


찬밥에 김장김치와 고추장에
화롯불에 올려

들기름 넣고 비벼먹던 시절이 그리운데


엊그제 이팔청춘 인듯한데 환갑이 넘어 중반이니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인생
그리운 친구들과 살고 싶다

 


 

 

 

 

 

 

 

 

 

에메랄드 골드

 

 

 

황금 실나무를

에메랄드 그린 또는 골드라고 한다

향나무나 측백나무 편백나무

노간주나무 비슷한 나무임에도

더 정감이 가고 보기에도 넉넉한 황금 실나무

 

금빛 찬란하여 아름답고

촉감이 부드러워 살며시 임의 얼굴에 대고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어지는 나무

귀속에 속삭임을 하는 듯 달콤한 밀어가 다가온다

 

가끔 삶이 힘들어지고

어떤 욕망이 솟구칠 때면

황금 실나무처럼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이고 싶다

 

어려울 때 모두의 힘이 되는

열사(烈士)처럼

 

 

 

 

 

 

 

 

 

 

 

 

 

산딸나무

  

 

 

 

이름이 희한하여 물어본다.

왜 하필이면 산 딸이니

, 난 산딸기와 비슷하여 사람들이 붙여 주었단다

넓적한 배지색 꽃잎 네 개 가운데에

열매를 두어 익어가며

국기봉 봉우리와 같이 익어 간다

나무 대는 단단하여

박달나무 같아 도리깨 하면 좋은 나무

 

둥그런 열매에

점이 박힌 모습이 참 순하게 보이고

연지를 둘만 찍으면 더 예쁠 텐데

곰보처럼 점이 여러 개가 박혀 추녀다

그래도 부드럽고 온화하여

깨물어 주고 싶은 여인 볼 같다

 

앵두같이 은근하고

달콤한 사랑 맛

세상도 달콤하게 커간다

 

 

  

 

 

 

 

 

 

 

 

 

아가미(gill)

 

 

 

나는 바다 속

저 깊은 바다에 물고기들의

아가미를 가지고 싶다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물속의 세상에 들어가

미물도 물고기도 무명의 해초들이 있듯이

이 세상에서도 삼라만상이 있는 사람이 사는 곳

나는 사람들에게 산소를 주고 싶다

 

하늘이 황사로 인하여 흐려진 공기를 정화하여

맑은 공기를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가미의 네 장의 편 세가 되어 

모두에게 깨끗한 맑은 공기를 주고 싶다

 

세상의 아가미

정화의 아가미

물고기의 아가미

오늘 진솔한 마음을 주고 싶다

 

 

 

 

 

 

 

 

 

 

 

 

갈대

 


아픔도 슬픔도 없는 갈대
바람이 불거든 받아서 넘기고
눈이 오거든 안아서 포옹하며
세월이 가거든 물결과 하나 되어
오는 건지 가는 건지 모르게 하고


봄에 새싹이 자라나서
여름 혹서기에 단련하면서

억세게 크며 힘자랑도 하더니만
가을날 새 생명을 잉태하려
갈대가 바람에 순응 한다

 

세상이 꼿꼿하게 살라 하는 데
오늘도 꿋꿋하게 넘실넘실 대며
순응의 묘미에 오늘도 가고 있다  

 

 

 

 

 

 

 

 

 

 

 

 

 

 

 

 

 

꽃시계

 

 

 

열두시가 알리면 영시란다

밤에 피는 꽃은 아무래도 비밀이 많을 것으로

누가 알까 모르게 피어서 이슬이 내리는 아침이면

새 손님 맞으려 햇빛에 방긋이 웃는다

한시 두시 세시 네 시 다섯 시까지도

잠이 안 오는 날은

게슴츠레한 눈으로 모두 훔쳐본다

아니 심하게 난타질하며 마구 짓 밞아 넘본다

누가 알까 숨 죽여 게슴츠레한 눈이 새우가 된다

잠을 못잔 새우 눈은 새로운 꽃도 못 보는 날이 허다하다

 

쉼 없이 고장도 없이 돌고 돌며 넘보기도 덮치기도 하며

꽃들을 잉태도 고증도 하며 웃음도 뿌리고 비애도 낳는다

훌훌 털기도 하고 나르기도 한다 

접시꽃도 해당화도 백일홍도 금송화도 국화도 백합도

사계의 꽃시계를 만든다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기도

하루 이틀 삼백 육십 오일이 간다

() 바늘이 돌고 돌면 새날이 오고

꽃시계는 평생의 세월이 된다

그저 의미의 꽃이 되기를 넌지시 바라며

그가 가는 곳으로 따라 가고 있다

 

함께하는 모든 이여

어느 꽃이 되렵니까?

 

 

 

 

 

 

 

 

군 자 란

 

 

 

 

아무도 없던 집에

이국에서 오자마자 물을 주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군자란 꽃대가 삐죽하더니

꽃 하나가 부드럽게 속내를 드러냈구나

 

겨울에 적당히 추위도 맛보고

적당히 풍파도 겪어야 된다고 하더라

겨우내 시련을 격은 너는

연하면서 부드러운 선비의 자태와

하양도 분홍색도 넘어서는 연한 너의 고운 빛깔

고고함과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마음껏 뽐내도 될 터인데

너무 수줍어 하지마라

수줍어하는 네 모습이 안쓰럽다

화들짝 핀 저 모습

그래도 수줍어

하나 둘 셋

많이도 꽃대를 피워 냈구나

소복하여

혼자 보기 아까운데

혼자와 있는 애비가 걱정되어 작은 딸 내외

빈 냉장고도 채워주고 밑반찬도 채워 주러 왔다가

군자란 소복한 미소에

함지박 미소 담아 간다 

 

 

 

 

 

동백꽃

 

 

 

너야 말로 당당하다

끝끝내 상대도 없는 동장군과 맞장을 뜨다가

손끝 정도는 댕강 부러진다 해도

결코 주저앉을 수 없다

그럼에도 엄동설한 호시탐탐

햇살에 삐죽삐죽

꽃샘추위 움찔움찔 아랑곳없이

혁명의 성공처럼 빨갛게 만개해서

봄 잔치에 어화둥둥 깃발을 날리누나

 

눈 속에서 조차 웅크리고 앉아

속절없이 수형(水刑)을 사는 동백의 절개로

기필코 전하려는 인동초의 소식은

대체, 무엇이더냐

 

너의 가슴에 품고 있는 절절한 응어리

끝내 봄도 오기 전에 푸른빛으로 붉은 꽃으로

혹독한 겨울 지나 넉넉하게 자리를 지키는

갈매나무 같은 푸른 네 정신을 닮고 싶구나

 

 

 

 

 

 

 

 

 

 

 

 

개 망 초

 

 

 

봄부터 내가 먼저

네가 먼저

여름내 훤칠한 키 뽐내는 너를 보며

 

잡초에 불과하던 개망초들의 반란으로 널 부러진

별들의 꽃무늬 잔치판을

그들이 뭉쳐 봉기하듯 일제히

꽃피는 너는 아름답다

 

잊지 못할 불망초(不忘草)

잊을 수 없는 개망초

하얗게 눈 내린 잡초들만의 신성한 혁명

눈부신 신들의 축제가 펼쳐지고

 

잊을 수 없는 한여름의 꽃 축제는

가슴시린 잡초들의 행진을

파란 하늘도 입 맞춰 배색을 하네

 

그래 조화로운 개망초 같이

오늘 우리 함께

실컷 어우러져 보세나

 

 

 

 

 

 

 

 

 

 

 

 

 

목화와 신기루

 



천릿길 가도 산이 없는
천진 그리고 화북 뜰
천지가 목화밭인데
추수 시기 지나도록 그대로다


농부는 아마
마지막 꽃까지
목화송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
목화밭 근처엔 발길이 뜸하다


서릿발 내리던 아침을 지나
영상으로 오는 시간엔
햇볕과 조화되어
수증기 날려 송이와 하늘사이 은하천 이루는데


하도 아름다워 가던 길 멈추고
다가가 잡으려 하니
휑하니 온 데 간 데 없다

신기루처럼

 

 

 

 

 

 

 

 

 

 

 

 

능소화(凌霄花)

 

 

 

노란과 주황의 부드러운 변이가

신비로운 꽃

하늘을 향해 오르며

하늘을 업신여긴 꽃

덩굴이 하늘을 찌르고

낙화도 고고하게 툭 뚝 떨어지는 꽃

 

급제를 기원하여

양반집 담장을 드리운 양반 꽃

어사화라고도 하기도 하는

임금의 은혜를 받은

소화는 기다리다 상사병으로 죽었어도

꽃으로 남아 임금을 기다리는

애절한 여인의 능소화

 

하늘을 오르며

나팔꽃 모양으로 높은 당장을 삼키고

오늘도 귀기우리며 기다리고 있다

 

 

 

 

*.능소화는 시경에는 소지화(笤之華),양반가의 양반꽃, 어사화.

유희가 쓴 물명고(物名攷)에는 자위(紫葳)라고도 하였다고 한다

 

 

 

 

 

 

 

박주가리 홀씨

 

 

 

박주가리 꽃은

하얀 것이 별 모양으로

아주 작은 꽃이
한 낮의 태양을 삼키고
철조망도 타고
담장도 지칭개 씀바귀 개망초도
타고 오르며 세상을 즐긴다


겨울이 오는지도 모르게
온 담장에 성벽을 이루다가
바람이 불고 눈보라 휘몰아치면
열매하나 둘 갈라지고 터져서
흰 날개 달고 훨훨
새 터전으로 떠나는 여인
그 날개와 빛 황홀하고
눈이 부시다


날아가는 모습이

선녀 같아

함께 날고 싶은

박주가리 홀씨

 

 

 

 

: 요즘 박주가리와 백하수호 그리고 적하수호 이엽우피소가 혼선이 많고

하수호나 박주가리는 약재로 많이 쓴다고 한다

 

 

 

 

 

양파

 

 

 

한 겹의 소망을 아시나요?

 

두 겹의 꿈을 아시나요?

 

겹겹이 안고

이루려는 게 무엇인지 아시나요?

 

코끝이 맴돌도록

사랑한다는 말 대신

코 눈으로 핑 돌게 하고는

귀도 멀게 하고

아무 말 없이 사랑의 심장을 뒤흔드는

 

겹겹이 옷을 벗고

짙은 향기로 그대를 부르는 독한 야망과 유혹을

그대에게 보낸다

홀딱 벗은 나체로

사랑의 심장을 뒤 흔든다

 

 

 

 

 

 

 

 

 

 

 

아마릴리스(對紅)

 

 

 

멀대같은 너!

꽃대가 멀대요

 

정열적인 너의 자태가

까무족족한 피부에

생기 있는 눈매며

진한 입술의 아프리카 여인처럼

매력이 넘친다

 

너의 잎은 칼날 같아서

새파랗게 서린 예리함이

금방이라도 베어 터질듯

립스틱 짙게 바른 아마릴리스

 

유혹하는 남정네의 눈빛을 받으며

드디어 알몸을 드러내고

시들어가는 꽃잎도

불타오르는 정열의 여인

 

그 이름은 뚜이 홍(對紅,대홍)

너를 품어 본다

 

 

 

 

 

*뚜이홍: 아마릴리스를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낙엽

 


황홀도

이런 황홀이 있으랴


떨어져 생명을 잃으면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랴


심장부인 뿌리가 겨울을 잘 나도록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고


밑거름 살거름이 되어

다시 태어날 그 날을 위해


봄 여름 가을 겨울 돌고 돌아
윤회를 거듭하는 낙엽

 

 

 

 


 

 

 

 

 

 

 

 

 

 

 

자귀나무 꽃

 

 

 

운동회 날
페르시아어로 비단 꽃 이라는 무용수의 꽃술

어머니의 정성담긴
정한수 올려놓고 아들 낳아 달라 비는 꽃술

분홍 자주 하얀색 조화롭구나

잎은 밤마다 외로움 달래려
포개어 자는 합합수

한여름엔 더위도 가시게 하는

삶의 힘이 되어 주는

자귀나무 꽃

 

 

 

 

 

 

*합합수(合合樹): 자귀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잎이 밤에는 포개어 잔다고 하여 붙여짐

 

 

 

 

 

 

 

 

 

 

 

 

 

 

 

상처

 

 

 

비행기가 하늘을 가르면

한줄 진하게 갈라서

상처가 깊은 하늘

 

그러나 비행기는 또 태연하게 가르며

마치 해부하듯 가르기만 하여

점점 상처가 깊어만 가는 것처럼

 

이방인이 태연한척

양팔 벌려 기지개로 하늘을 가르니

이기심은 심하게 신음하는데

 

나도 저렇게

무심코 상처준 일 없는지

뒤돌아보며 반성해본다

 

 

 

 

 

 

 

 

 

 

 

 

 

 

 

 

 

 

 

 

청미천

 

 

 

용인 문수산과 건지산을 따라

용담지 사암지 두창지 모여서 물고기와 놀다가

안성의 덕산지 용설지로 모이고는

일죽 죽산천과 이천의 총곡리 취천(鷲川)과 합쳐

진암천 설성천 음성의 관한천 상승천 오갑천이 모여서는

여주 여강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청미천!

 

총길이 백오십리에 세천(細川) 오십리길 합하여

이백 여리 굽이굽이 흘러 세월을 담고 있다

곳곳에 양수장을 만들어 용수로 활용하고

인조때 역신 김자점이 만든 자점이보는

지금도 장호원 뜰의 농수로 쓰는

청미천은 생활 속에 묻어들어 속삭이고 있다

 

내 고향 앞개울 세천(細川) 취천에는

초등시절 제방이 생기고 다리가 세워져

취천보와 청미천보로 총곡리 뜰은 옥토가 되고

백중에 물고기 잡아 천렵하던 시절 아련하며

합수물에서 놀던 그곳은 늘 꿈을 키우던 곳

청미천은 오늘도 세월을 담으며 흐르고 있다

 

 

 

 

*.자점이보: 청미천의 제일 큰 보로 인조때 김자점이 백족산 산중에는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이라는 명당자리가 있다고 하여 인조반정(仁組反政)에 가담하여 정사공신(靖社功臣) 1등으로 권세를 휘어잡게 되자 부친의 묘를 이곳에 쓰고 물이 부족하여 보를 막게하였다
명장(名將) 임경업(林慶業)을 모함하여 죽이는 등 악행을 일삼다가, 마침내 효종(孝宗) 2(1651) 청나라와 내통하여 역모를 꾀한 사실이 드러나서 사형에 처해지니, 항간에는 '이괄(李适)이 꽹과리가 되고 자점이 점점이 되었다'는 두역신을 조롱하는 동요가 생겨났다고 한다 자점이보는 지금도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있어 장호원 오남리 벌판에 물을 대는 중요한 보의 역할을 하고 있다.

 

 

 

 

 

 

 

 

 

4

 

 

 

 

 

 

 

 

 

 

 

 

 

 

 

 

 

 

 

 

 

 

환희

 

 

 

비행기가 가르며 하늘을 열면

상처를 내는가 싶더니

정녕 그것은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이었다

창공의 태양도 놀란다

 

하늘은 활활 타고

눈부신 희망의 나래가

가느다란 그림을 그리며

점점 커져가는 아름다운 하얀선

 

나무와 꽃들

들과 산들도 기쁨이 가득하여

너무 아름다워 다 볼 수는 없지만

아침을 여는 마음은 순풍에 돛단다

 

비행기가 지나간 저 희망의 환희

안무 거치듯 지난 시름을

훌훌 날려 보내며

하늘이 노래를 부른다

 

나도 비행기처럼

하늘 높이 날고 있다

 

 

 

 

 

 

 

 

들꽃

 

 

 

아무도 관심 없어

외로움만 가득한 들꽃

너의 친구는 바람이던가?

여름날의 소낙비도 친구이던가?

나비도 벌도 너의 임이던가?

 

바람이 스치면 살며시 윙크하고

소낙비 내리면 숨죽여 마시기도

빗소리 도랑소리는 만지고 가라 하고

뽀송뽀송한 꽃가루 묻혀주곤

나비 벌의 님도 가슴에 안고 있는

내 이름은 들꽃

 

들풀도 세상을 향하여

예쁘니하고 소리치며 호객이다

먼지에 화장도 하고

바람에 날려 보내기도 하고

소낙비에 씻어낸다

나비야 벌이야 내 가슴에 안기고

또 안기고 반기어라

 

 

 

 

 

 

 

 

 

 

 

 

 

 

생명

 

 

 

아무 미동도 없었다

그건 아주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시킨 사람도 없었다

 

바람도

비도

열기도

뒤범벅이 되었다

 

진통과

산고를 겪어

내 팽겨진 그 곳

상식을 넘어선 곳에서

잉태를 한 것이다

 

귀중한 생명

누구든

함께 축복 하여라

 

 

 

 

 

 

*.벽 사이에서 개똥참외가 자라서 참외가 열린 것을 보고 쓴시

 

 

 

 

 

 

 

초가을

 

 

 

하늘을 보아라

너무 높아서 쳐다보기도 시리다

구름도 나무들도 바람도

한낮의 태양을 비켜가려 한다

 

매미소리도 메뚜기의 펄럭임도

더위를 식혀달라고

갈 테면 가라고 하는데도

아직은 멀찍이서 잡고 있는 한낮의 태양

 

그러나 분수대의 노랫소리도

가로수에 매달려 시큼하게 떨어진 은행도

지칭개의 벌 잔치도

산딸나무 열매도 땅에 떨어져

가을을 영글게 하고

높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면

내 마음도 맑음이고

풍요가 배어 여유가 넘친다

 

 

 

 

 

 

 

 

 

 

가을날의 추억

 

 

 

가을이 송골송골 영글어 가면

나에겐 특별한 둘째 형 생각이 간절하다

아버지는 회갑이 넘으시고

큰형은 자식이 동갑내기부터 줄줄이 있어

고교 진학의 학비 부탁을 못할 때 둘째 형이 주었고

나에게 대학도 가라고 권했던 둘째 형이

나의 일등병 시절에 부음으로

나를 청청벽력 같은 절망에 빠지게 하였다

 

둘째 형을 떠올리면

후회스런 기억이 가슴을 아리는데

첫 휴가를 나와 마지막 날 친구들과 놀고

형은 기다리다 아침 일찍 인천으로 가셔

그때 얼굴을 뵙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한스럽기만 하다

둘째 형은 나에게 기대가 크셨으며

경찰되기 전 시골에서는 야학을 하여

공부를 가르치시던 형님은 늘 공부도 잘해야 하지만

사람이 먼저 되는 것을 원하셨다

 

가을이 오고 추석이 오면

더욱 간절한 둘째 형 생각으로

아버지 산소 아래 모셔진 곳에 가서

막걸리 한잔 부어 드리며 가슴 훔치고 온다

 

 

 

 

 

12월의 송사

 

 

 

열한 달을 모아

열기를 식히다 다시 여는 12!

 

봄의 사연은

꽃으로 범벅이었고

 

여름의 사연은

아버지의 땀이었다

 

가을의 풍요는

어머니의 품속이었으며

 

겨울을 향하여

휘몰아치는 삭풍에 나무 가지들

바람을 안고 봄을 기다린다

 

12월은 그리움이고

기다림은

새로움의 알림이다

 

 

 

 

 

 

 

 

 

 

 

 

 

 

 

별 이야기 1

 

 

 

어둠이 깔리는 그믐에

인적이 없으면

더 반짝 반짝 속삭인다

 

견우직녀

카시오피아 여왕도

북두칠성이도 소곤소곤

 

수백광년이 지난 사랑 이야기를

방금 전하는 전설처럼 속삭이듯 따끈하게

포옹하듯 이야기 한다

 

별들의 사랑 이야기

수 백 광년의 스토리가

생생하게 종알종알

 

사랑해요

속사이며 다가온다

수백 광년이 지난 지금에

 

 

 

 

 

 

 

 

 

 

 

 

 

별 이야기 2

 

 

 

땅거미 내리면

하나 둘 셋 넷 다섯 별들이 반짝인다.

고향의 별들은 도시의 별들 틈에 숨어들어

보일 듯 말 듯 매연을 외면하며

끔뻑 끔뻑 눈길 무섭게 서린다

 

고향으로 가서

초롱초롱 별 하나

별 둘 셋 넷 억 조

저별 내별 네별 하면서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흙냄새

 


시멘트 아스팔트길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흙

흙냄새엔 산소가 있다


아버지의 땀 냄새가 나고
어머니의 젖 냄새가 난다


소꿉동무들 흙 빚어 그릇 만들어
엄마 아빠 놀이도 하던
아주 진한 흙냄새
한 줌 들어 바람에 날려본다

세상이 모두

흙냄새 같기만 하여라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추워도

땅속이 모두 얼지 않으리

아무리 추워도 호수 물 모두 얼지 않으리

 

아무리 추워도

가슴속까진 얼지 않으리

아무리 추워도 마음까지 허하진 않으리

 

사는 거

시련이 있다한들 다하진 못함이여

그 시련이 나의 운명이라면 기쁘게 받으세

 

 

 

 

 

 

 

 

 

 

 

 

 

 

 

 

 

 

순회(巡回)

 

 

 

광풍이 몰아치고 난 뒤

숨죽이고 있는 들꽃

언제 터질지 모르는 후유증

긴장의 연속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뒤죽박죽 피어나 유혹만 안했어도

광풍이 미풍으로 변했을 걸

아니 순풍이었을 거야 안 그러니

이젠 어떻게 할 거야 너희들

 

우린 뒤죽박죽이 아니란다

자연스럽게 사는 거야

그것도 모르는 너희가 문제지

광풍이면 어떻고

미풍이면 어떠니

순풍이면 좋겠지만

우린 이렇게 부딪치며 살 거란다

이게 행복 이란다

광풍이 가면 순풍도 오고 가는 거라고

 

 

 

 

 

 

 

 

 

 

 

 

 

 

 

하나가 되세

 

 

목화밭이 넓은 천진 길가 지나면서

미국과 멕시코 목화밭 지나던 생각이 클로즈업 된다

사막이라도 저 넓은 땅덩어리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와 중국의 배고픔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가?

우리 조상들 땅이 적어 할 수 없이 만주로 와 농사지으면서

장백산맥 줄기를 내 땅으로 삼아

서위 압록강

동위 토문강 백두산정계비도 보고

해란강 말다리던 선구자를 부르며

두만강 건너 녹둔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도하고

오소리강 송하강 흑룡강 주변 수 전답으로 만들어

터 잡아 살던 시절!

한반도 평택평야 김해평야 김제평야 넓어봐야

만주벌판만 하리오

화북 뜰 산동 뜰만 하리오까

 

목화밭 바라보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더 잘해야 혀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이제 따지지 말고

남북한도 이제 따지지 마세나

잡초도 존귀함도 스스로 나 하늘이요 태양이라 소리치면 될 것을

조그마한 나라에서 산다고 기죽지 마시고 싸우지 마세나

나 시궁창이요 하지 마세 그려

나 행복하고 고귀한 사람이요

삼천리금수강산은 물론 북간도, 녹둔도, 블라디보스토크, 대마도도

우리 땅이요 고구려도 발해국도 우리나라 땅 우리민족이요

일본 나라 현도 우리민족의 피가 흐르고

산둥 성 장쑤 성도 장보고와 백제 신라의 피가 흐름이니 우리 역사다

누가 뭐라거나 말거나 큰소리치며 사세

대한민국이여

온 세계에 알려알려 가세나

 

차이나 차이나 한국 북한 우리민족 차이나

우리 어서 하나 되어 작은 고추 맵고 하나 되면 더 맵다고

하나가 되자! 우리 하나가 되어보세

 

진짜 같은 가짜 세상 

 

 

천진 당고구에 가면 가짜 물품 시장

세계에서 유명한 것은 모두 있다

짝퉁은 눈에 요란스럽게 들어오고 유혹한다

로랙스 시계에 목걸이에 전자제품들 생활용품

하루 종일 돌아도 다볼 수 없는 시장

열기로 가득한 곳

점원들은 가짜를 자랑스럽게 내 놓으며 진짜란다 

가격을 물어보면 진짜보다 30%

그것도 사분의 일 가격으로 흥정한다

호기심과 유혹하는 제품 많아 마음을 꾹 참고

 

거북이, 돈주머니, 나침판

 

진짜 같은 것 세 가지만 샀다

거북이와 돈주머니는 나무로 깎아서 만든 것으로

무늬가 좋은 박달나무

나침판은 지관들이 많이 쓰는 것

짝퉁시장에 가서 진짜 같은 가짜를 싸게 샀다

가짜가 진짜가 될까?

가짜가 진짜 같은 세상 

눈이 호사하고 마음이 풍요로운 하루

오늘 다리품을 팔아 힘들지만

부자 되고 장수하고

좋은 길만 가려는 나침판을 사왔으니

가짜라도 마음은 뿌듯하다

 

 

 

 

 

 

 

어머니1

 

 

 

마흔 세 살 늦둥이로 날 낳으시어

걱정 한 보따리 안절부절 노심초사 하시더니

막내아들 장가보내는 날 잡아 좋아하시던 추석날에

오곡백과 그득한데도 반 공기도 많다하시던 어머니

 

그리곤,

저녁 시침에 드신 뒤

고요하게

말없이 떠나가신 어머니

 

아쉽고

그립고

후회 가득한 아들

울먹이는 날 많았답니다

 

지금도 당신 사진 한 장

수호신처럼

제 품에 따듯하게 품고 삽니다

 

 

 

 

 

 

 

 

 

 

 

 

어머니2

 

 

등잔불 하나

호롱불 하나

30촉 백열등 하나

밝혀 주시던 어머니

 

캄캄한 새벽에 잠 깨시어

군불 지피시며

아침밥을 짓던 어머니

 

언젠가부터

아침엔 등잔불도

백열전등도 켜지지 않습니다

 

나이는 이순인데

등불 없는 세상을 흔들거리며

정처 없이 걸어갑니다

 

부디, 평안하소서

부디, 안녕하소서

부디, 잘 지내시소

 

저도 곧 등불 뵈러갑니다

 

 

 

 

 

 

어머니3

 

 

어젯밤 얼핏 은비녀 사이로

흰머리 희끗희끗 검은 선이 보일 듯 말듯

삼단머리 곱게 빗어

머리카락 끝이 고와서 반짝이는

가녀리고 긴 얼굴에

머리에 은빛 음표 하나 꽂으신 어머니

다가와 속삭이신다

 

얘야, 일어 나거라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잠만 자느냐?”

번쩍 깨어나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생시 같던 어머니의 모습은 오간데 없는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자느냐고?”

한가하게 정신을 잃고

넋을 잃고 있느냐는 어머니의 말씀이

머릿속을 뱅뱅 도는데

 

어머니! 지금이 어느 때이고

이 시대엔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한 저는 이 세상을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를 알려 달라고

마음 속 깊이 하소연하다가

 

어머님이 살아나와 환시(幻視)하신 그 뜻을

어머님이 생시처럼 깨우쳐 주시는 그 뜻을

꼼꼼히 헤아려본다

 

 

 

 

 

아내

 

 

당신 또 왜 그려

그러면 안 되잖아

 어쩠다고 그려

 

오늘도

이렇게 시작이다

늘 내 걱정 아이들 걱정

높은 산 내 안에 있고

거대한 바다다

 

겉으론 땅이 꺼지고 무너져도

속으론 무뎌 터져도

내색은 늘

힘의 탱크다

 

이젠 본인 생각도 하면서 살면 좋을 것을

외손자 손녀 네 명과 알콩달콩 이라지만

신역은 고되어 안 아픈 데가 없다 하면서도

그래도 좋다는 아내

 

 

 

 

 

 

 

 

 

 

 

 

아버지의 추억

 

 

 

늦가을 날에

동석아 달환아

동갑내기 손자와 아들을 불러서는

흙에 여물 좀 버무리자고 하신다

 

허물어진 외양간 벽

사각대와 수수깡 엮어 매고는

여물 흙으로 메우고 바르는 일

맨발로 흙과 여물을 밟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힘이 들 때면

꾀도 부리던 시절이었지만

 

아버지는 겨울에 소도 추우면 안 되니

바람 막아 주어 따듯하게 해줘야지 하시면서

모래와 황토를 넣어 버무린 토회를 바르면

양회보다 훨씬 좋은 벽이 된다며

겨울을 대비하셨다

 

허물어진 아버지의 시골집의 빈집을 보며

아버지 생각으로

오랜 시간 토회를 바르고 있었다

 

 

 

 

 

 

 

 

 

 

나는

 

 

늦둥이 어릴 적엔

공부 잘해야 큰 인물 되지

하시던 말씀 이해는 되는데

놀고 싶어서 틈만 나면 놀던 나

 

어른 되어 직장 구하고

회갑 넘으신 부모 자주 찾아뵌다고 가서는

올 때는 결국 부모님께

짐만 되고 왔던 나

 

가정 꾸려 아내 자식에게 잘 해라 하며

부모님껜 소홀해도

애야 나는 괜찮다는 소리에

으레 넘겨 버린 나

 

부모 뒷동산에

모시고 오던 날

울면서 자주 올게요

하면서도 못가는 나

 

아이들과 부모 자식 바뀌고서야

철들은 나,

부모님의 사랑에 눈시울 뜨겁다

이 평범한 순리를 행하지 못하여 후회 한다

 

 

 

 

 

 

 

 

 

 

 

 

 

 

 

5

 

 

 

 

 

 

 

 

 

 

 

 

 

 

 

 

 

 

 

 

막둥이의 숙제

 

 

 

나에겐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익숙할 수도 있다

늦둥이 아들에 손자와 동갑내기이고

외손자가 세살이나 많은 아버지

누이는 엄마 같고

형은 아버지 같은 나의 존재

나이 많은 사람이 도련님

할아버지 하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는 아재에 할아버지이니

듣기가 그렇게 싫었는데

 

팔순이 넘어 구십이 다 되신 사촌형이

열두 형제 중 둘뿐이라고 하시며

당질이나 손자들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막내에 막내로 태어난 나에게

아들보다도 나이가 적은 동생에게

숙제 같은 것이 주어졌다

집안의 화목과 화기 애애 하라는

아주 중요한 숙제를 주시었다

부담은 되어도

꼭 이루고 싶은 숙제이다

 

 

 

 

 

 

 

 

 

상이군경 김선대님!

 

 

 

팔십 이년의 세월 뒤돌아보며

하나하나 되새겨 본다

 

육이오의 부름에 공군 되어

나라 위한 전투에

왼쪽다리 잃은 상의군경

한 번도 나라를 원망도 안했다

 

다만 아직도 통일이 안 된 것이 안타깝고

이승만 대통령이

연합군사령관 휴전협정에 반대하였으나

휴전이 되어 북으로 진격 못하고

휴전 분단 육십 여년이 그저 한스러울 뿐

 

한시도 잊지 않고

41녀 잘 키우며

애국지사 윤봉길 안중근 의사 추모 곡으로

세상을 울려 퍼지게 하는 등

이십 여곡 보훈 곡을 작사하셨다

 

2016년 보훈대상을 수상하시면서

호호백발 되었음에도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워본 적 없으면

안보 앞에 다른 말 하지 말라 말씀하시는

상이군경 김선대님

 

 

 

 

 

 

 

첫 사랑

 

 

 

묻어두고 싶지만
덮어두고 싶지만 덮어두고 싶지 않은

추울 때 더 간절한

 

감추어 두고 싶지만
가끔 마음 한구석에서
슬그머니 찾아오는 그리움


지금은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그래, 잘 살아야한다

여보 뭘 그리 생각해?’
화들짝 놀라
? 아냐 아무것도 아냐

이순(耳順)이 넘어도

간간이

쌈짓돈 나오듯 생각나는

그 사람

 

 

 

 

 

 

 

 

 

 

 

 

 

때로는

 

 

 

때론

엉엉 울기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별을 바라보기도
어느 땐 들꽃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양지에 앉아 추억을 그리고
소소한 일에도 눈시울이 적시며
주체 못하여 쩔쩔 매기도 하며


비오는 날엔 

빈대떡에 막걸리를 먹기도 하고
만취되어 흐트러져 보기도 하며
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고
뜨겁게 지는 태양 닮고 싶어지기도 하는
그 무엇도 모르고 살고 싶어지기도 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팔꽃

 

 

 

빨간, 파란, 연두색, 흰색 나팔

휘감아 오르면서

유혹하고 감미롭게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나팔꽃 인생이란 노래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노래처럼

화려하게 피어

감아 도는 너의 끼가

하루를 못가는 너의 유혹

젊음을 살고 싶다

 

하루가 되었든 일 년 십년 백년이 되었든

젊음은 한정되었거늘

이때를 아끼고

눈치보고 하다 세월 놓치고

헛물켜지 말고

나팔꽃처럼 칭칭 감아

휘돌고 휘돌며 살고 싶다

 

 

 

 

 

 

 

 

 

 

 

 

 

나무를 보며

 

 

                   

비 오는 날에도

폭풍이 치는 날에도

피하지도 못하고

늘 그곳에만 서 있는 나무야

 

춥고 바람이 불어도

얼음이 꽁꽁 얼어도

피하지도 못하고

도망가지도 못하고 서 있는 나무야

 

무더운 여름에는 옷을 다 입고

추운 겨울에는 옷을 다 벗는

비극을 움켜쥐고 사는 넌

햄릿이냐

 

그러나 만일

네게 발이 있다면 모두 이민 가

겨울엔 온 산이 벌거숭이겠지

꽁꽁 얼어붙은 산위를

산돼지며 노루며 산토끼가 거천을 뛰어다니겠지

 

나무야 미안하지만

네 발을 묻어야겠다

우리 금수강산에 두어야겠다

 

 

 

 

 

겨울 산수유

 

 

초유한 모습으로 매달린 겨울 산수유

초봄에 노란 꽃으로

나를 유혹하더니

한겨울 무리 져서 있는 것을 보니

여인이 남편 사랑을 받기위해 차로 마시고

어린아이가 야뇨증으로 고생하면 차로 마시던

층층나무과 낙엽고목인 산수유 열매

 

이제는 그 봄의 꽃이 아니라

한겨울의 추위를 풋풋하게 이겨내는

너의 모습 보니 기운이 난다

빠알간 색이 아름다워 그냥 두고 보고 싶어

그냥 두었으리. 곱씹어 본다

난 너의 진가를 알아본다

어여쁜 산수유

겨울의 산수유

청조함이 배어 스미어 있다

 

 

 

 

 

 

 

 

 

 

 

 

 

소모는 아이

  

 

 

내 고향은 농촌하고도 깡촌이었다

여름이면 소 뜯기러 가야하고

꼴도 베어 와야 한다.

어려운 시절에 영양보충은

한마디로 수제비가 있는 매운탕이다

깻묵과 된장 그리고 찬밥덩어리와 들기름 조금하여 어항 밥을 만들어

짬짬이 어항을 놓으면 된다

소는 소대로 그 주변에서 풀을 뜯어먹고

꼴은 꼴대로 주변 담배 밭이나 풀이 많은 밭에서 베고

책은 책대로 조금씩 읽으면서

 

어느 때는 소도 도망가고 빗줄기는 강하게 내리고

꼴짐은 넘어가고 볼일은 보고 싶어 급하기도 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치고 있는데

요즘 시골은

젊은이들은 없고 소도 기르지 않는다

트랙터에 이양기에 탈곡기에 자동화된 농기구들

어른들도 하나둘 갈 길을 가시고

그리워하는 나그네처럼

고향을 바라만 보고 있다

아직도 고향을 지키는 이에게 감사하며

 

이다음

내 나이만큼 흐른 뒤에는 어찌 변해있을까?

나같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 있겠지?

수원국도의 소모는 아이 인형을 보고

향수에 젖어 본다

 

 

 

 

 

살아있어서

 

 

 

중국 천진 동려구

십 오년을 넘게 살아온 터전이다

인생에서 오십대와 육십 대를 살아온 곳

잔 때가 묻고

인생 최고 어려움과 전성기의 시기

어느 휴일 날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서의 일주일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오로지 침대위에서 비적거리는 것 뿐이었다

이것이 인생의 전환기가 되었다

일만 하던 내가 많이 변한 것이다

다행이 보름 만에 퇴원을 하였지만

기력에 체력에 최중까지도 빠져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다

걷고 또 걷고 병원도 열심히 다니고 약도 먹으며

새로운 인생이라 생각하며 재활치료를 하였다

산행을 조금씩 높여 가서 1000고지에 도전도 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사람들 만나는 것을 더 열심히 하며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살아 있어서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살고 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정년퇴직부터라고 구십 노인의 이야길 들었다

남은 인생 멋지게 살아보자

 

 

 

 

살면서 느끼는

 

 

 

살면서
미리 잘 할 수 있었다면 하다가도
무엇이든 잘 하였다면
내 인생 훨씬 잘 될 수 있었을까?
어린 시절 딱지치기 구슬치기 사방치기 잘했다면
학교생활에서 공부도 더 잘 했다면
사회생활에서 더 잘 했다면
난 뭐가 되었을까 ?


킴벌리 키버거의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으면

덜 고민 덜 초조하고 춤도 배우고 사람을 신뢰하며

더 용기를 내어서 더 행복한 사람이 되었을까?


고은의
그 꽃에서
오를 때에 먼저 보았더라면 하는

목표를 다 이루고서야 내려오면서 보였다는 것처럼

 

살면서 느끼는

더 잘 알고
더 잘 하고
미리 볼 수 있었다면
미리 아름다운 것을 느꼈다면
무엇이 되어 있을까?


하지만 후회 말자
오늘 잘 살고 있는지
오늘 잘 보고 있는지
오늘 행복을 느끼며 사는지만 보자

소중한 사람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사람입니다

 

나의 마음

나의 가족

나의 이웃

나는 버림받았다

제일 불행하다 자책한 적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죽음을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죽을힘과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부딪쳐 보자

끈이 보이고

희망이 보이고

긍정이 보이면서

사는 의미를 알아가며

 

긍정의 힘으로 살아 왔습니다

누구든 같다고 봅니다

오늘이 힘들다 하여

쉽게 포기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야 (카톡 하면서)

​​

 

4월의 산야 바위도 소나무도

해동이 되어 만물이 소생하며 함께 한 진달래며

능선에서 보이는 사방의 세상

도랑속의 도랭이 알도

물거울 속에 비친 세상

뒤집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흔들리는 바람결도 꿋꿋하게 지켜내기도

잔잔한 물결을 넘어서는 용기도 있다

 

호수 속에 내 얼굴 비치며 미소를 머금은 모습이

잔잔한 물결도 실바람에 일그러지고

떨어지는 낙엽으로도 일렁이기도 하지만

우뚝서있는 고목처럼 견디어 나갈 것이다

 

그렇다 세상사는 것도 같은 것

친구들아 서로 손잡고 보듬으며

아껴가며 감사하고 더 만나고

더 즐기고 더 행복을 만끽하세

 

 

 

 

 

 

 

 

 

 

 

 

 

 

가을의 합주곡

 

 

동해바다에도 가을소리가 들린다.
동해바다는 깊고 푸른 물이 넘실대는데
어머니와 아들의 소리가 정겹다
어머니 예 좋지 예 바다에 나오니 말이 예

그래 좋다 마다 넘 좋데이

 

회 한사라에 잘 못 자시는 소주한잔 하시니

더 기분이 좋아하시는 어머니

손주에 외 손주까지 마주하며 주거니 받거니

손주들 자랑하는 소리가 문설주를 넘나들고

아들은 소주 몇 잔에 건하여 목소리가 높아진다


이 모습이 해 뜨고 해 지고 하기를 반복하며
정을 나누는 모습이 한결 같으리라
요즘 흉흉한 부모자식간의 일들과는 다른

삼강오륜 삶의 교훈을 보니 뿌듯하다

가을의 합주곡이 너무 아름답게 들린다

 

 

 

*중국에서 알던 김세현님의 어머니와 영덕의 풍경을 보고

 

 

 

 

 

 

 

 

쓸쓸한 귀로

 

 

 

쳔진 친구를 쓸쓸하게 보내놓고

잘 가시고 이국땅 천진에서 보세나

인천으로 간다는 천진 친구를

잘 곳이 마땅찮아서 인천으로 간단다

딸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도 있는데

굳이 인천 형네도 아니고

누나네 집에 간단다

 

눈은 왜 이리도 많이 오는가?

밤 열시 인천 주안 행 버스를 태워 보내고

오는 길이 너무 아려오는데

눈은 함지박만 하게 내려 더 춥고 아리다

친구야 이 아름다운 밤을 너에게 주마

조건 없이 너에게 주마

수북이 쌓인 눈을 보게나.

통째로 가져가서 행복이나 담아보세

 

좋은 사람도 만나고

좋은 집도 만들어

우리의 터전 수원에서 보세나

딸이 있고 아들이 있는 곳에서

타국의 집이 아닌 고국의 집을 만드세

쓸쓸한 타령은 눈 속에 묻고

더 멋지게 만들어 가면서

푸른 초원에 그림 같은 집 지어 살아보세

 

 

 

 

*추운 겨울날 자식들을 두고 가는 친구를 보며

 

 

임종태님을 생각하며

 

 

 

한국 연세로는 87세이신

천진의 큰 어르신 임종태님은

단양 옥천에서 태어나 자라다

왜정시대에 중국 흑룡강성 아성 현에서 자라고

목단강에서 농업학교를 다니다 소련군에도

중국 국민당에도 공산당 팔로군에도

잠깐 소속도, 해방되어 고향옥천으로 가까스로 내려오시어

선생님도, 사업도 하시다가 중국 천진에 머물러 사시길 20여년

토요일이면 즐거운 산악회 멤버

나이도 잊으신 채 광장 잡지 편집도

기사도, 디자인도 하시는 어르신

컴퓨터도 블로그에 카페도 운영하시는데

고국 땅 강화로 가신단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만주 벌판 이야기며

일제 치하와 육이오 동란을 두루 거치신 이야기

넘실넘실 춤추는데

아쉬움이 크지만 자녀들의 뜻이라

천진은 큰 어르신을 떠나보낼 수 밖에

150세에 부르거든 날 잡아서 간다고 전해라는

노래처럼 오래 오래 옆에서 계시고

1900년대와 2000년대의

증인 출석요구에 응하시면 안 될까요?

임종태 큰어르신

 

 

 

20163월에 천진 떠나시는 것을 보고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기 전에는 탈이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나이가 이순에 접어드니

별생각이 다 들고 혹여 죽지나 않을까

오만 잡생각과 함께 

오만 병이 걸린 듯 걱정이 태산이다

 

이럴 때 누가 건강식품으로

뭐가 좋고 뭐가 좋다고 하면

이전에 우리 부모들이 그랬듯이

덜컹 무조건 사서 먹는 것이 나이든 이의 심리

절대 넘어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안 되는 것이 불로장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게다

무뎌지며 사는 게 뱃속은 편할 터

인생무상인 것을

진시황도 그랬겠지?

 

 

 

 

 

 

 

 

 

 

 

 

 

삼남길 세마대

 

 

 

삼남길 세마대에 오르면

봄엔 벗들이 반기며 흐드러지고

여름에 잣나무 송진 냄새가 진동하여

삼복더위를 미수(米水)로 목욕시켜 준다

가을엔 잣과 오동나무의 잎들이

양탄자를 만들어 주어 사뿐히 밟으며

낭만을 즐기기도 하는데

 

아버지는 딸 혼사준비로 오동나무와

옻나무의 옻을 거두기도 하리라

청솔모와 다람쥐는 잣을 하나둘 거두어

월동준비를 하는 풍년노래를 부를 것이고

겨울이 오면 눈 위를 밟으며

잣나무의 푸름을 가슴속에 넣는데

 

땅 끝 마을에서

한양 가는 꿈을 꾸고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금의환향하는 선비들의 마패가 번쩍이는

삼남길 독성산성 길은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며 삼림욕을 즐긴다

 

 

 

 

 

 

 

 

 

 

 

 

 

팔월의 노래 

 


열기가 하늘에서 와서 
하늘로 치솟아 파란 하늘이 오면 
하늘에 풍덩 빠져서 새들과 놀고 싶다 

열기가 땅에서 와서 
땅속으로 들어가 비오는 날이면 
웅덩이에 풍덩 빠져서 물고기와 놀고 싶다

열기가 바람과 구름으로 와서

세상의 모든 것을 뒤집어 놓는 날이면

너와 나의 사연도 함께 보내고 싶다

열기가 임으로부터 와서는 
식힐 줄 몰라서 이열치열로
사랑 속에 푹 빠져서 연가를 부르고 싶다 

어느새 열기는 꽃에서 열매로 
재촉하여 송골송골 익어 가면서 
팔월 한가위에 풍요로 가고 있어 좋다 

 

 

 

 

 

 

 

 

 

 

 

 

 

바람 

 


비람이 부네요
어머니 생각에 그리움이 쌓이고 
생전에 양장 한 벌 사드리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 
왜냐면 가름하신 예쁜 얼굴에 키도 크시고 살도 안찌시어

김지미보다도 더 예쁘시어

단장하고 나가시면 최고였을 어머니  

또 바람이 붑니다 
아버지의 생각에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서당은 어릴 적에 좀 다니시긴 했어도
학교도 안다니고 글도 잘 아시어 밤마다 책을 읽으셨지요

못하는 일이 없이 동네 궂은일도 다하시어 도지사 상도 받으신 아버지
공부를 더 하셨다면 큰일을 하셨을 아버지


다시 바람이 부네요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은 바람에 
나는 그분들의 뒤를 더 열심히 가려고 
이순 넘어 몇 해 전 대학도 졸업하고 
시인이 되어 시도 열심히 쓰고 책도 내고 싶다

이런 바람이 많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해설>

삶을 바탕으로 한 긍정의 건강성과

열린 사유(思惟)

-김동석의 시세계

 

박효석(시인, 월간시사문단회장)

 

 

1. 들어가면서

김동석 시인의 첫 번째 시집흐르는 물처럼은 그가 세상을 살아온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산맥을 역동적으로 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흐르는 물처럼 세상을 사유(思惟)하면서 유년 시절과 나라 사랑을 통한 역사의식, 그리고 현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긍정적인 진솔한 인간미가 잘 표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이순이 넘은 나이에도 때 묻지 않은 그의 순수함이 작품 곳곳에 배어있어 무미건조한 현대인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또한 아내를 비롯한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애틋한 표현은 가족 해체를 밥 먹듯 하는 현대인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며,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 작품 감상

유년 시절의 추억

수원 1번국도 지나노라니

키를 쓰고 있는 눈물 흘리는

인형이 있어

어린 시절이 현현(顯顯)하다

 

개구쟁이 시절

아버지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다 잠이 들어

꿈꾸면서 오줌 싸던 때가 있었다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어 오라며

이른 아침에 옻샘골 마을을 돌았다

창피하여 눈물 흘리던 시절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지고

동네에 사시던 내칭이 댁내와 수실말댁

용머리댁 토깨댁 원댕이댁 골문이댁

성골댁 주천댁 개미실댁네와

마루태기댁 어른들이 선하고

오줌싸개가 키 쓰고 소금 얻는 인형을 보니

향수에 젖어

 

어머니와 동네어른들이

많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오줌싸개전문

 

  마흔 세 살 늦둥이로 날 낳으시어

걱정 한 보따리 안절부절 노심초사 하시더니

막내아들 장가보내는 날 잡아 좋아하시던 추석날에

오곡백과 그득한데도 반 공기도 많다하시던 어머니

 

그리곤,

저녁 시침에 드신 뒤

고요하게

말없이 떠나가신 어머니

 

아쉽고

그립고

후회 가득한 아들

울먹이는 날 많았답니다

 

지금도 당신 사진 한 장

수호신처럼

제 품에 따듯하게 품고 삽니다

 

 

어머니1전문

 

청미천」「빈 둥지」「마실」「소 모는 아이를 비롯 어머니, 아버지, 아내 등 김동석 시인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마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향수에 젖게 한다. 그리고 잔잔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미소를 짓게 한다. 어머니, 아버지 등 영혼의 고향 같은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꾸밈이 없는 그의 진솔한 마음이 그의 시를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늑하게 한다. 그렇다. 어린 시절은 영원한 영혼의 고향이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을 덧칠하는 것이야말로 어린 시절답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인 삶의 모습

 

나는 바다 속

저 깊은 바다에 물고기들의

아가미를 가지고 싶다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물속의 세상에 들어가

미물도 물고기도 무명의 해초들이 있듯이

이 세상에서도 삼라만상이 있는 사람이 사는 곳

나는 사람들에게 산소를 주고 싶다

 

하늘이 황사로 인하여 흐려진 공기를 정화하여

맑은 공기를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가미의 네 장의 편 세가 되어 

만인에게 깨끗한 맑은 공기를 주고 싶다

 

세상의 아가미

정화의 아가미

물고기의 아가미

오늘 진솔한 마음을 주고 싶다

 

 

아가미(gill)전문

 

아가미(gill)는 그의 시적 상상력과 그의 인간성이 잘 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만인에게 깨끗한 맑은 공기를 주고 싶어 아가미가 되고 싶다는 그의 시아가미(gill)는 지고지순한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다. 화자의 탐욕 없는 순수한 열린 사유를 통해서만 대상에게 진정한 사랑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김동석 시인의 순수한 심성과 진솔한 인간미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하겠다.

 

 

천진 봄 야유회 길에

막아놓은 장애물

철봉처럼 세워 놓은 높이를 올려 가려다

중간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어

결국 철봉 뽑아내고야 가니

훌쩍 지난 시간

우회를 한 것보다도

늦게 목적지에 도착한 야유회는 돌아갈 일이 걱정이다

 

살면서 장애물은

나의 주변 사람들이 막아 놓은 것이 대부분인데

인생길도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고

그렇다고 인생길이 더 어렵다고만은 않겠다

 

최선이 아닌 것이 최선인 것처럼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아무리 힘든 길이라도

돌아가야 한다면 돌아가리

 

 

돌아가야 한다면 전문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사람입니다

 

나의 마음

나의 가족

나의 이웃

나는 버림받았다

제일 불행하다 자책한 적도 있습니다

 

어떤 때는

죽음을 생각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죽을힘과 용기가 있으면

그 힘으로 부딪쳐 보자

끈이 보이고

희망이 보이고

긍정이 보이면서

사는 의미를 알아가며

 

긍정의 힘으로 살아 왔습니다

누구든 같다고 봅니다

오늘이 힘들다 하여

쉽게 포기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사람전문

 

​​「돌아가야 한다면을 비롯순회」「소중한 사람을 보면 그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항상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다는 김동석 시인, 미래의 희망도 중요하고 과거의 추억도 중요하지만 언제부턴가 지금 현재가 행복하지 못하면 미래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세상을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복을 부가하며 사는 것이 최고의 인생살이라는 마음으로 어려운 순간을 버티며 지내왔다는 그의 고백에서 우린 그의 긍정성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혹자는 그의 시를 보면서 너무 서술적이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요설 같거나 상징이 과장되거나 언어의 유희 같은 시를 좋은 현대 시라고 착각하는 것에 비해서 오히려 그의 시는 그의 긍정의 진실함이 우리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또한객토를 비롯 내 마음의 봄등을 보면 그의 시적 형상화에 대하여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돌이켜보면 1970년대부터 삼성전자에서 산업 일군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한참 일 할 나이에 하루아침에 회사 그만두고 세상에 굴하지 않고 낯선 중국에 건너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서도 변함없이 밝은 표정으로 살아온 그를 보면 삶의 원천에는 긍정의 힘이 받침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를 대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밝아지고 힘이 솟는다. 그의 시의 근간이 긍정이라면 그의 시의 근원은 삶이라고 할 때 그의 삶은 인생이며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식과 나라 사랑

아내와 화천 지나 수피령을 넘으며

수현공원에 들려 헌화와 기도를 하고

한탄강 고석정에 들어서니 전설이 서려있다

 

*은시대협곡의 200여 미터 푹 꺼진 협곡은 아니라도

*고석정 경관에 취하고 뱃놀이에 세월을 낚는다

웅장함은 못하지만 수려함과 강물소리 경쾌하여

 

한탄강 고석정과 함께 일억 년 전으로 돌아가

오늘의 분단의 아픔 되돌려 가지고 오고 싶고

한탄강 이름도 하나강으로 만들어 하나가 되어

 

흐르는 물처럼 하나로 섞이듯 자유왕래 하면서

한반도 중심을 가로지르는 3번 국도를 따라서

통일되어 원산 회령 두만강 *녹둔도로 가보자

 

*고석정은 철원에 있는 한탄강에 있는 정자

*녹둔도는 두만강에 있는 섬으로 원래 우리 땅 이었는데 소련이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

*은시대협곡은 중국 호북성에 있는 약 폭 50m 높이 200m에 길이가 수십키로 되는 협곡

*.수현공원은 김수현병장이 간첩과 싸우다 전사한 추모공원

 

고석정전문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것은 그의 나라 사랑과 투철한 역사의식인데 위에 예시한 시고석정을 비롯하나가 되세」「상이군경 김선대님」「부모의 마음」「한 많은 임진강」「곡망하는 백령도를 보면 그의 나라와 역사에 대한 열정이 시심을 불태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용광로의 불같이 활활 타오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방향 점을 제시할 때는 그의 시를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그의 시가 대체적으로 기교가 없듯이 그의 시는 마주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담백한 감동을 울림한다.

 

자연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

 

황금 실나무를

에메랄드 그린 또는 골드라고 한다

향나무나 측백나무 편백나무

노간주나무 비슷한 나무임에도

더 정감이 가고 보기에도 넉넉한 황금 실나무

 

금빛 찬란하여 아름답고

촉감이 부드러워 살며시 임의 얼굴에 대고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어지는 나무

귀속에 속삭임을 하는 듯 달콤한 밀어가 다가온다

 

가끔 삶이 힘들어지고

어떤 욕망이 솟구칠 때면

황금 실나무처럼 누구에게나

소중한 사람이고 싶다

 

어려울 때 모두의 힘이 되는

열사(烈士)처럼

  

에메랄드 골드전문

 

 

이름이 희한하여 물어본다.

왜 하필이면 산 딸이니

, 난 산딸기와 비슷하여 사람들이 붙여 주었단다

넓적한 배지색 꽃잎 네 개 가운데에

열매를 두어 익어가며

국기봉 봉우리와 같이 익어 간다

나무 대는 단단하여

박달나무 같아 도리깨 하면 좋은 나무

 

둥그런 열매에

점이 박힌 모습이 참 순하게 보이고

연지를 둘만 찍으면 더 예쁠 텐데

곰보처럼 점이 여러 개가 박혀 추녀다

그래도 부드럽고 온화하여

깨물어 주고 싶은 여인 볼 같다

 

앵두같이 은근하고

달콤한 사랑 맛

세상도 달콤하게 커간다

 

산딸나무전문

 

에메랄드 골드를 비롯하여 산딸 나무」「꽃시계」「개망초」 「능소화」「박주가리 홀씨」「아마릴리스등 자연에 대한 그의 시를 보면 관찰력과 형상화가 다른 시들에 비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자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형상화함으로써 한 차원 더 높은 시의 내면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자연과 소곤소곤 대화하는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삶이 묻어나는 시

  

세상에 

시인은 바보 천치 멍텅구리

끼닛거리 없다 해도

아이들이 과자 사달라고 해도

시 쪼가리 말 쪼가리로 나불대고 싶기도

태연한 척

잘난 척현실은 아닌 데

선비가 양반입네 하던 시절도 아닌데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주막거리나 기웃 거리며 시를 쓰고 싶었다

 

그러나 난

밥그릇에 매달려

가장노릇이 먼저라 생각하여

시인의 길 제대로 걷지를 못하였으니

그간의 방기(放棄)가 부끄럽다

이순에 시 한수 쓰려니

안 되는 건 당연지사

 

하기야 내 인생 

웃으며 살 수 있었으면 되었지 뭘 더 바라랴

 

그래도 시는 쓰고 싶다

바보 같은 시인

 

바보 시인 전문

 

전반적으로 그의 시에서 삶이 묻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시가 허구가 아니라 일상이 시가 된다는 점에서 그의 삶 하나하나가 시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가 살아가면서 가고 만나고 본 것에 대해서 시적 사유를 한다는 것은 그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시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자신을 바보 시인이라고 자책 하는듯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았기에 그의 시에는 삶의 맥박이 힘차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산업 현장에 있는 동안 시를 잊고 산 것이 아니라 그의 가슴 한편에는 늘 시가 고향처럼 자리하고 있었음을 그의 시를 대하다 보면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가 세상을 사는 일은 소박하다. 그렇기에 삶이 묻어나는 그의 시는 긍정적이고 탐욕 없는 순수한 열린 사유라고 할 수 있다

 

3. 나가면서

      

      아무 내색도 없이

물방울이 모여모여 무리를 이루고

부딪쳐 구르다

먼 행로 제쳐두고

이끼와 술래놀이도 하며

자갈과도 입 맞추며

빛바랜 구슬처럼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위에서 아래로

소리 없이 흐른다

 

냇물의 끝을 향하여

어느새 巨山이 되어서는

모래, 자갈, 수초, 이끼와 한 몸이 되어

부딪치다 부딪쳐 구르다가

고운체로 정화되어

고진(苦溱)한 행로를 다하더니

어느새 시련도 잊은 채

대해(大海)에 우뚝 서 있다

 

오를 것 없는 대천(大川) 하늘과 어우러져

그대와 내가

흐르는 물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전문

 

지금까지 김동석 시인의 시를 살펴보았다. 어쩌면 이번 시집의 맥락은 흐르는 물처럼의 시와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순의 중반에 접어든 김동석 시인의 세상을 살아온 여정이 이 시집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라고 하면 열린 시적 사유가 형상화되고 그러면서 감동을 수반해야 한다고 할 때 김동석 시인의 시는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뜻함과 순박함과 일상의 삶이 배어 있는 그의 시에서 무한한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 시적 사유의 형상화가 미진한 부분은 그가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숙제다. 그의 작품을 대하다 보면 간혹 호흡이 빠른 부분이 있는데 이는 산문성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바 생략의 긴장성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이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므로 40년의 그의 시력(詩歷)이 망라되어 있는데 1980년 삼성전자에서 청맥문학 동호회를 결성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해맑은 문학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어 40년 가까이 그와 쌓아온 인연이 너무 행복하다. 청맥 문학 동호회 초창기 때 회장을 맡아 고생을 자처하면서도 열정에 불타던 해맑은 그의 모습을 이 시집에서 다시 보는 것 같다. 어딜 가나 일상의 삶이 역사가 되고 조국애가 되고 순박한 희망이 되는 것을 볼 때 그의 시의 앞날이 살아있는 시와 함께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또한 그가 고국을 떠나 드넓은 중국 천진에서 수많은 세월을 보냈기에 앞으로 그의 시의 확장이 넓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새로운 부활을, 이순의 멋진 삶을 꿈꾸는 그의 희망에 동참하며 그의 첫 시집흐르는 물처럼의 출간을 진심으로 감축 드린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mem00000f002bbc.tmp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50pixel, 세로 825pixel

김동석 약력

 

195352일생

경기 이천시 율면 총곡리 출생

부모김철제 권오남 

42녀 중 막내(삼대 막내)
학력 
60~66 음성 감곡 원당초등학교 졸업 

67~69 음성 감곡 감곡중학교 졸업 
69~72 이천 제일고등학교 축산과 졸업 (전 이천농고)
73~74 서울 방송통신대하교 농학과 중퇴 
04~14 서울 디지탈 대학교 중국학과 학사 졸업 

경력 
74~76 육군 병장 전역
73~92 삼성전자 음향사업부 수원사업장 18년 근무

92~94 아산전자 근무

94~04 코러패드코리아및 중국 명신지제품 유한공사 법인장
05~현 중국 천진 천민 지제품 유한공사 사장 

참여 단체
80~16 삼성전자 청맥 문학동호회 초대회장 및 회원(1980년부터
01 3월호 문예사조 시 부문 등단 
01 5월 한국문인협회 회원 
15 3월 수원문인협회 회원 
01~16 문예사조 문인협회 회원

10~16 한국문학예술 회원

 문학활동

1980  3 삼성전자 첫발자국 청맥동인지 발간사및 망향 시 

2000  8 삼성전자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청맥 15호 시

2001 2 문예사조 삼성전자 편에 주사한방 시

2001  3 문예사조  흐르는 물처럼, 객토,       3편 시부문 등단

2014 12 월간문학 

2015 12 문예사조 500기념사화집 면성산의 애환,마실 시

2015 12 수원문학 겨울호 거울앞에서, 사는일 시

2015 12 한국문학정신 목화와 신기루,

2016 1/5 중부일보 시의 향기 그때 그집 시

2016   1 문학세계 시

2016   2 현대문예 향수(오줌싸게)허전한날 산은 그대로 있는데

2016   3 문예사조 살면서 느끼는, 한많은 임진강, 겨울연가 시

2016   3 한국 문학예술 백두산 천지, 하롱베이 풍광, 갈대, 무리

 



첫 시집을 내면서

엊그제 결혼하고 청년이었는데 두 딸들이 결혼하여 네 명의 손주들이 커가고 새치가 늘어 아예 자리 잡고 반백의 이순 중반에 그간에 두서없이 적어놓은 글들을 한권의 시집으로 발간하는 데는 많이 망설였습니다.
수원문화재단 형형색색 창작 지원금을 신청하면서도 걱정과 기대감을 함께하며 제출하였는데 확정 통고를 받고 걱정이 앞서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였습니다.
원고를 보면서 너무 부족한 생각으로 지인들과 괜찮을까 하는 사정을 털어 놓으니 부족한듯하면서 다시 성숙하는 것이라고 용기를 주시어 원고를 다시보고 또 보면서 퇴고를 거듭하여 부족한 나의 첫 시집 흐르는 물처럼을 내놓으며 더 좋은 기회의 바탕으로 삼고자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목표가 있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열심히 삽니다. 저도 고등학교만 졸업하여 대학공부를 하는 것과 나의 책을 내는 꿈을 꾸며 살아 왔습니다. 회갑의해에 만학을 하여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이제 시집을 내려고 합니다.
4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나 귀엽게도 크고 또 촌수가 높은 사람으로도 부담을 느끼며 살아오면서 부모님은 나에게 소중한 습관과 삶의 지침을 주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형님 내외분과 조카들 둘째형과 셋째형이 결혼하여 한집에 살던 유년시절은 할머니와 세살 차의 누이와 같이 대가족이 한울타리에서 자랄 때 저녁에 아버지가 책을 소리 내어 읽으시는 것을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이런 모습이 나에게 책을 좋아하는 습관으로 이어진 듯합니다.
아버지는 목수일이나 집짓는 일 농기구나 운반구와 가구 등을 직접 만들어 쓰셨으며 육이오사변 시에 마을방장으로 반공정신과 마을일을 잘 하시어 경기도지사 상도 받으신 분으로 항상 탐구하고 만드시면서 농사일도 많은 편인데도 척척 해내셨으며 아버지가 만드신 미닫이 식 수공으로 만든 책상에서 공부를 하였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은 형들이 있어 집은 늘 북적이고 못하는 일이 없던 집으로 조카들과 귀엽게 큰 편이고 형들이 아들 같은 동생을 편하게 대하여 주어 어떤 때는 버릇이 없는 행동도 하며 개구쟁이로 자랐습니다.
고교진학을 앞두고 회갑이신 아버지가 살림을 도맡아서 하시긴 하였어도 둘째형은 경찰로 셋째형은 농사꾼으로 살림이 나고 큰형님이 게시니 가능한 큰아들을 존중해 주셨기에 연로한 아버지에게 말씀드리기 어려웠고 큰형도 자식이 있는 터라 둘째형과 상의를 하였습니다.
그러니 고교진학을 그 당시 꿈이었던 목장을 하는 것에 맞추어 농고를 지망하고 둘째형의 지원을 많이 받으며 살았습니다.
그런 두형들과 막내 누이가 40대의 젊은 신 나이에 세상을 뜨시어 충격도 컸습니다.
부모님과 부모 같으신 큰누이와 큰형만 70대까지 사시어 외로움이 많았습니다.
대학을 가라는 둘째형의 권유로 서울농대 축산과를 지원하고 낙방을 하여 농사일을 하다가 방송통신대학을 지원하고 농사일을 하면서는 공부가 어려울 것 같아 삼성전자 시험을 보고 자재관리에서 근무를 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고 학교를 포기하였습니다.
1980년 삼성은 여가활동을 권장하고 각종동호회 활동을 시작할 때 기안이 약한 나는 문학 동호회를 선택하였고 회장이 되어 오육십 명의 회원들과 다양한 장르에 대하여 공부도 하고 토론도 하면서 나름대로 재미있는 여가를 즐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열시가 넘어 퇴근하던 시절, 늦은 시간에 활동하면서도 피곤한지도 모르고 행복한 날들이었답니다.
시화전도 하고 문학의 밤도 하면서 지도 선생님도 모시고 공부도 하고 열띤 토론도 하면서 한해가 지난 다음해 초에 첫발자국 청맥지 발행을 기점으로 사십 여년이 흐른 지금 문집이 20여권이요 많은 회원들이 활동하고 십여 명  이상의 시인과 수필가 소설가를 배출도 하였습니다.
2000년엔 재직자와 퇴직자가 함께하는 사람이 그리운 날에는 14문집을 발간하면서 동호회에서 청맥 동인으로 명칭도 바꾸면서 새롭게 시작 하면서 지금까지 40여년을 함께하신 박효석 선생님의 지도를 받으며 많은 변화와 성장을 하였습니다.
초창기에는 지도비도 일부 드리기도 하였지만 삼성의 지원이 끊기고는 무료로 지도하시어 후배양성을 위한 일에 큰일을 해주신 분이십니다
이번에도 작품해설과 꼼꼼하게 자적해주시어 앞으로 시심에 대한 방향을 주신 박효석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편 삼성을 40대에 그만두고 큰딸 대학등록금과 어학연수비가 없어 대출을 해주고 최소의 비용으로 어학연수를 보내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을 갖으려고 노력하였고 2001년 3월호 문예사조 경기대교수로 계시던 고 김창직 발행인이셨을 때 시로 등단하였습니다. 그리고 먹고 살기위해 중국생활 15년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아이들 대학생활도 마치고 결혼도 시키고 중국에서 사업도 시작하여 십여 년을 경제적 부담 없이 살아 전성기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만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서도 있었고 사람에게 배신도 당하면서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오늘이 최고의 날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미래의 희망도 중요하고 과거의 추억도 중요하지만 저는 언재부턴가 지금 현재가 행복하지 못하면 다음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행복을 느끼며 사는 것이 최고라는 마음으로 이 순간을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시는 선생님들 글을 읽고 실망도 하시기도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 다음에 계획 중인 수필집과 시와 시조에 대한 공부도 더하고 사물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힘을 키워 두 번째 시집은 더 좋은 작품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끝으로 앞에서 말했지만 부모님과 형제자매가 일찍 세상을 떠나시어 더욱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열심히 멋지게 살겠노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싶으며 집안의 가족 친지들에게도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에 감사드리며 살아오면서 나와 인연을 맺은 모든 분들과 수원문협박병두회장외 회원님들과 청맥동인 그리고 박효석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예림회 회원들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0월 10일
                                 저자 泉玟 김  동  석 올림





차례
1부
1. 객토
2. 내 마음의 봄
3. 허전한 날
4. 석양
5. 흐르는 물처럼
6. 생(生)
7. 창
8. 백호 꽃
9. 산은 그대로 있는데
10. 거울 앞에서
11. 길
12. 햇살
13. 갈 수 없는 길
14. 단잠
15. 바보 시인
16. 무리
17. 논쟁과 불화
18. 그 때 그 집
19. 백발
20. 당신의 수명은
21. 풍차가 있는 풍경 시와 시조 각1편


2부
1. 마라도
2. 중국 천진
3. 한 많은 임진강
4. 하롱베이 풍광
5. 주왕산 예찬
6. 명성산의 애환
7. 독성산성
8. 고석정
9. 융, 건릉
10. 백령도는 지금도 곡망(鵠望)하고 있다
11. 연화장
12. 보은 단골
13. 가을 하늘
14. 추억(싸인지)
15. 사계절의 진상
16. 4월이 오면
17. 오월이 가고 유월
18. 9월의 노래
19. 겨울 연가
20. 백두산 천지
21. 칠보산 보물은 어디 갔나


3부
1. 향수(오줌싸개)
2. 빈 둥지
3. 마실
4. 에메랄드골드
5. 산딸나무
6. 아가미
7. 갈대
8. 꽃시계
9. 군자란
10. 동백꽃
11. 개망초
12. 목화와 신기루
13. 능소화
14. 박주가리 홀씨
15. 양파
16. 아마릴리스
17. 낙엽
18. 자귀나무 꽃
19. 상처
20. 환희
21. 청미천
22. 들꽃
23. 생명


4부
1. 초가을
2. 가을
3. 12월의 송사
4. 별 이야기
5. 별
6. 흙냄새
7. 아무리 추워도
8. 순회
9. 하나가 되세
10. 진짜 같은 가짜 세상
11. 어머니1
12. 어머니2
13. 어머니3
14. 아내
15. 아버지의 추억
16. 나
17. 나에겐
18. 부모의 마음
19. 상이군경 김선대님
20. 첫사랑
21. 때로는

5부
1. 나팔꽃
2. 나무
3. 겨울 산수유
4. 향수(소모는 아이)
5. 살아있어서
6. 살면서 느끼는
7. 당신은
8. 친구야(카톡하면서)
9. 사는 일
10. 가을소리
11. 세월속에 가족
12. 연장수의 가락
13. 희망
14. 봄소식
15. 쓸쓸한 귀로
16. 구구팔팔이삼사
17. 임종태님을 생각하며
18. 나이가 들면
19. 총곡팔경
20. 삼남길 세마대
21. 팔월의 노래
22. 바람 


1부 흐르는 물처럼 외 20편


     토

                   
비와 천둥이 그친 자리에
갓 일어나 바삐 움직이는
개미들의 모습을 보면
 
한동안 마음가득
찌푸렸던 날씨가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터전을
뽀송뽀송한 새 흙으로 만드는
개미의 객토 행진을 보면
 
어느새 내 마음도
객토를 하며
님에게 줄
향기나는 꽃 한 송이 피우고
 
산, 들, 공기
멀리 태양도
어느새 내 마음에 들어와
객토한다. 













내 마음의 봄 
 
                    
 
양지 바른 쪽에는
벌써 새싹 삐죽한데
가슴 속의 봄은
암흑에서 맴돌아
꿈속에서나 보이는지
 
다가가려하면
어느새 자라 머리 감추듯
움츠려 보이질 않네.
 
내 마음의 대문
활짝 열어 젖혀
입춘대길 크게 써 놓으면
마음 가볍게
다가오는 봄
 
그녀를 향해
물오름하며
새잎 틔워
살며시 내밀면
 
가슴속에
아지랑이 아롱아롱
햇살 실타래
풀고 있네.




허전한 날
 
까닭 없이
으스스 춥고 삭신이 노근
망치로 얻어맞은 양
팔다리 등허리
온몸이 천근만근
마음도 허하여
텅 빈 가슴 오려 내리면
가까운 산 올라
소리소리 질러대고
찜질방 대자로 누어
땀내 모질게 맞으며
삭신이 녹아내리게 한다.
나른한 귀가길
동동주와 김치두부에
어린 날 정분났던 그녀와
수채화 그리며
마음속으로
빠져 달랜다.
 



현대문예 2016년 1월호







석  양                              
 
건물과
나무사이로
하루를 먹는다.
태양도
만찬을 즐기며
쫄깃한 하루
끈끈한 하루
불그레한 하루

수줍음이 심장에 박힌다.
사랑의 하트로
임을 포옹하며
웃음바다가 펼쳐진다. 
별이 보이기 시작하기를
기다리면서
불그레한 나의 연인도
별처럼 상기되어
새 생명이 넘실댄다.
 









흐르는 물처럼
 
                     
 
아무 내색도 없이
물방울이 모여모여 무리를 이룬다.
부딪쳐 구르다
먼 행로 제쳐두고
이끼와 술래 놀이도 하며
자갈과도 입 맞추며
빛바랜 구슬처럼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어느새 거산되어
냇물의 끝을 향하여
모래, 자갈, 수초, 이끼와
밀다가 밀리다가
부딪치다 부딪침을 받으면서
고운체로 정화되어
고진(苦溱)한 행로를 다한다.
 
흐르는 물은
어느새 시련도 잊은 채
대해(大海)에 우뚝 서 있다
오를 것 없는 대천(大川) 하늘과 어우러져
그대와 난 흐르는 물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다






생(生)
         
 
 
산다는 것에?
특별히 의미를 갖지 말자!
먼 훗날의 기약도 하지 말자!
 
그냥 지금
마음을 채우며
행복을 광주리에
한올 두올 담으며
그 느낌을 가슴에 채우며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해하자

삶의
노래가
절로 흥겨움에
덩실덩실 춤추도록








창(窓)       
 
어젯밤 별들끼리
심하게
패거리로 싸우더니
밤이 지났다
 
하루가 시작하는 아침
서리발이 서려
한줄기 위에서 아래로
주르륵 녹아 흐른다.
 
투시되는 바깥세상
너무 맑아
보기는 좋은데
왠지 얼굴이 뜨겁다


국회의원 선거 시 싸우는 것을 보고












백호 꽃

 
경인년 백 호랑이 해
용맹이 하늘을 찌르고
포효하는 기사가
세상을 뒤흔드는 데

용맹도 강함도
때론 꽃처럼 예쁘고
아름다운 것인지

백 마리 호랑이를 보니
어찌 용맹하다기보다는
순탄하고 온순한
마을의
군락 꽃 같다.












산은 그대로 있는데
 
개미실 산우들과
내 고향 율면 총곡리 옷샘골
고향집 대청 에서 보던 원통산(圓通山)을
영산리를 경유하여 월정리로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 기쁨이 배가 되었다어릴 적 먼산나물 먼산나무 간다고어머니들과 형수들아버지들과 엉아들 같이 간다고떼쓰다 못간 원통산미군이 주둔하고주천 저수지에서 목욕하며씨레이션을 얻어먹던 곳
정통 코스 산행은 아니라도좋은 사람들과 산행도 하고산나물도 뜯으며 함께 한 시간세월을 낚는다는 마음으로힘든지 모르고영촌 잿말 안다리골 무시울 누비며고사리 다래 순 싸리 순을 따며하루의 행복을 맛본 하루
원통산은 그대로 있는데


현대문예 2016년 1월호
*씨레이션: 미군병사들의 전투 식량




거울 앞에서
 
 
볼수록
낯선 얼굴 사이사이
주름 늘고 희끗희끗 머릿결
눈언저리 가을비 내린다.

거울도 나이가 드나보다
이전처럼
따뜻한 모습 없고
이전처럼
생기도 없는 모습
덧칠에 덧칠하여
쭈글쭈글 서럽다

마음은 한창인 데
나는 영글어 가는가?
거울 앞에서
피식 웃어본다.
 


수원문학 2015 겨울 호







 
길이 아니면 가지마라 하던 말 기억 난다
매일 가는 길 갔던 길도 새롭게 느껴지고
못가는 길 따로 있겠나. 그 길은 아마 아마도
사람 도리 잘하라는 길이겠지 하면서도
새로운 길 오늘 가면서 붙박이 길 보다야
훨씬 좋고 햇살 가득한 데 고행이 더 크네
도리 찾고 고행이었어도 그길 뒤돌아보니
미소가 흠뻑 머무는 게 낙이요, 행복일세.















햇살
 
얘들아
점심 먹어라
아니요 조금 있다

양지에 햇살 좋아
소꿉놀이
허기도 잊은 채

엄마 놀이 사방놀이에
누리 가득 
해님 가득


새싹 돋고 꽃 피우려
틈새마다
고루고루

만물이 소곤소곤
일어나고
솟아나네.

온 누리 아이들 얼굴
거무스레
생기돋다








갈 수 없는 길
 

갈 길은 멀고먼데
돌아가야 한다.
길도 잘 모르고 시간도 없다
어떻게든 이 길을 통과하여도
또 장애물이 기다릴 것이다
돌아갈 길이 잘 모르는 길이라도
돌아가야 할 일이라면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인생길도 마찬가지

자연이 길을 막아 놓은 것도 있지만
주위의 사람들이
더 막아 놓은 것이 대부분
돌아간다고 인생길이 더
어렵다고만 하지는 않을 터
역경과 고난 속에서
힘든 길이라도 돌아가야 한다면

최선이 아닌 것이 최선인 것을~








단잠
 
점심을 먹고
나른한 오후가 되면
사르르 잠이 온다

어쩌다 운전할라치면
쏟아지는 졸음에
당황 하는데
창문 열고
노래를 부르면
입에 침이 마르며 맑아온다
때론 차 세워 잠깐 단잠을 청한다

사무실에 있을 때는
낮잠을 잔다

누가 있든 없던
책상 앞에서 의자에
머리를 제쳐 잠을 청한다

잠시 누가 뭐해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단잠은 설찼어도
정신이 번쩍 든다

그 땐 확실히
개운한 단잠
오 분이 평생 되고
능률도 배인 것을





바보 시인 
  
세상에 
시인은 바보 천치 멍텅구리
아내가 끼닛거리 없다 해도
아이들이 과자 사달라고 해도
시 쪼가리 말 쪼가리로 나불댄다
태연한 척
잘난 척​ 현실은 아닌 데
선비가 양반입네 하던 시절도 아닌데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주막거리나 기웃댄다

그래도 난
산업전선에 매달려
시 나부랭이 잊으며 살았기에 망정이지
시인입네 입만 나불대는 모습
부끄럽다
이순에 시 한수 쓰려니
안 되는 건 당연지사

하기야 내 인생 
웃으며 살 수 있으면 되었지 뭘 더 바라랴

그래도 시는 쓰고 싶다
바보시인​





무리
 
달도 차면 기울어
달무리라 한다
길가에 가로수는 두 줄로 무리져 있고
세상에는 무리들 천지다
부부, 부모, 남여, 동서남북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시장의 좌판 대를 놓고 살았거나
어물전에서
금방에서 살았거나
여의도 사당의 무리들과
별 진배없건만
그 무리들 제 생각뿐이다

그런 오늘 명태 무리들은
입을 꼭 다문 채
의사당 꼴을 보고만 있다
할 말은 많은데
보고만 있다
변하기를 바라며


*여기서 명태는 명퇴한 근로자들을 말한다.





불화
 
눈 덩이 바위덩이솔잎처럼 찌르기도 하고 목련처럼 부드럽기도 하지 솔방울처럼 단단한 것이 터져서 씨앗을 내기도 하지만 송화 가루 꽃이 피기도 하지 자색 목련 하얀 목련이 진하기는 하지만 매혹적이고 부드럽기도 하지만 열매는 동실동실 하단다 논쟁은 늘 그렇지 불화를 만드는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연한 것과 딱딱한 것이조화처럼 늘 함께 한다 치고 박고 터지고 하다가도 일어서면 언제 그랬지 자연의 섭리처럼,









그 때 그 집

那時那家(나스나자)
그때 그 집​
이름도 좋다
그때 그 집에 가면 추억의 여인이 있을 것도 같고
오랜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
고향친구들이 옹기종기 모여
춤도 추고 이야기꽃도 피우고
어릴 적 이야기가
솔솔 나올 듯하다
맛 따라 삼천리라 했나!
중국 천진 이국땅 서청구나 대항구에 가면
간판이 걸려있다
“그때 그 집”
중국글자로는 那時那家 발음은 나스나자다
우리말로는 나시나가​다
서청구에 가면 왔어 하면서 반기는 민병창 띠동갑 형님
대항구에 가면 어서와 하면서 반기는 손달순 열살위 형님
들어서면 주저리주저리 고향이야기며
부산 갈매기이야기며 충북선이야기가 나온다.
충청도 이야기
부산이야기
전라도 강원도 이야기가 나오고​
팔도강산 금수강산 대한민국 이야기가
줄줄이 나오는 이곳은
옛 여인이 찾아온 것은 아니지만
​삶의 끈이 보이고 힘이 나는 곳이다
두 형님 앞으로  25년을 ​함께
이러저런 이야기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날 만들어 가자고요
그때 그 집은
오늘도 이렇게 북적인다.
중국 사람도 한국 사람도
동북의 우리 동포들도
맛장수로 시끌벅적하다
                                            중부일보 2016년1월5일 신문 시의 향기

백발
 
흰머리 많다고 하나 둘 뽑아내던
새치가 이제는 버젓이 주인 되어
보따리 풀어 놓고는 타령을 부르네

세월은 물처럼 흘러 흘러 이순(耳順)이네
돌아온 길 눈여겨 새김새김 주섬주섬
기억이 새록새록이 돌아올 줄 모르 네













당신의 수명은?
 
 
SNS 에서 당신의 수명은 언제까지인지 궁금하시지요?
2025년 02월 15일 시키는 대로 클릭하니 이렇다고 하네
내 나이 이순은 넘고 올해가 2015년이니 허허 10년 남았네
남은 10년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나 이거야 정말 낭패일세
아예 모르고 사는 게 약인 것을 죽는 날 받았다 생각하니
그냥 허무하고 서럽고 불안하니 잊고 살자 내일 죽더라도
그게 헐 속 편하고 좋은 것을 괜한 짓 했다 씁쓸 또 씁쓸,












풍차가 있는 풍경

1 시
인천 소래 습지에 가면
풍차가 바람을 돌리고
 
갈대들의 춤 어울렁
인파들도 흥 더울렁
 
수면 속에 소금 한줌
내 마음의 바람개비



2 시조
생명이
살아서는
움직여 꿈틀대고

풍차가
바람일어
갈대가 춤을추며

수면아의
물방개들과
세월을 꿰어 맨다.


풍차가 있는 풍경을 보고 육필로 두편 제출하였다




2부 백두산 천지(70주년 광복에 붙여)외 20편

















마라도
 
 
제주섬 따라 강남 그 아래
낮밤 쉬지 않고
한 장 연잎 이슬 위에서
너랑 나랑 편히 지내라 불 밝히며
갈매기 불러다 잠재우며
청신호 보낸다.
해녀는 오늘도
햇살 맞으며 첨벙 뛰어 들어
고진한 하루를 맞으며
등대지기 뱃고동 소리에
삼천리금수강산 편한 밤
안식처 하라고
불빛 삼시 사방 밝힌다
십자성소식
마닐라
발리, 괌 소식
제일 먼저 알리며
대한이 우뚝 선다
태극기는 쉼 없이
여기부터가 대한이라고
어서 오세요 손짓하네.
 
 
문학세계 2016녀 1월호






중국 천진

천진은 산이 없고 사방이 들!
한국보다 더 큰 평지의 화북성 안에 있다

땅이 갯벌 흙과 비슷하여
비가 오기 전에는 딱딱하고
비가 오면 그대로 갯벌처럼 질퍽인 곳
공기가 나쁘고
물이 나쁘고
여기서 살고 있는 이유는 무얼까?

먹거리가 흔하고
산이 없으니 농자천하지대본이요
항구이니 해산물이 흔하고
북경을 잇는 곳이기도 하고
상해나 대련이나 서쪽으로 가는 길목이라 좋다

동북삼성에서도 남방으로 거쳐야만 가는 곳
천진이 천만에 북경이 기천만 명이요
화북성이 팔 천만 명이면 1억의 생활 터전이라
모든 곳이 집중하는 천진!

한국인이 오만에 교포가 십만은 넘어
만나는 사람마다
어제 만났던 사람같이 느껴지는
넓은 목화밭이 보이는 곳엔 정이 넘쳐
천진은 오늘도 사람을 유혹 한다




한 많은 임진강
    
한 많은 임진강을 끼고
자유로를 따라 간 임진각
가지 못하고 있는 녹슨 기차
기적소리는 음향기기로 계속 울리는데
땅거미가 깔리면서 가로등 불빛이 줄을 선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마지막
기념촬영이나 하며 기약을 하겠지?
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쓸쓸하게 돌아선다. 오열 하며 아~
붙어있는 실향민의 글씨
철조망사이로 불빛이 한 줄로 선
저 곳이 남방한계선인가 보다
없어지는 그날은 없을까?
이념을 벗어나
자유의 다리를 넘어 개성으로 평양 신의주의 압록강과
백두산 천지 그리고 나진 두만강까지 가고 싶다
통일을 염원하는 제단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비석의 나의 조국, 대한민국 말만 들어도 울컥하는 말
망향의 노래비의 사연도
임진각 저 불빛을 북한 동포들이 밤바다 보고 그리워하겠지
저곳에 쓰인 한 많은 사연
북쪽 불빛이 너무 없어 인가가 안 보이는데
남쪽 밤거리는 대낮이니 더욱 애절하다
오늘 갈망하면서
북한의 말도 안 되는 억지에 한숨만 쉰다
한 많은 임진강!
 
사연들이 줄줄이 메아리쳐 온다





하롱베이 풍광
 
 
중국 하이난(해남)섬 서쪽으로
베트남 하노이에서 하이퐁항구를 지나
하롱베이 가는 길은 오토바이의 퍼레이드로 길손이 더디다
 
직사각형 슬라브 집들이 눈가를 스치는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3모작 베트남은
지구상의 천국인 듯
멀리 보일 듯 말듯 석회암산에도 생명이 숨쉬고
암벽 틈틈이 어우러진 풀잎 하나하나에도
신비를 더해주고
바위 하나하나가 예술
조물주의 조각품에 신선들의 연출 같다
 
입맞춤도 연출하고 강아지 고양이 코끼리 낙타모양
수천의 신들이 있는 하롱베이

유람선 안에선 
노랫소리가 바다 위 삼천 섬들을 들썩이는데
운무에 아스라이 보이는 섬들과
동굴 속 석회수의 퇴적이 만든 궁전을 보노라면
태초의 신들이 놀았을 궁전에 탄성이 절로 난다







주왕산 예찬
​​​
청송 주왕산을 산행하다 보면
가을 단풍 호수 암벽에 입이 딱 벌어져
여보야 멋있나
멋지데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주왕이 마장군 오형제에게 쫓겨
길도 없이 오르지도 못하는 험한 주왕 굴에 피신하였으나화살 공격에 육탄 공격을 하여서비로소 당나라 요구사항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던
주왕의 피가 대천을 진동하며수달래꽃이 온산에 피었다는 주왕산
신라 천년사직을 고하고 고려에 들어서니 그제야 애도와 그의 죽음에 이름도 주왕산이라 명명되고온갖 바위들의 기세가 대전사에 모여목탁소리 불경소리 끊일 줄 몰랐다
산을 오르다 보면
연화암에서 불공이 지극 정성이었던
딸 백련공주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고

주왕산의 옛이야기
남근 조각비 늘비하여
아지매들 혼이 빠짐도
사시사철 주왕산 풍광에 빠지어
여보, 야도 잊는다.   ​
 






명성산의 애환

포천과 철원을 어우러진 명성산은
억새축제와 등산객들로 인산인해
개미실 산우들과 산행에 울음산이 고한다.
마의태자의 한과
궁예가 왕건에게 피살되어
명성산의 울음소리가 천지를 울리고
부하들과 애마도 울어 산을 울렸다
그뿐이랴 한국 전쟁 시
포격으로 울창한 숲이 초토화된 황무지에
억새가 무성하여 한들 한들이다 
가을이면 흰 눈 내리듯 홀씨 바람에 날리어
삼백 명 유해의 한을 달래기도 하고
등룡폭포 비룡폭포의 눈물로 울었다
산도 울고 폭포 물도 울고 산새도 울어
산정호수에 눈물바다 이루었네.
명성산 바위에 부딪친 바람소리 떨어져
자인사 염불소리로
명성산 울음 그칠까 모르겠다.
등산객 만천인 들이여 마음하나 모아 보소
삼백 명 호국영령 앞에
오늘도 내일도 빌고 또 빌어주세








독성산성
 
 
병점을 지나 한신대 옆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길
양산박으로 착각하며 오른 양상봉엔 벚나무가 반기고
바라보이는 수원의 팔달산 아래 펼쳐진 화성이 타오르며
정조대왕의 효심이 분산되어 광교산으로 뻗치어 돈다.
능선을 따라 사십오도 비탈길 올라서면
백제의 역사를 간직한 보적사가 반기고
느티나무와 오동나무도 반기어 한쪽에 삼남길 통과의
마패인장을 찍어서 독성산성을 정중히 지나노라 고하면서
사방의 고장성 따라 돌다보면 視界가 훤하여 호령한다.
권율장군의 재치도 보이고 숙종과 변응성도 보인다.
정조대왕의 화산에 모신 아버지의 융능도 보이는 곳에
독성산성은 수백 년의 세월에 화성과 처인 성과 함께
한양의 안녕을 기원하며 사방의 문지기요 검문소라
삼남길 독성산성 세마대는 요지로 관문으로 있다
​지금은 잣나무와 오동나무 밤나무 그리고 벚나무가
산림욕장이요 ​유아 숲 체험 장으로 오는 이 인산인해로
​독성산성 세마대는 米水와 柏松으로 목욕을 하고 있다


세마대 : 임진왜란 때인 1593년(선조 26) 권율(權慄)이 쌀로 왜적을 물리쳤던 산성.







고석정
 
일억 년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 난 뭘 하고 있었지?
풍화작용과 함께 하였을
그때도 사람의 숨결이 있었으리라​
오늘 똑 같은 숨결이 있지만
오십 리 위로 올라갈 수 없으니 안타까워라
임꺽정을 다시 불러 *고석정 아래
흐르는 물 어우러져 물높이나 하고 싶다

부부의 날 나들이에 수피령 넘어 수현공원에서
선배 병장 혼에 감사드리며
한탄강 고석정 일억 년 전으로 돌아가
오늘의 분단 되돌려 가지고 오고 싶다
한탄강 이름도 하나강으로 만들어
하나가 되고 정도 나누며 자유왕래 하면서
3번국도 한반도 중심을 가로지르며
부산에서 원산 회령 두만강 *녹둔도로 가고 싶다


​*고석정은 철원에 있는 한탄강에 있는 정자다
*녹둔도​는 두만강에 있는 섬으로 원래 우리 땅 이었는데 소련이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







융, 건릉

융릉에 연꽃 비석 피지 못한 슬픔 서려
사도세자 지(知), 무(武)를 겸비한 왕자라도
영조는 당파싸움에 아들을 하늘 보내고

왕위를 계승한 정조는 아버지 닮아서
지(知)와 무(武)를 겸비하고 효성이 지극하시어
죽어서도 부모 옆자리 지키는 곳 건릉이네



*1789년 양주 매봉산(휘경동)영우원을 화산으로 옮기고
헌륭원으로 부르고 수원화성에 수원성을 과학적으로
짓게 하시어 어머니 현경황후와 머무르면서 아버지 사도세자에게
제를 올리시며 정성을 다하여 수림을 가꾸셨다 한다.
순조16년 1816년 현경황후를 합장하고
1899년 장종으로 추존하고 융릉이라 했다








백령도는 지금도 곡망(鵠望) 하고 있다

1, 
야무진 차돌이
억 겹의 세월 속에
콩 돌이 되어 새알로 만들어지어
갈매기의 알도 분간 못 하였다
모래알이 된 규조토
사곳 천연비행장이
육이오 한국 전쟁 시
작전 수행도 하고
수송기가 이착륙도 하는 곳
이탈이아의 나폴리 천연비행장과 벗 삼은
대한민국 서해 최북단 북위 37도52에 
억 겹의 백령도

2,  
곡망(鵠望)은 예나 지금이나
아버지에게 쫓겨난 딸은 사랑하는 사람을 곡망 하였고
심청은 인당수에 빠지면서 아버지 눈뜨기를 곡망 하였고
육이오동란시 북쪽에서 피난 와서 돌아가지 못함을 곡망하는 주민들
어찌 허구적 곡망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얀 날개깃을 가진 곳에 가면 연인이 있다는 백령도(白翎島)
백령도는 지금도 곡망하고 있다

3,   
따오기들의 서식과 점박이 물 곰의 지상낙원
장군들의 회의 모습을 한다하여 두무진(頭武津)은
어찌 서해의 해금강이라고 하지 않으리.
천안 함이 북한 어뢰로 침몰되어
전사한 장병들의 넋이 오늘도 꺼지지 않는 불이되어 타고 있다
여행가다 침몰하여 저세상 간 세월호 유족들도 안타깝지만
어찌 그것과 비교하여 보상잣대도 변질되어 버렸나
녹을 먹고 국민의 대표라는 사리분별 못하는
이 땅의 위선자 국회의원들이여
무엇이 우선인가를
백령도 위령탑에 가서 각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노라고
천안함 전사자의 위령에 고하라
 
4, 
해병대 오천의 힘과 주민 오천의 힘이 날로 강해지고
오천만 우리들의 힘이 연평도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에 자주 가서
안보의식도 담아오고 그들의 삶도 보듬으며
어우러져 살아 보심이 어떠하리?
1890년대 기독교회가 두 번째 세워진 중화동교회에는
무궁화가 100여년을 지키며 조국의 한을 달래고 있다
동쪽은 한국군이 백마고지를 사수하며 철원,고성을 사수하였건만
서쪽은 유엔군이 개성과 해주를 북한에 내주어 안타까움이 있던 차에
서해 5도등 38선 이남의 섬들은 일방적으로 남한으로
편입한 유엔군과 이승만 대통령의 결단이 오늘의 백령도
통일의 곡망은 이루어지리라


2016년 5월7일~5월8일 1박2일 백령도 여행
개미실 산우회 34명이 함께하다
곡망 : 학수고대하면 이루어진다는 뜻임







연 화 장
 

가을하늘이 높아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날씨인 데
오늘 가신 고인은 아무 말이 없으시다

극락은 뭐고 천당은 무엇인지
국화 한 송이를 올려 놓기도 하고
향을 피워 꽂기도 한다

아무 말도 없는 고인이건만
이승에서 만난 이들의 작별이 아쉬운 듯
적막감이 공허처럼 내려앉는다

황순원의 시 밀어가 생각나서
나 또한 저 세상 사정이나 듣고 싶고
천당 지옥은 있는지 묻고 싶은데
아무 말 없이 고요만 감돈다 










보은단골 조선 선조는 종계변무를 해결하고 돌아온 홍순언의 집이 있는 현 롯데호텔이 있는 마을을 보은단골 보은담골 미동이라고 하였단다. 일개 역관의 동네를 이렇게 한 사연인 즉슨 조선 태조 이성계의 부친이 이자춘임에도 역적 이인임으로 명나라 대명회전에 기록되어 이백 여년을 오면서도 바꾸지 못해오다
​홍순언이 도와주어 부모의 시신을 모신 여인이
효녀소리 듣고 禮部侍郞  石星의 부인이 되어 극진한 대우와 보은단의 비단을 수놓아 보내고 종계변무를 해결되고 병부상서가 되어서는 임진왜란 시 병력도 파견해준 사연이 있는 곳
보은단골을 아는지 모르는지 북적북적이다 베풀 은 인연에 감동받아 보은으로 돌아옴은 세상의 이치를 잘 깨우쳐주는 사연이란다
요즘 어려운 일에 외면하는 각박한 세상에 이 길에 큰 표지 석 만들어 보은단골을 알리세 








가을 하늘
 
 
땡볕 아래 노고지리*
달아올라
하늘 높다 

들녘 곡식 송골송골
알알이
속삭일 때

매미소리 하늘 찌르고
귀뚜라미 소리
밤 깊어


하늘도 더위 뱉고
천고마비
책을 읽고

사념에 젖은
서산의 해


 
*노고지리: 종달새







추억 (싸인지)
 
1968년 전후
중학 졸업시절
나이 15살 무렵 코흘리개가
노란 파란 빨간 연두
등사한 색지에
이름  주소 내 성격은 네 성격은
애인이 있다면
나에 대한 네 생각은
장래 희망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사람은
추억거리 이성 생각
알알이 적은 싸인지
돌리던 그 시절
어른이 다 된 듯이 내 살 판이라
이순 되어 읽어보니
가관도 아니네
참 어설프고 기도 차다
다시 돌아가 볼 수 없는
그 추억 소중하여라








사계절의 진상
 

연푸른 신록은 우주를 연다
 
여름
짙푸른 녹음이 태양을 연다
 
가을
형형색색 낙엽은 별을 단다
 
겨울
헐벗은 나무는 달을 걸친다
 
시기도 슬픔도 사랑도 이별도
오해도 실망도 경험하고 철이든다
 
우주 태양, 별도 달도 따며
삶의 바구니가 주렁주렁 
 
사계절의 진상 고객







4월이 오면
 
영춘화
생강나무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매화
라일락​
벚꽃이 산과 들을 덮을 때
편지를 쓰고 싶다
​한 아름 꽃잎과 향기를 담아서
사랑한다고 편지를 보내고 싶다
반갑고 기쁨을 전하고 싶다
받는 곳도
꽃들의 향연이 펼쳐있겠지만
​마음까지 담아 보내는 편지
말없이도
글 없이도​
사랑이 절로 가리다 ​
사랑하는 이여!








오월이 가고 유월
 
싱그러운 오월이
꽃 잔치로 즐겁게 하며
신록이 연푸름으로 짙어지면서
유월을 부릅니다.
이 좋은 시간 가지 말라고
세월 빠르다고들
고장 난 시계는 멈추는데
세월은 야속하게 빨리도 간다고
한탄도 합니다만
꽃이 피고 연푸른 신록만 있다면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겠지요.
가면 오고 오면 반기면서
세월과 함께 즐기며 가야지요.
젊은 날 어른들의 모습에
나도 저렇게 나이를 먹어야지 하던 것처럼
이제 내가 그 나이가 되었네요.
우리 함께하며 재미있게 살아요.
오월이 가고
유월이 왔으니 더 행복하게 살고
한발 한발 매실 익어가고
밤나무 꽃 피는 유월
보리와 감자를 수확하는 마음으로






9월의 노래
삼복 더위 엊그제 찜통이더니그런 날 없었다고 시치미 뚝 떼고는오곡백과들 잔치하잔다.코스모스 잠자리국화꽃 만발하며 벌들도 한창이다들에는 가을걷이로 분주하다그런 곳이 어디 고향만 있겠나.내가 있는 중국 천진도 같으니 오늘도 친구가 하늘이 파래서 풍덩 빠질 것 같다고 하던데빠져서 허우적대는 일이 있어도
친구들아 나와라 딱지치기 사방치기 고무줄 자치기도 해보자꾸나.
가을추수더미 짚더미 속에서도
웅덩이 퍼서 미꾸라지 잡아 매운탕에막걸리 한잔하며 우정 키워보세







겨울 연가 (보리이야기)
 
난 겨울을 사랑했지
나의 주인은 가을에
날 잉태하게 하였답니다
 
겨울은 날 사랑했지
하늘에선 눈 내려 덮어주고
땅속에선 훈훈한 열기도 품어 주었지
 
봄빛 따스한 날
땟거리 떨어질 때 쯤
나는 은혜에 보답을 하려고
 
겨울 내내
노래 부르며
춤을 추었다오

나 보리는 겨울 내내
그렇게 흥얼흥얼
봄을 기다리 네







백두산 천지
 
 
광복 70주년 며칠 앞둔 팔월9,10일 양 이틀
개미실 산우 34인은 118차 산행은 백두산 천지를 가기위해
산우들은 장춘에서 돈화 발해광장 지나 이도백하(二道百河)로
난 천진에서 연길, 도문, 용정 일송정과 용정 우물을 지나
열차로 이도백화 모여 모였다
첫날 서파입구에서 상봉하여 천지를 보던 그날
모두들 북한 땅으로 백두산엘 오면 좋을 것을 이구동성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달토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애국가를 부르며 천지를 관람하고 보던 첫날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과 어우러진 천지에서
용천하는 대한민국이 보이고 북조선이 보였다
금강대협곡을 보고 하루를 마감한 산우들 들떠서 난리다
 다음날 북파로 올라 천문봉 2650미터에선
구름이 너무 많아 실망하던 순간에
서서히 걷히는 구름사이로 드러낸 천지 모습
감탄과 함성이 쏟아져 천지가 들썩였다
와~아~보인다. 천지가
천지가 개벽하는 순간 조상님이 도우심이다
삼대가 착한일 해야 본다던 천지를 이틀 동안 보았으니
개벽이고 조상님의 은덕에 자랑도 함께 함이다 ​
북파에서는 이쪽저쪽 보는 곳마다 형세가 다르고
자연의 오묘함이 다른 것이 백두산 천지여 외치고 외쳤다
장백폭포로 소천지 녹연담을 내려오면서​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의 기상이 다시 오고
해동성국 발해의 대조영 223년 세상이 다시오는듯한 기분이다
압록강과 요하강의 요동반도를 호령하던 고구려
송하강 해란강 흑룡강 오소리강 두만강의 기상
간도를 주름잡던 해동성국 발해가 용트림한다
21세기 일제치하 광복 70주년에 고한다
만주벌판에서 말다리던 우리후예들의 기백과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늙어 갔어도
한줄기 해란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용두레 우물가에 밤새소리 들릴 때
뜻 깊은 용문교에 달빛고이 바치고
용주사 저녁종이 비암산에 울릴 때 
사나이 굳은 마음 깊이 새겨 두었네
말달리고 활을 쏘던 선구자 이억 만 리 에서 맹세 했네
조국을 찾게 노라 거친 꿈이 깊은 선구자
독립투사들의 백은평 전투에 본오동전투에 힘입어
청산리대첩을 이끈 홍범도 김좌진장군등 독립투사들의
혼이 깃든 돈화 연길 화룡 용정 왕청 훈춘 도문 길림성과 흑룡강성이여
발해유적지와 곳곳에 학교를 세우고 독립운동도 세운 곳이여
연변 조선족 자치주는 말 그대로 조선 고구려요 발해다
윤동주시인도 심련수 시인도 송몽규 시인의 숨결이 들리고
지금은 한반도가 남북한 분단국에 광복 70주년이니
어찌해보기 어렵다마는 통일이 되기 전 우리역사 바로 알아
익히고 가르치고 넓히고 알려서 통일되는 날
백두산정계비의 서위 압록강 동위 토문강 내용도 밝혀보세
장백폭포로 이도백하가 토문강 송화강 오소리강으로 흘러 동해로 가고
고구려땅 발해땅 소련 블라디보스토크나 녹둔도
간도협약은 무효요 대마도 나라현도 우리 땅이었노라
다함께 외치면서 역사 바로알기 시작하세
우리 모두 역사 공부하여
훗날 우리 조상들이 침략은 받았으나 흥망성세가 있었기는 하나
하나도 빼지 말고 설움도 영광도 함께 하며 배우세​
백두산 천지는 대한민국의 영지(靈地) 앞에서 비노라
민족이여 하나가 되고 중지를 모아야 산다고

오~~우~~~대한민국이여 재도약 하세
 
 
한국문학예술 봄호






칠보산 보물은 어디 갔나.
 
용화사 금불상은 무엇을 하시고
개심사 무학사는 무엇을 하시어
여덟 개 보물 중 금 닭을 잃어버리시고
산삼도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안산부자가 황계를 가져가서는
큰 부자가 되었다는 설도 있고
죄받아 꼽추가 되었다는 설도 있다
원평리 우씨가 집짓다 발견하여 박물관에
팔백만원 받고 팔아먹었다는 설도 있다만
북방계획 꿈꾸신 우암 송시열 매곡서원은
주춧돌만 남아 다시 축성되기를 기다리며
백육십여종 식물들과 삼십사개의 조류들
울고 웃으며 세월 속에 비밀을 간직한 채
칠보산은 여덟 개 보물중 하나가 없어지고
일곱 개 보물이 있다고 믿으며 오고 있다
등산객들 칠보엔 관심 없고 생의 희망 중에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이 靈榮영영福來복래
거친 호흡 몰아쉬며 보물 안고들 간다.
 








3부 아가미 외 22편















향수(오줌싸개,a bed watter)
 
수원1번국도 옆에는
오줌싸개 인형작품이 있다
키를 머리에 쓰고 눈물 흘리며
소금을 동네 집집마다 돌아다니던 시절
생각이 안 난다면 시골사람이 아니다
이른 아침에 옻샘골 마을에도
오줌을 싸면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어 오라는
부모님의 고함에 겁에 질리고
창피한 지는 알아서 눈물 흘리던 시절
가끔 꿈꾸면서 오줌 싸던 시절이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지고
아버지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다 잠이 들던 시절에
동네에는 내칭이 댁내와 수실말댁
용머리댁 토깨댁 원댕이댁 골문이댁
성골댁 주천댁 개미실댁네와
마루태기댁 등등이 있고 울 어머니 마제댁에는
늘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살던 그때를 잊지 못하여
오늘도 향수에 젖어본다
오줌싸개가 하는
아침에 키 쓰고 소금 얻던 시절
.........................
어머니와 동네어른들이
많이 그립다





빈 둥지
 
외로운 빈 까치집,
마음은 고향으로 달린다.
예전에 우리들이 살던
집하나 둘 없어지고
주인 없는 집으로 남아 있는 빈 집
형수만 계시는 외로운 집
지금 내가 돌아가도 이순의 나이에
가서 본들 다시 올 수는 없는 지난 날
나 살아 생전이라도
저 빈 둥지에 돌아가고 싶다
봄이 와서
까치가 저 둥지를 찾는 것처럼
소꿉친구라도
때 되면 불러 모아
생선 잡아 매운탕에
막걸리 한잔 하며 철렵이나 벌여보자
 
이국땅에서 빈 까치집을 바라보며









마실
 
친구가온가족이
마실 한정식에서함께한 나들이 오찬웃음꽃이 만발하는 사진을 보니
 
마실 이라는 단어가
새삼스럽지 않고 추억으로 잠긴다
 
가족 마실 모두가 정다운 언어다어릴 적 긴긴 겨울밤 옆집에 마실 가서 안방 아랫목에서 도란도란 이야기하면서 밤새는 지도 모르던 시절
찬밥에 김장김치와 고추장에 화롯불에 올려
들기름 넣고 비벼먹던 시절이 그립다
엊그제 이팔청춘 인듯한데 환갑이 넘어 중반이니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마실 한정식> 식당이름에 정겨워
살아온 날보다
뒤돌아보지 말고 남은 평생 고향 이웃집 마실 가듯
두런두런 친구들과 어울리며 살고 싶다 
문예사조 2015년12월 300회 특집



에메랄드 골드
 
황금 실나무를
에메랄드 그린 또는 골드라고 한다
향나무나
측백나무
편백나무
노간주나무 비슷한 나무임에도
더 정감이 가고 안아보고 싶다
금빛 찬란하여 아름답고
촉감이 부드러워 살며시 임의 얼굴에 대고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어지는 나무
귀속에 속삭임을 하는 듯 달콤한 맛이 난다
가끔 삶이 힘들어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때면
황금 실나무 황금 되어 이루어 주길
꿈꾸어 본다.
 








산딸 나무
  
이름이 희한하여 물어본다.
왜 하필이면 산 딸이니
응, 난 산딸기와 비슷하여 사람들이 붙여 주었단다

꽃은 하얀 것이 네 개의 넓적한 꽃잎에
씨앗을 가운데 두어 꽃이 지면서 열매가 된다
나무 대는 단단하여
박달나무 같아 도리깨 하면 좋은 나무

둥그런 열매에
숭덩숭덩 점이 박힌 모습이 참 순하게 보이고
연지를 둘만 찍으면 예쁠 텐데
곰보처럼 점이 여러 개가 박혀 부드럽고 온화하여
뽀뽀하고 깨물어 주고 싶은 여인 같다 

달콤한 사랑 맛
세상도 달콤하게 커간다








아가미(gill)
 
나는 바다 속을 가고 싶다
저 깊은 바다에 해초류나 물고기들과 놀고 싶다
나는 아가미를 가지고 싶다 
사람이 되어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물속의 세상에 들어가 희로애락을 하고 싶다
미물도 물고기도 무명의 해초들이 있듯이
이 세상에서도 삼라만상이 있는 사람이 사는 곳
나는 사람들에게 산소를 주고 싶다
하늘이 황사로 인하여 흐려진 공기를 정화하여
맑은 공기를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가미의 네 장의 편 세가 되어 
만인에게 깨끗한 맑은 공기를 주고 싶다
흔하게 발생하는 환경 파괴 앞에
세상의 아가미가 되어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아가미
물고기의 아가미
단순하게 보아온 아가미
오늘 그 위력을 보여주고 싶다
세상 사람들에게 아가미 역할을 하고 싶은 날이다







갈대아픔도 슬픔도 없는 갈대바람이 불거든 받아서 넘기고눈이 오거든 안아서 포옹하며세월이 가거든 물결과 하나 되어오는 건지 가는 건지 모르게 하네
봄 새싹이 나오더니여름 혹서기에 단련하여
억세게 크며 힘자랑도 하더니만가을날 새 생명을 잉태하려 비바람 받아서 넘기는갈대! 갈대가 순응 한다
 
세상이 꼿꼿하게 살라 하는 데오늘도 꿋꿋하게 넘실넘실 대며기쁨의 전령사가 된다 










꽃시계
 
열두시가 알리면 영시란다
밤에 피는 꽃은 아무래도 비밀이 많을 것으로
누가 알까 모르게 피어서 이슬이 내리는 아침이면
새 손님 맞으려 햇빛에 방긋이 웃는다
한시 두시 세시 네 시 다섯 시까지도
잠이 안 오던 나그네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모두 훔쳐본다.
아니 심하게 난 타질 하며 강타하며 마구 짓 밞으며 넘본다
누가 알까 숨 죽여 게슴츠레한 눈이 새우가 된다
새우 눈이 누가 보는지 알리가 없잖은가?
쉼 없이 고장도 없이 돌고 돌며 넘보기도 덮치기도 하며
꽃들을 잉태도 고증도 하며 웃음도 뿌리고 비애도 낳는다
훌훌 털기도 하고 나르기도 한다 
접시꽃도 해당화도 백일홍도 금송화도 국화도 백합도
사계의 꽃시계를 만든다
나팔꽃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기도
하루 이틀 삼백 육십 오일이 간다
시(時) 바늘이 돌고 돌면 새날이 오고
꽃시계는 평생의 세월이 된다
그저 의미의 꽃이 되기를 넌지시 바라며
오늘도 그렇게 만들어 간다
그가 가는 곳으로 따라 가고 있다
함께하는 모든 이여
행복이 피어나길 바라면서
 






군 자 란
 
너무 수줍어 하지마라
겨울에 적당히 추위도 맛보고
적당히 풍파도 겪어야 된다고 하더라
겨우내 따듯하게 한 너는
올라오지도 못하고 기형아가 되기도 하지
아무도 없다가
이국에서 오자마자 물을 주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대가 삐죽하더니
꽃 하나가 부드럽게 속내를 드러냈구나
여인의 속살처럼
연하면서 부드러운 모습
흰색도 분홍색도 아닌 연함이
사랑스럽고 아름답다
마음껏 뽐내도 될 터인데
수줍어하는 네 모습이 안타까워라 
화들짝 핀 저 모습
그래도 수줍어
하나 둘 셋
많이도 꽃대를 피워 냈구나 
소복하여
혼자 보기 아까운데
혼자 있는 애비가 걱정되어 작은 딸 내외
빈 냉장고도 채워주고 밑반찬도 채워 주러 왔다가
군자란 소복한 미소에
함지박 미소 담아 간다 





동백 꽃
  
엄동설한 호시탐탐 햇살에 삐죽삐죽
꽃샘추위 움찔움찔 아랑곳 안하고는
빨갛게 만개하여서는 봄 잔치 어화둥둥

















개 망 초
 
봄부터 내가 먼저
네가 먼저
여름내 훤칠한 키 뽐낸다

빈터마다 꾸민 동네
잠자리 넘나들고
매미소리 들어갈 즈음
새하얀 꽃잎에
연노란 꽃술 가슴
파란하늘에 너도 나도 입 맞춘다

그래
조화로운 개 망초 같이
오늘
우리 함께
실컷 어우러져 보세



개망초는 혼자 있을 때 보다 군락을 이루면 더 아름답다








목화와 신기루
천릿길 가도 산이 없는 천진 그리고 화북 뜰길가다 멈추어추수 시기 지나도록 그대로다
농부는 아마 마지막 꽃까지 목화송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목화밭 근처엔 얼씬도 안하고
서릿발 내리던 아침을 지나영상으로 오는 시간엔 목화송이에서 햇볕과 조화되어 수증기 날려 송이와 하늘사이은하 천 만든다
하도 아름다워 가던 길 멈추고다가가 잡으려 하니행하니 온 데 간 데 없다
신기루처럼,
 
 
 
문학정신 2015 겨울호





능소 화

노란과 주황의 부드러운 변이가
신비로운 꽃
하늘 오르며
하늘을 업신여긴 꽃
덩굴이 하늘을 찌르고
낙화도
고고하게 툭 뚝 떨어진다
급제를 기원하여
양반집 담장을 드리우기도 하고
임금의 은혜를 받은
소화는 기다리다 상사병으로 죽었어도
꽃으로 남아 임금을 기다리는
애절한 여인의 능소화
오늘도 하늘을 오르며
소화는 기다리며
또 기다리고 있어라









박주가리 홀씨
 
박주가리 꽃은 하얀 것이 별 모양으로 아주 작은 꽃인 데한 낮의 태양을 받아철조망도 타고 오르고담장도 지칭개 씀바귀 개망초도 타고 오르며 세상을 즐긴다
가을 오고 겨울이 오는지도 모르게온 담장에 성벽을 이루다가바람이 쌩쌩 불고눈보라 휘몰아치면 열매하나 둘 터지고 터져서홀씨 되어 훨훨 새 터전을 잡으러 떠나는 여인그 날개 너무 황홀하고 눈이 부시다
 날아가는 모습이
선녀 같아
함께 하고 싶어라







양파
  
한 겹의 소망을 아시나요?

두 겹의 꿈을 아시나요?

겹겹이 그것들을 안고
이루려는 게 무엇인지

코끝이 맴돌도록
사랑한다는 말 대신
코 눈으로 핑 돌게 하고는
귀도 멀게 하고
아무 말 없이 사랑의 심장을 그린다

겹겹이 ……
사랑의 하트로








아마릴리스(對紅)
 
멀대같은 너!
꽃대가 멀대요
정열적인 너의 자태가
예쁘고
깜아 족족한 피부에
생기 있는 눈매며
진한 입술의 아프리카인처럼
매혹이 넘친다
너의 잎은 칼날 같아서
새파랗게 서린 예리함이
금방 터질듯
립스틱 짙게 바른 아마릴리스
유혹하는 남정네의 눈빛이 따갑다
드디어 알몸을 드러내고
시들어가는 꽃잎도
불타오르는

그 이름은 뚜이 홍(對紅,대홍)



뚜이홍: 아마릴리스를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낙엽황홀도 이런 황홀이 있으랴 떨어져 생명을 잃으면서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으랴
 심장부인 뿌리가 겨울을 나도록 이불 되기 위한 황홀한 작업
 열이 난다 펄펄밑거름
살거름
 봄 여름 가을 겨울 윤회를 거듭하는 낙엽










자귀나무 꽃
 
 
운동회 날 무용수의 꽃술 어머니의 정성담긴 아들 낳아 달라는 정한 수 앞 꽃술 밤마다 외로움 달래려 포개어 자는 합합수 분홍 자주 하얀색 조화로운 자귀나무 꽃

한여름 더위도
가시게 하는 삶의 힘,


합합수(合合樹): 자귀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잎이 밤에는 포개어 잔다고 하여 붙여짐










상처                    
 
비행기가                       
하늘을 가른다
                 
한 줄 진하게 갈라서            
해부 하여 수술 하면      
상처가 아물까?
        
태연하게 가르며               
이방인의 마음                  
울적하여                                           
양팔 벌려 기지개로            
하늘을 가르니
                 
마음은                        
룰루랄라              
이기심은                                           
심하게 신음한다
                                
무심코 상처준 일 없나?       
뒤돌아보며                    
반성하는 귀향길









환 희    
 
 비행기가 하늘 문을 여니
 창공의 태양도 놀란다

 동구리 눈부신 아침,
 다구리 희망의 환희
                           
 너무 깊어                           
 다 볼 수는 없지만
 아침은 통통통 펑펑펑
 룰루랄라 대박나
 순풍에 돛 단다
                          
 하늘이 노래한다
 지난 일 안무 하는
 환희로 돌돌돌
 세월을 잡는다










청미천
 
용인 문수산과 건지산을 따라
용담지 사암지 두창지 모여서 물고기와 놀다가
안성의 덕산지 용설지로 모이고는
일죽 죽산천과
이천의 총곡리 응(취)천과 합쳐
진암천 설성천
음성의 관한천 상승천 오갑천이 모여서는
여주 여강으로 흘러 남한강으로 흘러가는 청미천!
주길이 일백오십 리 (62.71키로)에
세천 오십 리길(25.2키로) 합 하여 이백 여리(90여키로)굽이굽이 흘러
세월을 담고 있다

물 따라 저수지에 보만도 수십여 개로 용수가 되어
생활 속에 묻어들어 속삭이는 청미천 

내 고향 앞개울 응(취)천에는
초등시절 제방이 생기고 다리가 세워져
응천 청미천 보로 총곡 뜰은 옥토가 되었는데
미역 감고 어항 놓고 투망던지기도 하면서
물고기 잡아 매운탕 먹던
그 시절이 그리워져라

백중에 물고기 잡아 천렵하던 그 시절 아련하듯
청미천은 오늘도 흐르며
세월을 담고 있다






들 꽃
 
 
아무도 관심 없어
외로움만 가득한 들꽃
너의 친구는 바람이던가?
여름날의 소낙비도 친구이던가?
나비도 벌도 너의 임이던가?
 
바람이 스치면 살며시 윙크하고
소낙비 내리면 숨죽여 마시기도
빗소리 도랑소리는 만지고 가라 하네.
뽀송뽀송한 꽃가루 묻혀주는
나비 벌의 님도 가슴에 안고
 
들풀도 세상을 향하여
“예쁘니” 하고 소리치며 호객이다
먼지에 화장도 하고
바람에 날려 보내고
소낙비에 씻어 낸다.
나비야 벌이야 내 가슴에 안기고
또 안기고 반기리라
 
내 이름은 들꽃








생 명  
 
아무 미동도 없었다.
그건 아주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시킨 사람도 없다
 
바람도
비도
열기도 
뒤범벅이 되었다                                         
           
진통과            
산고를 겪어
내 팽개쳐진 그 곳
상식을 넘어선 곳
생명이 있다
                  
잉태를 한 것이다
존귀함
희망이 솟구쳤다


벽 사이에서 개똥참외가 자라서 참외가 열린 것을 보고 쓴시









4부 아버지의 추억 외 20편













초가을
 
하늘을 보아라.
너무 높아서 쳐다보기도 시리다
구름도 비켜가려 하고
나무들도 비켜가려 하며
바람도 비켜가려 한다
한낮의 태양이 가지마라고 잡는다.
매미소리도 메뚜기의 펄럭임도
아직은 더위를 식혀달라고 애원한다.
갈 테면 가라고 하는데
한낮의 태양은 멀찍이서 잡는다.
분수대의 노랫소리도
가로수에 매달려 시큼하게 떨어진 은행도
지칭 게의 벌 잔치도
산딸나무 열매의 홍조도
가을을 영글게 하고 높고 맑은 하늘만큼이나
점점 더 내 마음도 맑음이다
풍요가 배어 여유가 넘친다







가을
 
가을이 송골송골
영글어 간다.
까치가 먼저 귀띔하고
단풍이 지는 계절이라고 하지만
영글고 또 영글어 간다
저 은행을 보라
시퍼런 은행이 금빛을 띄우지 않는가
무화과를 보아라
하늘을 벗 삼아 창공을 나르지 않는가!
능소화도 합창한다
한여름의 열기에도 끄떡없더니
가을이 영글어 
싱싱하고 만지면 터질 것 같다
낙엽이 옷을 벗는다
마음도 영글어
하늘로 날아간다








12월의 송사
 
 
열한 달을 모아
열기를 식히다 다시 여는 12월!
봄의 사연은
꽃으로 범벅이었고
여름의 사연은
아버지의 땀이었다.
가을의 풍요는
어머니의 품속이었으며
겨울을 향하여
휘몰아치는 삭풍에
나무 가지들
바람을 안고 봄을 기다린다
12월은 그리움이고
기다림은
새로움의 알림이다











별 이야기
 
어둠이 깔리는 그믐에
인적이 없으면
더 반짝 반짝 속삭인다
견우직녀
카시오피아 여왕도
북두칠성 소곤소곤
수백광년이 지난
짜릿한 사랑 이야기
방금 전하는 전설처럼
속삭이듯 따끈따끈하게
포옹하듯 이야기한다
별들의 사랑 이야기
수 백 광년의 스토리가
생생하게 종알종알
“사랑해요”라고











 
땅거미 내리면
하나 둘 셋 넷 다섯 
별들이 반짝인다.
고향의 별들은
도시의 별들 틈에 숨어 들어
보일 듯 말 듯
매연을 외면하며
끔뻑 끔뻑
눈길 무섭게 서린다
 
고향으로 가서
초롱초롱 별 하나
별 둘 셋 넷 억 조
저별 내별 네별 하면서
꿈 많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어머니가 그리워진다










흙냄새시멘트
아스팔트길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흙냄새엔 산소가 있다
아버지의 땀 냄새가 나고어머니의 젖 냄새가 난다
소꿉동무들 흙 빚어 그릇 만들어엄마 아빠 놀이도 하던아주 진한 흙냄새한 줌 들어 바람에 날려본다

세상이 모두
흙냄새 같아라​









아무리 추워도
 
아무리 추워도 땅속이 모두 얼지 않으리
아무리 추워도 호수 물 모두 얼지 않으리
 
아무리 추워도 가슴속까진 얼지 않으리
아무리 추워도 마음까지 허하진 않으리
 
사는 거 시련이 있다한들 다하진 못함이여
그 시련이 나의 운명이라면 기쁘게 받으세












순회(巡回)
 
광풍이 몰아치고 난 뒤
숨죽이고 있는 들꽃
언제 터질지 모르는 후유증
긴장의 연속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뒤죽박죽
피어나 유혹만 안했어도
광풍이 미풍으로 변했을 걸
아니 순풍이었을 거야 안 그러니
이젠 어떻게 할 거야 너희들
 
우린 뒤죽박죽이 아니란다
자연스럽게 사는 거야
그것도 모르는 너희가 문제지
광풍이면 어떻고
미풍이면 어떠니
순풍이면 좋겠지만
우린 이렇게 부딪치며 살 거란다
이게 행복이란다
광풍이 가면 순풍도 오고 가는 거라고









하나가 되세

목화밭이 넓은 천진 진남구 길가 지나면서
미국과 멕시코 목화밭 지나던 생각이 클로즈업 된다
사막이라도 저 넓은 땅덩어리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와 중국의 배고픔이 다르다는 것을 아는가?
우리 조상들 땅이 적어 할 수 없이 만주로 와 농사지으면서
장백산맥 줄기를 내 땅으로 삼아
서위 압록강
동위 토문강 백두산정계비도 보고
해란강 말다리던 선구자를 부르며
두만강 건너 녹둔도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도하고
오소리강 송하강 흑룡강 주변 옥토로 만들어
터 잡아 살던 시절!
한반도 평택평야 김해평야 김제평야 넓어봐야
만주벌판만 하리오.
화북 뜰 산동 뜰만 하리오

목화밭 바라보다 두 주먹 불끈 쥐고 더 잘해야 혀
충청도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이제 따지지 말고
남북한도 이제 따지지 마세나
잡초도 존귀함도 스스로 나 하늘이요 태양이라 소리치면 될 것을
조그마한 나라에서 산다고 기죽지 마시고 싸우지 마세나
“나 시궁창이요 하지 마세 그려”
“나 행복하고 고귀한 사람이요”
삼천리금수강산은 물론 북간도, 녹둔도, 블라디보스토크, 대마도도
우리 땅이요 고구려도 발해국도 우리나라 땅 우리민족이요
일본 나라 현도 우리민족의 피가 흐르고
산둥 성 장쑤 성도 장보고와 백제 신라의 피가 흐름이니 우리 역사다
누가 뭐라거나 말거나 큰소리치면서 배우고 익히며 사세
대한민국이여
온 세계에 알려알려 가세나

차이나 차이나 한국 북한 우리민족 차이나
우리 어서 하나 되어 작은 고추 맵고 하나 되면 더 맵다고
하나가 되자! 우리 하나가 되어~보세


진짜 같은 가짜세상 
 
천진 당고구의 가짜물품시장
가보니 정말 가짜투성이다
유명한 것은 모두 있다
그야말로 가짜 물품 시장이다
세계에서 유명한 것은 모두 있다
이런 곳에 짝퉁은 눈에 요란스럽게 들어온다
로렉스 시계에 목걸이에
전자제품들 생활용품들이 늘비하다
오후 내내 돌아도 다볼 수 없는 시장
날씨가 약간 쌀쌀한데 열기가 감돈다
팔고자하는 점원들은 가짜를 자랑스럽게 내 놓는다
모두가 진짜란다 
가격을 물어보고 비싸다고 삼분일로 이야기하면
절반으로 흥정되고 결국 사분의 일 가격이 된다
호기심에 하나는 사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거북이
돈주머니
나침판

진짜 같은 것 세 가지만 싰다
이것도 가짜
이것도 사분일 가격으로 내려서 말이다
거북이와 돈주머니는 나무로 깎아서 만든 것으로
흔한 나무가 아닌 무늬가 좋은 박달나무
나침판은 지관들이 많이 쓰는 것이다
결국 짝퉁시장에 가서 진짜 같은 가짜를 싸게 사왔다
가짜가 진짜가 될까?
가짜가 진짜 같은 세상 
부자 되고 장수하고 좋은 길만 가려니
가짜라도 마음은 뿌듯


어머니1
 
할머니가 되셨음에도
어찌하여 마흔 세 살의 나이에 날 낳으시어
걱정 한 보따리 짊어지시고
안절부절 노심초사 하시더니
막내 아들 장가 보낸다
날 잡아 좋아하시던 추석날에
오곡백과 그득한데도
원체 양이 작으시어 반 공기도 많다 하시던 어머니
저녁 시침 드신 뒤
말없이 가신 어머니
아쉽고 그리움이 가득한
막내 아들
울먹이는 날 많고 많았답니다
어머니
지금도 사진 한 장 들고 다니며
당신 생각 간절합니다









어머니2
 
등잔불, 호롱불
10촉 30촉 100촉 백열등
밝혀 주시던 어머니
스피커 소리에 잠 깨시어
겨울날이면 군불 지피시던 어머니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다
아련하기만 한
어머니의 등불,











어머니3
 
은비녀 사이로
흰머리 희끗희끗 검은 선이 보일 듯 말듯
삼단머리 곱게 빗어
고와서 머리카락 끝이 숨바꼭질 한다
은빛 음표 하나 꽂으신 어머니
가녀리고 긴 얼굴
긴 목선에 아버지 반했을까?
내가 보아도 아름다운 어머니
남은 한 장의 사진 보며
어머니! 불러보는
그리움!










아내
 
당신 또 왜 그려
그러면 안 되잖아
뭘 어쩠다고 그려
오늘도
이렇게 시작이다
늘 내 걱정 아이들 걱정
높은 산 내 안에 있고
거대한 바다다
겉으론 땅이 꺼지고 무너져도
속으론 무뎌 터져도
내색은 늘
힘의 탱크다
이젠 본인 생각도 하면서
살면 좋을 것을
외손자와 알콩달콩 이라지만
신역은 고되어
안 아픈 데가  없다 하면서도
그래도 좋다는 아내.






아버지의 추억
 
늦가을 날에
동석아 달환아
네 아버지
네 할아버지
동갑내기 손자와 아들을 불러서는
흙에 여물 좀 버무리자
허물어진 외양간 벽
사각대와 수수깡 엮어 매고는
여물 흙으로 메우며 바르는 일
맨발로 흙과 여물을 밟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간이 흘러 힘이 들 때면
재미보다는 꾀도 부리던 시절
아버지는 겨울에 소도 추우면 안 되니
바람 막아 주어 따듯하게 해줘야지
하시면서 마무리는
모래와 황토를 넣어 버린 토회를 바르면
양회보다 훨씬 좋은 벽이 된다
겨울을 대비하시던
아버지의 시골집
허물어져
빈집을 바라보며 상념에 젖는다








 
어릴 적엔
공부 잘해야 큰 인물 되지
하시던 말씀 이해는 되는데
놀고 싶어서 틈만 나면 놀던 나
 
어른 되어 직장 구하고
자주 찾아뵌다고 가서는
올 때는 결국 부모님께
짐만 되고 왔던 나
 
가정 꾸려
내 아내 내 자식에게
잘 한다 하며 소홀해도
애야 괜찮다는 소리에
으레 넘겨 버린 나
 
부모 뒷동산에
모시고 오던 날
울면서 자주 올게요
하면서도 못가는 나
 
아이들과
부모 자식 바뀌고서야
철들은 나,
부모님의 사랑 더듬어 본다





나에겐
 
 
나에겐 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익숙할 수도 있다
늦둥이 아들에 손자와 동갑내기이고
외손자가 세살이나 많은 아버지
누이는 엄마 같고
형은 아버지 같은 나의 존재
나이 많은 사람이 도련님
할아버지 하는 소리가 그렇게 싫었다.
친구들이나 선후배는 아재에 할아버지이니
듣기 싫은 것이 당연지사
팔순이 넘어 구십이 다 되신 사촌형이
열두 형제 중 둘뿐이라고 하시며
당질이나 손자들에게 말씀 하시는 것이
막내에 막내로 태어난 나에게
숙제 같은 것이
언제부터인가 자리 한다
집안의 화목과 화기 애애 하라는
나에게
아주 중요한 숙제를 주시었다
부담은 되어도
꼭 이루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이니






부모의 마음
 
아들을 그렇게 보내고도
보상금을 통틀어 학교에 기증하고
오늘 보훈대상 유족 부분 상을 받으며
한 번 더 매어지는 마음 가지리라
아픔을 곱씹으시라.
아버지 김한섭 부시장 공직자의 길
어머니 석순옥 수필가시어
“정현아 미안해” 수필집을 내시며
한 번 더 우시었다
모든 출판기념회에 참석인 들도
애절하여 목이 메기도 하였다

순국선열에게
무관심에서 의미를 더욱 새기고 새기자

보훈의 달에
호국영령 앞에
잊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려 시름
내려놓고 불멸의 혼을 지피자







상이군경 김선대님
 
팔십 이년의 세월
뒤돌아보며 하나하나 되새겨 본다
육이오의 부름에 공군 되어
나라 위한 전투에
왼쪽다리 잃은 상의군경
한 번도 나라에게 원망도 안했다
다만 아직도 통일이 안된 것이 안타깝고
이승만 대통령이
연합군사령관 휴전협정에 반대하였으나
휴전이 되어 북으로 진격 못하고
휴전 분단 육십 여년 울고 또 울었을 것이다
한시도 잊지 않고
4남1녀 잘 키우며
이십 여곡 보훈 곡을 작사하시어
애국지사 추모 곡에 윤봉길 안중근의사
추모 곡으로 세상을 울려 퍼지게 하였다
2016년 보훈대상을 수상하시면서
호호백발 되었음에도
안보 앞에 다른 말 하지마라 하신다
중지를 모으세요. 여의도 사람들아
오늘 보훈처장 자리 내놓으라 하지들 마라!
민주화 운동을 여기에 비교 하지마라
전쟁터에서 목숨 내놓고
싸워본 적 없으면 아무 말 마라!






첫 사랑
 
 
묻어두고 싶은 데 덮어두고 싶은 데
감추어 두고 싶은 데간혹 마음 한구석에서 슬그머니 오는 그리움 무얼 하며 살고 있을까? 잘 살고 있겠지? ‘여보 뭘 그리 생각해’ 화들짝 놀라며 응 아냐 아무것도 아냐 태연한 척 한다

이순(耳順)이 넘으니
간간이
쌈짓돈 나오듯 한다











때로는
 
 
때론혼자서 엉엉 울고 싶어지기도 하고누군가를 그리며 별을 바라보고 싶기도 하고들꽃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도 하고양지에 앉아 추억을 그리고 싶기도 하고소소한 일에도 눈시울이 적시어 싶기도 하고아플 때에도 씩씩한 척 웃음을 보이고 싶기도 하고작은 눈길에도 행복해 하고 싶기도 하며주체 못하여 쩔쩔 매고 싶기도 하며비오는 날  빈대떡에 막걸리를 먹고 싶어 하기도 하고만취되어 흐트러져 보고 싶기도 하며제대로 된 사랑 한번 해보고 싶기도 하고뜨겁게 지는 태양 닮고 싶어지기도 하고햇살이 되어 주고 싶기도 하고그 무엇도 모르고 살고 싶어지기도 하는

때론
이런 것들을 ​너무 늦지 않게 해보고 싶다







5부 살면서 느끼는 외 21편













나팔꽃
 
빨간 나팔
파란 나팔
연두색 나팔
흰색 나팔
감아 오르면서
유혹하고 감미롭게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나팔꽃 인생이란 노래
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나팔꽃인생처럼
화려하게 피어
감아 도는 너의 끼가
하루를 못가는 너의 유혹
젊음을 살고 싶다
하루가 되었든 일 년 십년 백년이 되었든
젊음은 한정되었거늘
이때를 아끼고
눈치보고 하다
세월 놓치고
헛물켜지 말고
나팔꽃처럼 칭칭 감아
휘돌고 휘돌며 사세나






나       무
 
                   
비오는 날에도
폭풍이 치는 날에도
피하지도 않고
서 있는 나무야
 
춥고 바람이 불어도
얼음이 꽁꽁 얼어도
피하지도 않고
서 있는 나무야
 
무더운 여름에는 옷을 다 입고
추운 겨울에는 옷을 다 벗는
넌 청개구리도 아니면서
불평도 없이 거꾸로 사는
나무야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내 것으로 만들며
윤회를 즐긴다







겨울 산수유
 
초유한 모습으로 매달린 겨울 산수유
초봄에 노란 꽃으로
나를 유혹하더니
한겨울 무리 져서 있는 것을 보니
여인이 남편 사랑을 받기위해 차로 마시고
어린아이가 야뇨증으로 고생하면 차로 마시던
층층나무과 낙엽고목인 산수유 열매
이제는 그 봄의 꽃이 아니라
한겨울의 추위를 풋풋하게 이겨내는
너의 모습 보니 기운이 난다
빠알간 색이 아름다워 그냥 두고 보고 싶어
그냥 두었으리. 곱씹어 본다.
난 너의 진가를 알아본다
어여쁜 산수유
겨울의 산수유
청조함이 배어 스미어 있다








향수(소모는 아이)
  
내 고향은 농촌하고도 강촌이었다.
경기도이면서도 충청도와 인접하여
초,중교를 충청도로 다녔다
어린나이에도 학교에서 오면 하는 일이 많았다
여름이면 소 띠기러 가야하고
꼴도 베어 와야 한다. 또 책도 봐야하고 숙제도 해야 한다
거의 강촌이었기에
개울에는 피라미가 많았고 불거지도 많은 곳에
어려운 시절에 영양보충은
한마디로 수제비가 있는 매운탕이다
깻묵과 된장 그리고 찬밥덩어리와 들기름 조금하여 어항 밥을 만들어
짬짬이 어항을 놓으면 된다.
대여섯 번 교대로 놓으면 족히 한 사발이 금방이다
몸보신으로는 최고요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 중의 하나
소는 소대로 그 주변에서 풀을 뜯어먹고
꼴은 꼴대로 주변 담배 밭이나 풀이 많은 밭에서 베고
책은 책대로 조금씩 읽으면서
어항은 어항대로 놓아 피라미 잡던 시절에
어느 때는 소도 도망가고 빗줄기는 강하게 내리고
꼴짐은 넘어가고 볼일은 보고 싶어 급하기도 하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치고 있는데 요즘 시골은
젊은이들은 없고 소도 기르지 않는다
트랙터에 이양기에 탈곡기에 자동화된 농기구들
어른들도 하나둘 갈 길을 가시고
그리워하는 나그네처럼
고향을 바라만 보고 있다
아직도 고향을 지키는 이에게 감사하며
이다음
내 나이만큼 흐른 뒤에는 어찌 변해있을까?
나같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 있겠지?
향수에 젖어본다
 
수원국도의 소모는 아이 작품 을보고 
 


살아 있어서
  
마음이 울적할 때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마음이 답답할 때
창문을 열고 고함치며
와~~~~~~아 ~~~~~~
이렇게 하면 나을 것도 같은데
별로 상쾌하지는 않다
잊어버리고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면서 마음은 아니다
다시 새기고
곱씹으며 생각하는 심리
벗어나질 못한다.
내 마음이 한곳에 집중되고
여러 번 생각해도
변할 수 없는 갈등은 거기서 거기다
그렇다 새옹지마라 했다
아웅다웅하는 것도
삶의 한편이고
웃음이 가득함도
삶의 한편이다
오늘도 이 둘 중에 한 가지 선택하라면
후자를 택할 것이다
거기에 순응하며
살아 있어서
누릴 수 있는 것
세상의 시름 받아
날려 보내는 것 그렇게 간다.



살면서 느끼는 살면서미리 잘 할 수 있었다면 하다가도무엇이든 잘 하였다면내 인생 훨씬 잘 될 수 있었을까?어린 시절 딱지치기 구슬치기 사방치기 잘했다면학교생활에서 공부도 더 잘 했다면사회생활에서 더 잘 했다면 난 뭐가 되었을까 ?
​킴벌리 키버거의 시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도 알았으면
덜 고민 덜 초조하고 춤도 배우고 사람을 신뢰하며
더 용기를 내어서 더 행복했으리라는 시와
​고은의 시 그 꽃인가 에서 오를 때에 먼저 보았더라면 하는
숨차고 힘들어 볼 겨를도 없었고
목표를 다 이루고서야 내려오면서 ​보이니
내려올 때는 다 떠나고 지고하였다는
아쉬움의 시에서처럼
 
살면서 느끼는
더 잘 알고더 잘 하고미리 볼 수 있었다면미리 보고 아름다운 것을 느꼈다면무엇이 되어 있을까?
​하지만 후회 말자오늘 잘 살고 있는지오늘 잘 보고 있는지오늘 행복을 느끼며 사는지만 보자지금이~~~더~~~


당신은?
 
당신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의 시간
당신의 마음
당신의 나라
당신의 이웃
당신의 가족들에게
혹여 버림받았다
세상에서 버림받았다
제일 불행하다 자책하지 마세요.
죽을힘이 있으면
다시 한 번 
그 힘으로 부딪쳐 보세요.
끈이 보이고
희망이 보이고
긍정이 보이면서
사는 의미를 알아가며
끈이 보일 겁니다
희망의 날개가







친구야 (카톡 하면서)
​​
4월의 산야
바위도 소나무도
해동이 되어
만물이 소생하며
함께 한 진달래며
능선에서 보이는 사방의 세상
도랑속의 도랭이 알도
물거울 속에 비친 세상
뒤집혀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나를 안다는 것은
주위를 돌아볼 수 있기도
호수 속에 내 얼굴 비치며
미소를 머금은 모습
잔잔한 물결에도 일그러지고
떨어지는 낙엽으로도 일렁인다.
그렇다 세상사는 것도
같은 것
사랑 행복 감사로 살며
오늘 육십 대가 최고라 생각하고
더 만나고
더 즐기고
더 행복을 만끽하세​






사는 일
 
 
연습도
연필 낙서도 아닌
꼭두새벽 출근하는 현실
잔소리도
소신껏도
듣기도 말하기도 하는 세상
사는 일이라고 하는데
땟거리도
학자금도
노후비도
입고 먹고 쓰고
아끼고 궁상떨며
산다고 하는데
 
퇴근길
이슬이 걸치며
아내 아이들 보는 게
천국이라
껄껄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게
사는 일이라고
 
수원문학 2015 겨울호




가을소리     
동해바다에도
가을소리가 들린다.동해바다는
깊고 푸른 물이 넘실대고가을에 자연산회에
소주가 그립게 만들어준다모정이 그리워지고자식들의 사랑소리가 들린다내가 선 동해바다햇살이 따사롭기는 하나갈매기 날아드는 까르륵 까르륵 소리가가을을 알리고 있다곧 겨울이 오니 따뜻하게 옷을 입고 반겨달라고웃으며 손짓한다.내일에도 해가 뜬다고.................사랑의 노래를 부르며................삶의 희망을…….


중국에서 알던 김세현님의 어머니와 영덕의 풍경을 보고




세월 속에 가족누이야 지금 뭐하니 동생이 누이하게 하는 안부다헌데 이번에 누이가 동생아 지금 뭐하누 어매는 잘 계시나 내 지금 갈란다. 그리 알거레이알았다 내 누이 오면맛있는 거 준비할 끼다 퍼떡 오너라.올 때 생질도 데리고 오래이외삼촌이 보고자빠 한다고 하래이어릴 적에 이렇게 살았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고희가 되고 팔순이 되신 부모 앞에지천명이 되고 이순이 되어하는 소리니 내 자식 내 생질에게는그런 모습 하지 말라고 해도 잘 모른다세월 속에 가족은 더 가깝게다가오는 것을 그것도 부모님 있을 때란다부모님 없으면 또 멀어진데이어메이여오래오래 사이소.오래오래알았나! 어메야


김세현씨 누이와 하는소리를 듣고


엿장수의 가락
 
엿장수
달그락 달그락
찰칵 찰칵
울릉도 호박엿이여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
엿 사시요
엿 사!

엿장수 하는 소리를 들으며 흥에 겨워
사진 한 장 남기려니
사진 한 장 박았으니
옛 수 엿이나 먹고 가이소
주면서 엿 먹어라 비꼬는지 몰라도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사람들 마음도 건강도
달콤하기를 바라지만

세상 다
달콤할 수 야 있나







희 망 (希 望)
 
 
쏠쏠한 바람이 불어도
심한 바람이 불어도
땅이 뒤집혀 대 지진이 일어나도
많은 희생으로 슬프고 애도를 해야 되지만
인생의 한치 앞도 못 보면서도
희망이 없이는 살수가 없다
내 나이 이순이 되어 어떤 모습으로 보여야
더 좋은 모습일까 생각하며
생명이 다해가는데도
희망으로 가득 차 있기에
이 시간이 아름답다
내일은 해가 뜨고 봄도 다시 오기에
새파란 새싹을 보고 또 보다
지금까지도 잘 살았듯이
새로운 부활을
이순(耳順)에 멋진 삶을 꿈꾼다.











봄소식
 
 
봄이 춤을 춘다.
널뛰듯 넘실댄다.
동백꽃에도
목련나무에도
집안의 화분에도
넘실넘실 봄이 온다.
오호야 겨우내 잠자다 나온 사과도
깎아서 놓으니 봄 타령 한다
버들강아지에도
봄 오는 소식을 전한다.
내 가족에게도
내 친구들에게도
젊은 후배들에게도 봄이 온다.
어르신에게도
허연 모자를 쓰고 봄을 맞이한다.
물이 오르고 있다
여인에게도
할머니 할아버지에도
마음의 봄도 함께 오기를 바라며


실직들과 어려운 사람들을 보면서
봄이 마음에 까지 오기를 바라며







쓸쓸한 귀로
 
쓸쓸하게 보내놓고
잘 가시고 이국땅 보세나
인천으로 간다는 천진 친구를
잘 곳이 마땅찮아서 인천으로 간단다
딸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도 있는데
굳이 인천 형네도 아니고
누나네 집에 간단다
눈은 왜 이리도 많이 오는가?
밤 열시 인천 주안 행 버스를 태워 보내고
오는 길이 너무 아려오는데
눈은 함지박만 하게 내려 더 춥고 아리다
사진으로 보니 아름답기만 한데
친구야 이 아름다운 밤을 너에게 주마
조건 없이 너에게 주마
수북이 쌓인 눈을 보게나.
통째로 가져가서 행복이나 담아서
천진에서 만나세 
 
좋은 사람도 만나고
좋은 집도 만들어
우리의 터전 수원에서 보세나
딸이 있고 아들이 있는 곳에서
타국의 집이 아닌 고국의 집을 만드세
쓸쓸한 타령은 눈 속에 묻고
더 멋지게 살아가세

추운 겨울날 자식들을 두고 가는 친구를 보며




구구 팔팔 이삼사
 
음력 2009에 구월구일
구구 절이라고 하고
중양절이라고 하니 의미가 더하다
가을의 국화꽃이 만발이다
구절초도
산국도
개미취도
들국화도
국화는 종류가 많아서
셀 수 도 없이 꽃이 다양하다
벌들이 제일 많이 활동하는 때
월동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수벌들이 쫓겨나서
국화꽃에 많이도 붙어있는 시기에
오늘 같은 날은 가족들과
국화주 한잔하면서
오손도손 국화타령에
구구팔팔이삼사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만 아프고 죽기를 바라면 욕심일까?








임종태님을 생각하며
 
천진에는 큰 어른이 계시다
임종태 어르신이시다
1930년생 2016년 3월이니
한국 연세로는 87세이시다
 
단양 옥천 그리고 중국 흑룔강성 아성 현에서 자라고
목단강에서 농업학교를 다니다 소련군에도
중국 국민당에도 공산당 팔로군에도
잠깐 소속도, ​해방되어 고향옥천으로 가까스로 내려오시어
선생님도 하시고 ​사업도 하시다가 중국 천진에 머물러 사시길 20여년
지금도 토요일이면 즐거운 산악회 멤버
나이도 잊으신 채 광장 잡지 편집도
기사도 쓰시고 디자인도 하시어
컴퓨터도 직접 하시고 블로그 카페도 운영 하신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1900년와 2000년을 아우르며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생생한 삶의 이야기도 있고
만주 벌판 이야기도 넘실넘실 춤춘다.
일제 치하와 육이오 동란을 두루 거치신 이야기
접으시고 고국 땅 강화로 가신단 다
아쉬움이 크지만 가족의 뜻이라
천진은 큰 어르신을 보내면서
오래오래 간직하며 이야기꽃으로 남을 것이다
요즘 노래처럼
150세에 부르거든 날 잡아서 간다고 전해라는
노래처럼 오래 오래 옆에서 계시고
한국에서도 뵙기를 바라며
1900년대와 2000년대의
증인 출석요구에 응하시면 안 될까요


2016년 3월에 천진 떠나시는 것을 보고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들기 전에는 탈이 나도
그런가보다 하고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했는데
나이가 이순에 접어들려고 하니
갑자기 배가 아파도
머리가 쑤시고 아파도
왼쪽 심장이 뻐근하여도
오른쪽 가슴이 아파도
목이 따갑고 침이 안 넘어가도
오줌이 나오는 것이 시원찮아도
몸이 뻑뻑하고 뻐근하여도
뇌졸중 증세인지 심장이 안 좋은지 폐가 그런지 간이 그런지
신장이 안 좋은지 당뇨인지
그리고 디스크인지
췌장 쓸개 십이지장 항문
오만 잡생각과 함께 

인터넷이며 주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이럴 때 누가 건강식품으로
뭐가 좋고 뭐가 좋다고 하면
이전에 우리 부모들이 그랬듯이
덜컹 무조건 사서 먹는 것이 나이든 이의 심리
절대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 하면서도
안 되는 것이 불로장생인 듯
진시황도 그랬겠지?

마음을 잘 다스리고
의연하게 잘 다스리며
혹 병원이라도 가야한다면 가서
푸는 것이 답이오
무뎌지며 사는 게 뱃속은 편할 터


총곡 팔경(叢谷 八景)
 
남사모종(南寺暮鍾)  
                백족산 남사(예절이름)의 저녁 종소리
 
석소어화(石沼漁火)
                돌쇠에서 횃불로 고기 잡는 관경
 
개현조하(介峴朝霞)
                노단테( 개진말 ) 고개의 안개낀 모습
 
원통제월(怨慟霽月)
                원통산에 솟아오르는 달빛 광경
 
장호홍교(長湖虹橋)
                장호원다리에 걸친 무지개
 
차평모연(車坪暮煙)
                차평리의 저녁 짓는 연기광경
 
임오낙조(林烏落照)
                임오산에 넘어가는 저녁노을
 
취천세류(鷲川細流)
               앞개울 취천이 흐르는 물 광경
 
 
 
경기도 이천시 율면 총곡리는 나의 고향이다
나의 어릴 적 풍경을 담은 내용이다
요즘은 남사의 모종소리도 못 듣고 석쇠도 없어졌지만
정겨운 나의 고향의 풍경이요 자랑이다
이글은 내가 쓴시는 아니다 총곡팔경을 잊을까 싶어 게재한다
 
 
총곡리 현재의 신 총곡팔경을 다시 노래 불러 보아야 겠다

삼남길 세마대


삼남길 세마대에 오르면
봄엔 벗들이 반기며 흐드러지고
여름에 잣나무 송진 냄새가 진동하여
삼복더위를 미수(米水)로 목욕시켜준다
가을엔 잣과 오동나무의 잎들이
양탄자를 만들어 주어 즈려 밟으며
낭만을 즐기기도 하는데
아버지는 딸 혼사준비로 오동나무와
옻나무의 옻을 거두기도 하리라
청솔모와 다람쥐는 잣을 하나둘 거두어
월동준비를 하는 풍년노래를 부를 것이고
겨울이 오면 눈 위를 밟으며
잣나무의 푸르름을 가슴속에 넣는데
땅 끝 마을에서 한양 가는 꿈을 꾸고
한양에서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금의환향하는 선비들의 마패가 번쩍이는
삼남길 독성산성 길은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며 삼림욕을 즐긴다.











팔월의 노래 열기가 하늘에서 와서 하늘로 치솟아 파란 하늘이 오면 하늘에 풍덩 빠져서 새들과 놀고 싶다 열기가 땅에서 와서 땅속으로 들어가 비오는 날이면 웅덩이에 풍덩 빠져서 물고기와 놀고 싶다

열기가 바람과 구름으로 와서
세상의 모든 것을 뒤집어 놓는 날이면
너와 나의 사연도 함께 보내고 싶다​열기가 임으로부터 와서는 식힐 줄 몰라서 이열치열로사랑 속에 푹 빠져서 연가를 부르고 싶다 어느새 열기는 꽃에서 열매로 재촉하여 송골송골 익어 가면서 팔월 한가위에 풍요로 가고 있어 좋다 









바람 비람이 부네요. 어머니 생각에 그리움이 쌓이고 생전에 양장 한 벌 사드리지 못한 것이 한스러워집니다 왜냐면 가름하신 예쁜 얼굴에 키도 크시고 살도 안찌시어
김지미보다도 더 예쁘시어
단장하고 나가시면 최고였을 어머니  바람이 붑니다. 아버지의 생각에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대학을 공부 시켜드리지 못한 것이 한스럽습니다아버지는 못하는 것이 없었거든요 학교도 안다니고 글도 잘 알고 목수며 토목일이며 농사며
또 동네 궂은일도 다하시어 도지사 상도 받으셨지요. 밤에는 늘 책을 읽으시는데 소리를 내어 읽으시면
전 자동으로 듣다 잠이 들고 했지요 대학을 나오셨으면 큰 일 하셨을 아버지바람이 붑니다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은 바람에 나는 그분들의 뒤를 더 열심히 가려고 이순 넘어 몇 해 전 대학도 졸업하고 시인이 되어 시집을 내려고 합니다 이런 바람이 많이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품 해설>
삶을 바탕으로 한 건강성과
열린 사유(思惟)
-김동석의 시세계

박효석(시인, 월간시사문단회장)


1. 들어가면서
 김동석 시인의 첫 번째 시집「흐르는 물처럼」은 그가 세상을 살아온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때로는 산맥을 역동적으로 달리기도 하고 때로는 흐르는 물처럼 세상을 사유(思惟)하면서 유년 시절과 나라 사랑을 통한 역사의식, 그리고 현실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그의 긍정적인 진솔한 인간미가 잘 표현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이순이 넘은 나이에도 때 묻지 않은 그의 순수함이 작품 곳곳에 배어있어 무미건조한 현대인의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겠다.
 또한 아내를 비롯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 특히 어머니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의 애틋한 표현은 가족 해체를 밥 먹듯 하는 현대인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며, 진솔한 마음을 엿볼 수 있어서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 작품 감상
 ①유년 시절의 추억
  
수원1번국도 옆에는
오줌싸개 인형작품이 있다
키를 머리에 쓰고 눈물 흘리며
소금을 동네집집마다 돌아다니던 시절
생각이 안 난다면 시골사람이 아니다
이른 아침에 옻샘골 마을에도
오줌을 싸면 키를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어 오라는
부모님의 고함에 겁에 질리고
창피한지는 알아서 눈물 흘리던 시절
가끔 꿈꾸면서 오줌 싸던 시절이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지고
아버지의 책 읽는 소리를 들으며
공부하다 잠이 들던 시절에
동네에는 내칭이댁내와 수실말댁
용머리댁 토깨댁 원댕이댁 골문이댁
성골댁 주천댁 개미실댁네와
마루태기댁 등등이 있고 울 어머니 마제댁에는
늘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보면서
살던 그 때를 잊지 못하여
오늘도 향수에 젖어본다
오줌싸개가 하는
아침에 키 쓰고 소금 얻던 시절
.........................
어머니와 동네어른들이
많이 그립다
 
                                     「향수(오줌싸개)」 전문

 

할머니가 되셨음에도
어찌하여 마흔 세살의 나이에 날 낳으시어
걱정 한 보따리 짊어지시고
안절부절 노심초사 하시더니
막내 아들 장가보낸다
날 잡아 좋아하시던 추석날에
오곡백과 그득한데도
원체 양이 작으시어 반공기도 많다 하시던 어머니
저녁 시침 드신 뒤
말없이 가신 어머니
아쉽고 그리움이 가득한
막내 아들
울먹이는 날 많고 많았답니다
어머니
지금도 사진 한 장 들고 다니며
당신 생각 간절합니다
               
                          「어머니1」 전문
                                         

 「청미천」「빈 둥지」「마실」「향수(소 모는 아이)」를 비롯 어머니, 아버지, 아내 등 김동석 시인의 유년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작품들을 대하다 보면 마치 그 시절로 되돌아간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향수에 젖게 한다. 그리고 잔잔한 그리움으로 눈시울을 적시는 미소를 짓게 한다. 어머니, 아버지 등 영혼의 고향 같은 그리움이 밀물처럼 밀려오고 꾸밈이 없는 그의 진솔한 마음이 그의 시를 감상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늑하게 한다. 그렇다. 어린 시절은 영원한 영혼의 고향이다. 그렇기에 어린 시절을 덧칠하는 것이야말로 어린 시절답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②긍정적인 삶의 모습
 
 
나는 바다 속을 가고 싶다
저 깊은 바다에 해초류나 물고기들과 놀고 싶다
나는 아가미를 가지고 싶다 
사람이 되어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
물속의 세상에 들어가 희로애락을 하고 싶다
미물도 물고기도 무명의 해초들이 있듯이
이 세상에서도 삼라만상이 있는 사람이 사는 곳
나는 사람들에게 산소를 주고 싶다
하늘이 황사로 인하여 흐려진 공기를 정화하여
맑은 공기를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아가미의 네 장의 편 세가 되어 
만인에게 깨끗한 맑은 공기를 주고 싶다
흔하게 발생하는 환경 파괴 앞에
세상의 아가미가 되어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싶다
아가미
물고기의 아가미
단순하게 보아온 아가미
오늘 그 위력을 보여주고 싶다
세상 사람들에게 아가미 역할을 하고 싶은 날이다
            
                    「아가미(gill)」전문

  시「아가미(gill)」는 그의 시적 상상력과 그의 인간성이 잘 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만인에게 깨끗한 맑은 공기를 주고 싶어 아가미가 되고 싶다는 그의 시「아가미(gill)」는 지고지순한 마음에서 비롯되고 있다. 화자의 탐욕 없는 순수한 열린 사유를 통해서만 대상에게 진정한 사랑과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김동석 시인의 순수한 심성과 진솔한 인간미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 하겠다.

 
광풍이 몰아치고 난 뒤
숨죽이고 있는 들꽃
언제 터질지 모르는 후유증
긴장의 연속에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뒤죽박죽
피어나 유혹만 안했어도
광풍이 미풍으로 변했을 걸
아니 순풍이었을 거야 안 그러니
이젠 어떻게 할 거야, 너희들!
 
우린 뒤죽박죽이 아니란다
자연스럽게 사는 거야
그것도 모르는 너희가 문제지
광풍이면 어떻고
미풍이면 어떠니
순풍이면 좋겠지만
우린 이렇게 부딪치며 살 거란다
이게 행복이란다
광풍이 가면 순풍도 오고 가는 거라도

                    「순회(巡回)」전문


      세상에서 버림받았다
제일 불행하다 자책하지 마세요.
죽을힘이 있으면
다시 한 번 
그 힘으로 부딪쳐보세요.
끈이 보이고
희망이 보이고
긍정이 보이면서
사는 의미를 알아가며
끈이 보일 겁니다
희망의 날개가

         「당신은?」중에서 일부

​​
나를 안다는 것은
주위를 돌아볼 수 있기도
호수 속에 내 얼굴 비치며
미소를 머금은 모습
잔잔한 물결에도 일그러지고
떨어지는 낙엽으로도 일렁인다.
그렇다 세상사는 것도
같은 것
사랑 행복 감사로 살며
오늘 육십 대가 최고라 생각하고
더 만나고
더 즐기고
더 행복을 만끽하세​

           「친구야 (카톡 하면서)」중에서 일부

   「순회」를 비롯「당신은?」「친구야(카톡 하면서)」를 보면 그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광풍이면 어떻고/ 미풍이면 어떠니/ 순풍이면 좋겠지만/ 우린 이렇게 부딪 치며 살 거란다/ 이게 행복이란다/  광풍이 가면 순풍도 오고 가는 거라고/ 돌이켜보면 1980년대부터 삼성전자에서 산업 일군으로 열심히 일하다가 한참 일 할 나이에 하루아침에 명퇴 당하였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낯선 중국에 건너가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어서도 변함없이 밝은 표정으로 살아온 그를 보면 삶의 원천에는 긍정의 힘이 받침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를 대하다 보면 마음이 한결 밝아지고 힘이 솟는다. 그의 시의 근간이 긍정이라면 그의 시의 근원은 삶이라고 할 때 그의 삶은 인생이며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③ 역사의식과 나라 사랑

 
일억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풍화작용과 함께 하였을
그때도 사람의 숨결이 있었으리라​
오십 리 위로 올라갈 수 없으니 안타까워라
임꺽정을 다시 불러 *고석정 아래
흐르는 물 어우러져 물높이나 하고 싶다
일억 년의 업보는 아닐진대
부부의 날 나들이에 수피령 넘어 수현공원에서
김수현 병장 형님 혼에 감사드리며
한탄강 고석정 일 억 년 전으로 돌아가
오늘의 분단 되돌려 가지고 오고 싶다
한탄강 이름도 하나강으로 만들어
하나가 되고 정도 나누며 자유왕래 하면서
3번국도 한반도 중심을 가로지르며
원산 회령 두만강으로 *녹둔도 가고 싶다


​*고석정은 철원에 있는 한탄강에 있는 정자다
*녹둔도​는 두만강에 있는 섬으로 원래 우리 땅 이었는데 소련이 점령하고 있다고 한다

               「고석정」전문

 
 이번 시집에서 주목할 것은 그의 나라 사랑과 투철한 역사의식인데 위에 예시한 시「고석정」을 비롯「백두산 천지」「하나가 되세」「상이군경 김선대님」「부모의 마음」「한 많은 임진강」「백령도는 지금 곡망하고 있다」를 보면 그의 나라와 역사에 대한 열정이 시심을 불태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로는 용광로의 불같이 활활 타오르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방향 점을 제시할 때는 그의 시를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활짝 열게 한다. 그의 시가 대체적으로 기교가 없듯이 그의 시는 마주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담백한 감동을 울림한다.

  ④ 자연 관찰력이 돋보이는 시

 
황금 실나무를
      에메랄드 그린 또는 골드라고 한다
      향나무나
      측백나무
      편백나무
      노간주나무 비슷한 나무임에도
      더 정감이 가고 안아보고 싶다
      금빛 찬란하여 아름답고
      촉감이 부드러워 살며시 임의 얼굴에 대고
      사랑의 고백을 하고 싶어지는 나무다
      귀속에 속삭임을 하는 듯 달콤한 맛이 난다
      가끔 삶이 힘들어지고
      하고 싶은 일들이 있을 때면
      황금 실나무 황금 되어 이루어 주길
      꿈꾸어 본다.
  
「에메랄드 골드」 전문


  
이름이 희한하여 물어본다.
왜 하필이면 산 딸이니
응, 난 산딸기와 비슷하여 사람들이 붙여 주어 단다

꽃은 하얀 것이 네 개의 넓적한 꽃잎에
씨앗을 가운데 두어 꽃이 지면서 열매가 된다
나무 대는 단단하여
도리깨 하면 좋은 나무 같다

둥그런 열매에
숭덩숭덩 점이 박힌 모습이 참 순하게 보이고
연지를 둘만 찍으면 예쁠 텐데
곰보처럼 점이 여러 개가 박혀 부드럽고 온화하여
뽀뽀하고 깨물어 주고 싶은 여인 같다 

달콤한 사랑 맛
세상도 달콤하게 커 간다

      「산딸 나무」전문

    시「에메랄드 골드」를 비롯하여 「산딸 나무」「꽃시계」「개망초」 「능소화」「박주가리 홀씨」「아마릴리스」등 자연에 대한 그의 시를 보면 관찰력과 형상화가 다른 시들에 비해 뛰어남을 알 수 있다. 자연을 통해 자신의 삶을 형상화함으로써 한 차원 더 높은 시의 내면을 통해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자연과 소곤소곤 대화하는 그의 음성이 들리는 것만 같다.

⑤ 삶이 묻어나는 시
  
      세상에 
      시인은 바보 천치 멍텅구리
      아내가 끼닛거리 없다 해도
      아이들이 과자 사달라고 해도
      시 쪼가리 말 쪼가리로 나불댄다
      태연한 척
      잘난 척​ 현실은 아닌 데
      선비가 양반입네 하던 시절도 아닌데
​      산 입에 거미줄 치랴
      이리 기웃 저리 기웃
      주막거리나 기웃댄다

      그래도 난
      산업전선에 매달려
      시 나부랭이 잊으며 살았기에 망정이지
      시인입네 입만 나불대는 모습
      부끄럽다
      이순에 시 한수 쓰려니
      또 부끄럽다

      하기야 내 인생 
      웃으며 살 수 있으면 되었지 뭘 더 바라랴

      그래도 시는 쓰고 싶다
      바보시인
「바보 시인」 전문

 전반적으로 그의 시에서 삶이 묻어나고 있다는 것은 그의 시가 허구가 아니라 일상이 시가 된다는 점에서 그의 삶 하나하나가 시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가 살아가면서 가고 만나고 본 것에 대해서 시적 사유를 한다는 것은 그가 천성적으로 타고난 시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가 자신을 바보 시인이라고 자책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았기에 그의 시에는 삶의 맥박이 힘차게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산업 현장에 있는 동안 시를 잊고 산 것이 아니라 그의 가슴 한 켠에는 늘 시가 고향처럼 자리하고 있었음을 그의 시를 대하다 보면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퇴근 길/ 이슬이 걸치며/ 아내 아이들 보는 게/ 천국이라/ 껄껄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게/ 사는 일이라고/
 그가 세상을 사는 일은 소박하다. 그렇기에 삶이 묻어나는 그의 시는 긍정적이고 탐욕 없는 순수한 열린 사유라고 할 수 있다.

3. 나가면서
                  
       아무 내색도 없이
물방울이 모여모여 무리를 이룬다.
부딪쳐 구르다
먼 행로 제쳐두고
이끼와 술래 놀이도 하며
자갈과도 입 맞추며
빛바랜 구슬처럼
형체가 있는 듯 없는 듯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어느새 거산되어
냇물의 끝을 향하여
모래, 자갈, 수초, 이끼와
밀다가 밀리다가
부딪치다 부딪침을 받으면서
고운체로 정화되어
고진(苦溱)한 행로를 다한다.
 
흐르는 물은
어느새 시련도 잊은 채
대해(大海)에 우뚝 서 있다
오를 것 없는 대천(大川) 하늘과 어우러져
그대와 난 흐르는 물처럼
그 안에서 맴돌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전문

 지금까지 김동석 시인의 시를 살펴보았다. 어쩌면 이번 시집의 맥락은 「흐르는 물처럼」의 시와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순의 중반에 접어든 김동석 시인의 세상을 살아온 여정이 이 시집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라고 하면 열린 시적 사유가 형상화되고 그러면서 감동을 수반해야 한다고 할 때 김동석 시인의 시는 후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뜻함과 순박함과 일상의 삶이 배어 있는 그의 시에서 무한한 감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린 시적 사유의 형상화가 미진한 부분은 그가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숙제다. 그의 작품을 대하다 보면 간혹 호흡이 빠른 부분이 있는데 이는 산문성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되는바 생략의 긴장성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이 시집은 그의 첫 시집이므로 40년의 그의 시력(詩歷)이 망라되어 있는데 1980년 삼성전자에서 청맥문학 동호회를 결성하여 오늘에 이르기까지 그의 해맑은 문학에 대한 열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어 40년 가까이 그와 쌓아온 인연이 너무 행복하다. 청맥 문학 동호회 초창기 때 회장을 맡아 고생을 자처하면서도 열정에 불타던 해맑은 그의 모습을 이 시집에서 다시 보는 것 같다. 어딜 가나 일상의 삶이 역사가 되고 조국애가 되고 순박한 희망이 되는 것을 볼 때 그의 시의 앞날이 살아있는 시와 함께 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새로운 부활을, 이순의 멋진 삶을 꿈꾸는 그의 희망에 동참하며 그의 첫 시집「흐르는 물처럼」의 출간을 진심으로 감축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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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집 파일  (0) 201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