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세계/중국사랑

'中동포=조선족' 공식 깨진다

泉玟 김동석 2008. 8. 10. 20:35

'中동포=조선족' 공식 깨진다

 

 




한국인과 중국 국적의 동포(조선족)들이 밀집한 베이징(北京) 왕징(望京)의 ‘다이아몬드 유치원’은 미래 동포사회의 축소판이다.

27명의 원아 중 20명은 조선족 자녀이고 나머지는 한국인과 조선족 부부, 중국인과 조선족 부부, 일본인과 조선족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동들이다. 이들은 과거 조선족 단일 사회였던 동포사회가 다층적 지형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상징한다. 중국 동포를 생각하면 옌볜(延邊) 조선족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1992년 한중 수교와 중국 개혁개방은 재중동포 사회에 천지개벽과 같은 변화를 몰고 왔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 등 동북지방의 동포 중 절반은 베이징과 칭다오(靑島) 등으로 남하했다. 20만명 이상은 한국, 일본, 미국으로 떠났다. 옌볜대학의 한 동포학자는 “한국에서 송금하는 돈이 끊긴다고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다”고 말할 정도다. 동포 처녀들이 매년 1,000명 이상 한국으로 시집을 가 인구가 감소하는 옌볜은 분명 위기적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새 도전의 기회도 제공했다. 왕징, 칭다오, 선양(瀋陽) 등 새 동포 밀집지역은 조선족과 한국 장기체류자 및 한국 기업의 결합을 낳았고, 21세기형 동포사회의 모델을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었다.

동포 자신들이 현 상황을 결코 위기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한국의 도시화로 농촌이 공동화 됐듯 중국의 옌볜도 같은 길을 걷는다고 본다. 또 위기를 한탄할 것이 아니라 새 동포 밀집촌들을 어떻게 발전시킬지를 고민하고 있다. 이미 헤이룽장(黑龍江)성의 성화촌, 랴오닝(遼寧)성의 만용촌 등은 모범적인 새 동포주거지로 자리잡고 있다.

왕징의 한 동포는 “동포사회가 다층화되고 도시화하면서 중국 내 일개 민족을 의미하는 ‘조선족’ 용어는 폐기돼야 한다”며 “이제는 ‘한민족’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동포사회의 발전전략을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업과 한국인들이 집중된 곳으로 이동한 재중동포들이 새 거주지에서 어떻게 민족동질성을 유지하고 한국과 중국에 기여할 것인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이다.

중국 주류사회로 편입되는 동포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베이징 내 골프장 36곳 중 4곳이 동포들의 소유이며, 동포기업인 ‘한라산’ 등은 중국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동포들은 “미국의 벤처기업가 김종훈, 일본의 손정의와 같은 인물이 중국에서도 곧 나올 것”이라고 자신한다.